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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진행중인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공사 현장
 한창 진행중인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공사 현장
ⓒ 함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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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바탕 '눈폭탄'이 지나간 중앙대 교정은 한산하다. 언론이 보도한 구조조정의 여파가 나타날 만도 하지만 드문드문 몇몇 학생들만 지나갈 뿐 교내는 조용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중앙대학교 커뮤니티인 '중앙인'에서는 구조조정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 학생은 "학과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학이라 할 수 없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현재까지 버텨온 중앙대 전체를 다시 디자인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왜 우리 학교 구조조정에 관한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해야 하는가? 구조조정의 내용을 떠나 절차부터 잘못되었다"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에 학생이 없다

지난해 12월 29일 언론은 일제히 중앙대 구조조정을 보도했다. 단과대 교수들로 구성된 계열위원회와 본부위원회가 참석해 열린 '학문단위 재조정 방안 토론회'에 맞춰 대학 본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빠르게는 29일 오후 4시 이후 언론에서 중앙대 구조조정에 관한 소식이 들렸다. 같은 날 밤 10시 39분경 박범훈 총장은 '학문단위 재조정 계획안 발표에 대한 총장님 메시지'라는 제목의 글을 중앙인에 게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앙대학교는 2018년까지 5대 대학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학교 측은 대외 경쟁력 있는 학과를 육성하고 유사 중복 학과는 통합시킨다. 18개 단과대-77개 학과(부) 체제는 10개 단과대-40개 학과(부)로 조정된다.

이에 모 단과대 학생회장은 "이는 학생들이 배제된 일방적인 통보이다. 일찍부터 학생들은 학교에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을 함께 논의하자고 수차례 요구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교수들로 구성된 계열위원회의 안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구조조정 안이 언론에 공개되었다"고 말했다.

30일에는 학생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열렸다. 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자리는 학과별 평가방법 및 지표에 대한 설명을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학생 대표로 참가한 학생은 "워크숍이 설명회처럼 브리핑만 진행된 채 학생대표자들의 질문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고 끝나 버렸다"며 "본부 측은 모든 질문에 '알 수 없다' 식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물론 현재 보도된 구조조정 안은 확정된 안이 아닌 초안이다. 박범훈 총장은 "2010년 2월말 경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통합 안을 도출한 뒤, 대학 내 구성원들에 대한 설명회와 의견 수렴을 거쳐 2010년 3월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려고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학생의 참여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구조조정을 놓고 많은 소음이 일고 있다.

학생 긴급 토론회와 총장의 두 번째 메시지

구조조정 발표 이후 중앙대학교 학생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구조조정 발표 이후 중앙대학교 학생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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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중앙대 교내에서는 약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총학생회, 각 단과대 학생회, 각 학과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첫 토론회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에 집중되었다.

토론회에서는, 구조조정이 ▲ 인문학을 경시하고 있고 ▲ 공개된 자료가 없으며 ▲ 학생들의 '알 권리'를 무시했고 ▲ 대학을 기업화 하고 있다는 등의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된 학과의 학생들은 구조조정 이후 대책과 계획이 공개되지 않아 답답해했다.

토론 참가자 중 한 학생은 "며칠 전 국회에서 벌어진 예산안 날치기 통과와 다를 게 없다. 지금 학과를 오기 위해 노력했던 3년의 시간이 무척이나 허무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현재의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어쩌면 과반수가 구조조정에 찬성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분적인 출혈마저 막자는 것이 아니다. 소통의 루트를 찾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익명의 교수는 "학교에 대한 신뢰가 바닥 칠 수밖에 없다. 이번 구조조정의 문제는 학과 이기주의가 아니라 학교 측의 밀어붙이기 방법이다. 구조조정의 중심에는 교수도, 학생도 없다"라고 밝혔다.

다음 날 박범훈 총장은 두 번째 메시지를 전달했다. 학생 긴급 토론회 이후 즉각적인 대응이었다. 그간 제기된 문제에 대한 설명과 함께, 박 총장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학생 참여와 관련된 절차와 방법을 제시하였다. 메시지에는 ▲ 실명을 통한 의견 제출 ▲ 서면 또는 e-mail로 제출 ▲ 1월 말까지 제출 ▲ 제출된 의견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약속이 명시되었다.

박범훈 총장은 "학생들 스스로 재조정 안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대학 본부는 그 동안 학생들의 의견수렴 절차에 착수하였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견수렴절차를 거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절차조정 가능한가? 지금은 방학 중

학교 측은 이번에 보도된 초안을 바탕으로 3월말까지 최종안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박범훈 총장은 "현재 계획안은 아직 토의가 필요한 기본 골격이며, 방학기간을 통해 심도 있는 토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번 초안의 95%가 최종안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간 학교 측이 보여준 일방적인 태도 때문에 "더 이상 학교 측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엄연히 다른 대학의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의 참여는 필수적"이며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절차 조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월 말까지는 80여 일이 남았다. 그리고 지금은 방학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시작된 겨울 방학으로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온라인에서만 토론의 흔적이 보일 뿐 오프라인은 잠잠하다. 박범훈 총장은 심도 있는 토의를 전제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한 학생은 "참여가 부족하니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기도 나누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측에 전달하기도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학 시작과 구조조정 발표의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고 덧붙였다.

중앙대학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미 구조조정을 실시한 학교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부분적인 조정이었다. 그래서 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성패가 다른 대학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겨울 방학 기간 중 진행되는 이 구조조정이 어떻게 흘러갈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태그:#중앙대, #구조조정, #학생 참여, #절차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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