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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농사를 시작하다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도 벌써 지나고, 오늘은 24절기로 춘분에 해당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경칩이 지나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도 이맘때가 되면 서서히 생육을 개시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이른 농가는 이맘때 벌써 밭갈이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암튼 이때부터 농촌 들녘은 바빠지기 시작하겠지요.

 

이 생동하는 춘분지절을 맞아, 저희집에서도 올 한해 텃밭농사를 개시해 봤습니다. 주말을 맞아 겨우내 묵혀두었던 텃밭엘 가서 '밭갈이'를 한 것이지요. 이제 제법 따뜻하기까지 한 봄볕을 맞으면서 텃밭을 삽으로 한삽 두삽 떠서 밭갈이를 하고 있으니, 그것도 일이라고 등줄기와 이마를 타고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흘러내리기까지 합니다.

 

그렇습니다. 노동의 즐거움이라 했던가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몸도 개운케하고는 기분마저 상쾌하게 만들어줍니다. 겨우내 묵혀두었던 텃밭이 조금씩 조금씩 정리되어 가는 것과 꼭 비례해서 겨우내 묵혀두었던 제 몸의 구석구석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켜켜이 쌓였던 제 마음자리도 하나둘씩 뒤집혀서 제자리를 찾아감을 느낍니다.

 

춘분날의 '밭갈이 명상'

 

아, 밭갈이 명상인가요? 이렇게 몇평 안 되는 텃밭이지만 1시간여 동안의 밭갈이는 많은 것을 안겨줍니다. 어느새 거칠어진 숨도 돌아보면서 "한 호흡에 한 삽, 한 숨에 한 삽" 하며 숨자리도 느껴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까맣게 잊고 있던 그 '호흡'의 중함도 돌아보게 되고 말입니다.

 

이젠 발을 바꿉니다. 오른발만 사용하던 삽질을 이젠 왼발로 옮겨봅니다. 그러니 오른쪽으로 쏠렸던 힘이 이젠 왼쪽으로 서서히 분산이 되어가고, 그러면서 몸의 균형이 잡혀가는 듯 몸의 결림도 서서히 풀려나는 것을 느낍니다. 아, 사상과 철학도 이렇게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잡아나간다면, 몸의 결림이 풀리는 것처럼 세상의 모순도 서서히 풀려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도 됩니다.

 

이러고 있으니 밭갈이가 공연히 즐거워집니다.

봄날에 온, '밭갈이 명상'이었습니다. 등줄기가 따뜻해지는..............

 

그러곤 이렇게 풍성한 결실을 맺은, 작년 한해와 같은 대풍을 올 한해도 기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앞산꼭지 블로그'(http://apsan.tistory.com)에도 함께 올라갑니다. 


태그:#텃밭농사, #밭갈이, #춘분, #명상, #대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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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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