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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실리콘밸리 한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2008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서로 갈등관계에 놓여있던 두 경영자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호사가들의 관심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어떤 관계이며, 이들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역시 지난 3월, 중국 정부와 갈등 속에 구글이 중국 본토내 검색사업을 접고 홍콩을 통해 구글차이나 검색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구글 검색서비스에 검열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자국 검색서비스인 바이두를 키우며, 구글의 목을 조여왔다. 중국이라는 사회적 특성과 충돌한 글로벌기업 구글의 사업철학은 무엇일까?

지난 4월 5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적용한 '안드로이드 TV'가 처음 공개되었다. 이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세계 첫 TV로 인터넷 검색과 채팅, 유튜브 동영상은 물론 웹서핑등이 가능하다. 오는 9월 정식출시를 앞두고 있는 '구글TV'는 검색엔진과 온라인 광고로 잘 알려진 구글의 또 하나 신병기이다. 이미 스마트폰인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한 구글의 전방위적인 미디어 업계 영역확장은 어디까지일까?

이러한 궁금증에 답변을 내놓는 <구글드>(Googled :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는, 구글이라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세계인의 일상생활에까지 미치는 '구글파워' 10년을 연대기순으로 분석한 책이다.

기존 미디어 업계와 IT세상을 뒤집어 놓은 구글

구글드(Googled)
 구글드(Googled)
ⓒ 타임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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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2008년 "우리는 기술회사로 시작해서 소프트웨어, 기술, 인터넷, 광고, 미디어 회사가 모두 하나로 합해진 기업으로 진화했다"고 선언한다. 구글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는 "구글이 휴대전화와 응용 프로그램들을 클라우드 컴퓨팅과 결합하고 유튜브에서 수익모델을 찾아낸다면, 매출 1천억 달러를 발생시키는 첫 번째 미디어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구글의 이러한 포부와 행보는 기존 미디어 업계는 물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IT업계와 경쟁과 갈등구조에 놓이게 된다. 에릭 슈미트는 2009년 여름까지 이사로 사임하기전까지 애플 이사회에 참여했다. 2008년 구글이 무료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전까지 구글과 애플의 관계는 심각하지 않았던 것.

2009년 일본내 구글 검색의 약 1/3이 휴대기기에서 나왔듯이 안드로이드폰은 텍스트나 음성 검색을 비롯해 구글의 응용 소프트웨어들을 주로 사용하여 검색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을 만든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PC마다 자사 OS를 보급한 사례와 같다고 분석한다. 안드로이드를 통해 휴대전화는 물론 차세대 저비용 경량 노트북 등에 OS를 제공하려는 야심이 있기에 애플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는 시각이다.

구글 중국어 버전은 2002년에 출시되어 2004년 중국판 구글 뉴스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은 '티베트 해방'이나 '천안문 사태' 같은 민감한 문구는 검색을 금지시킨다. 구글은 처음 이러한 검열을 거부했지만, 중국 법을 따르기로 하고 2006년부터 독립된 검색 사이트를 만들어 정치적 내용을 없앤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사이에 중국산 검색엔진 바이두의 점유율은 커지고, 구글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의 검색 엔진을 추구하는 구글의 입장에선 검색 점유율 하락과 중국 정부의 사전 검열은 깊은 고뇌에 빠지게 한다. 결국 구글은 중국 본토내 검색사업에서 철수해 홍콩을 통해 구글차이나 검색서비스를 시작한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는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그는 "누군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할 정도로 주위 경쟁업체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해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구글의 역사는 시작된다.

구글이 아직 차고 시절일 때, 빌 게이츠는 온라인 광고업체 링크 익스체인지를 인수하면서 강력한 검색엔진을 확보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키워드를 활용해서 검색에 광고를 넣을 방법'과 관련한 제안에 빌게이츠는 관심이 없었다. 빌 게이츠는 검색광고 보다는 MSN같은 포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천하의 빌 게이츠'도 현재 구글을 만든 검색 사업의 미래 비전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

마이크로소프트는 고유의 검색엔진인 '라이브 서치'를 2005년에 뒤늦게 출시한다. 2008년에 출시한 MS의 '캐시백' 시스템은 구글이 아니라 MS의 검색 엔진을 사용하면 직접적인 보상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구글의 완승. 그 해 11월, 오히려 구글의 미국내 검색 점유율은 1년 전에 비해 57.7%에서 64.1%로 증가한다.

15년이나 20년 전 벤처기업가들은 차세대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꿈꾸었지만 요즘은 차세대 구글이 되는 것이다. 구글은 사람들에게 '세상으로 나가는 문, 정보를 찾으러 가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크게 성공했다. 혹자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라고 평가한다. 인터넷 덕분에 구글은 지리적 한계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 핼 베리언은 말한다. "인터넷은 정보를 제공하고 구글은 정보를 가져다 준다." 에릭 슈미트는 "우리 목표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며 돈을 버는 것이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구글 성장동력은 검색 엔진과 온라인 광고, 엔지니어 중심 문화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심리>라는 책은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구글을 고안하면서, 기존 검색엔진들과 정반대로 접근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다. 당시 기존 검색엔진들은 사용자들이 실제 그 링크를 사용하는지 평가하거나 가치의 순위를 매기지 않았다. 구글은 동일한 검색에서 사용자들 관점, 즉 '집단지성'에 의지해 상위 10개 검색어를 보여준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고객이나 사용자가 늘 옳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게 훌륭한 태도"다 "시스템은 대체할 수 있지만 사용자는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구글에게 천문학적인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돈 만드는 기계'는, '애드워즈'와 '애드센스'이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휴를 제치고 배너광고를 포함한 최대 디스플레이 광고업체인 '더블클릭'마저 손에 넣는다. 구글은 모든 형태의 광고를 제공하는 디지털 광고 네트워크를 목표로 한다. 최근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한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애플과 경쟁에 돌입했다.

구글의 특별한 기업 정신 가운데서도 집단지성, 즉 '군중의 지혜'에 대한 신뢰와 엔지니어 제일주의는 단연 돋보인다. 엔지니어들에겐 다양한 복지시설과 더불어 일주일에 하루꼴인 20% 자유시간제를 운영한다. 구글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 상품의 절반이 20% 자유시간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제품으로 구현된다.

구글드(Googled)의 부작용, 저작권과 사생활 문제

구글이 검색사업과 온라인 광고시장을 통해 성장하고 그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것은 저작권 문제와 사생활 침해 문제이다.

컬럼비아 대학 법학교수 팀 우는 "애초에 구글 창립자들 중에 저자권법 전문가가 있었다면 회사를 설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검색엔진의 기본 토대는 모든 것을 복제하는 것이다. 웹은 언제나 복제와 연관되지만 저작권법은 복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률이다. 이 둘 사이에는 필연적인 괴리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구글의 더블클릭 인수는 새로운 '데이터 마이닝'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사람들이 누군인지, 어디에 사는지, 광고를 보았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형 스마트폰도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스마트폰은     GPS칩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나 머문 시간, 사용자와 접촉한 다른 휴대전화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사생활 문제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잘 나가는' 구글을 가장 급속도로 위협할만한 이슈로 '사생활 침해' 문제를 손꼽는다. 구글은 사용자 중심의 검색 엔진과 온라인 광고사업을 통해 '신뢰를 기반'으로 성공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현재와 미래, 그 전망

구글은 핵심사업인 검색엔진과 광고에 70%, 사업다각화를 위해 검색 연관분야에 20%, '혁신을 만들어낼 자유를 위해 10%의 시간을 각각 활용한다고 밝힌다.

구글 성공신화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은 "구글이 사회를 위해 생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기존 미디어의 주머니에서 자기 주머니로 돈을 옮긴 것을 제외하면 무엇에 공헌했는가?"라고 묻는다.

구글의 또 다른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적절한 정보가 있으면 사람은 더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적절한 상품 정보가 있으면 자신에게 더 맞는 상품을 살 수 있다. 적절한 정보는 자신에게 경제적일 뿐 만 아니라 일도 더 능률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공동체 전체에도 유익하다. 정보가 가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창조한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구글드>의 저자 켄 올렌타는 '세계는 구글되었다(Googled)'고 말한다. 사람들은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 '구글(Googling)'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검색 사용자 70% 이상이 구글 검색 상자를 이용한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는 토종 포털업체에 밀리고 있는 구글이지만, 세계적인 상황을 염두해 볼 때 구글의 성장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글 창립 10년에 다다른 지난 2007년 구글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는 구글이 언젠가 1천억 달러 기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타임워너, 월트디즈니, 뉴스 코퍼레이션 같은 세계 3대 미디어 대기업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이다. 구글 검색은 유형의 상품이 아니라 추상적인 상품인 '지식'을 생산한다.

정보혁명의 시대에 지식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보가 지식으로 통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학의 힘을 빌어 정보를 조직하고 해석하는 연구가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대에 구글의 성공 신화는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또한, 개인에게는 막대한 데이터를 소유한 기업에 의해 파생될 수도 있는 사생활 문제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타임비즈(2010)


태그:#구글드, #구글, #에릭 슈미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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