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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 중심가 런민루
 청두 중심가 런민루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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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분단되어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의 우리시대는 '무위'와 '불간섭'에 바탕을 둔 노자의 가르침, <도덕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지 않을까?... 기자 주

중국 러산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만에 청두에 도착했다. 길은 고속도로처럼 잘 닦여 있다. 신남문 버스터미널 근처의 교통반점 4인실에 여장을 풀었다. 교통반점은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다. 그 방에는 일본인 두 명이 빈둥거리며 누워 있다. 머리가 히피처럼 긴 일본 청년 두 사람은 티베트로 들어가기 위해 왔다고 한다.

쓰촨성의 수도 청두는 중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도시 중의 하나다. 청두는 새로운 부로 가득해져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현대화의 물결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청두 시내는 최신 양식의 백화점, 고층 빌딩을 들어서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쓰촨을 텐푸즈궈(天府之國)이라고 한다. 풍부한 천연 자원과 문화유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네 개의 강(四川)'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을 흐르는 80개의 강들 중 규모가 큰 네 개의 강에서 비롯된다. 이 강들은 북서쪽에 솟아오른 산을 타고 내려와 동쪽의 촨서(川西)평원을 지난다. 그 강 중에서 푸강과 진강은 청두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청두. 삼성전자 간판도 보인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청두. 삼성전자 간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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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은 남서부 최대의 성으로 동쪽지역은 인구가 가장 조밀한 농경지역인 반면, 서쪽은 녹차 대신 버터차가, 유교 대신 불교가 주요 종교인 티베트 고원으로 연결된다. 울창한 숲과 초원은 티베트인과 창족의 고향이다.

청두 시내는 일환루, 이환루, 산한루 등 순환도로가 시 외곽을 감싸고 있다. 모든 거리의 중심은 런민루(人民路)로 통한다. 런민루와 진강이 만나는 곳은 청두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양식당, 커피숍, 술집들이 즐비하다. 현대식 간판이 현란하게 걸려있다. 앗! 삼성전자의 간판도 보인다.

노자의 전설이 깃든 도교사원 청양궁
 노자의 전설이 깃든 도교사원 청양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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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사원 청양궁 내부
 도교사원 청양궁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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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에는 제갈량을 모신 사당인 무후사가 있다. 그곳에는 유비와 관우, 장비의 상이 모셔져 있다. 그러나 청두에서는 무후사보다는 청두 제일의 도교사원인 청양궁이 관심을 끈다. 사마천의 기술에 의하면 노자는 주가 쇠망해가는 모습을 보고 주(周)를 떠나 진(秦)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노자는 푸른 소를 타고 함곡관(函谷關)을 넘어가다가 관문지기인 윤희(尹喜)를 만난다. 윤희는 예사롭지 않게 생긴 노자를 보고 책을 하나 써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노자는 5000언(言)으로 이루어진 상편, 하편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것이 도(道)와 덕(德)을 말한 <도덕경>이다.

노자는 이 도덕경을 윤희에게 강의하다가 다른 일을 보러 떠나면서 "너는 천일 동안 도를 행한 후 성도 청양사에서 나를 찾으라"고 했다. 1000일 후 윤희는 노자의 지시에 따라 청양사를 찾았는데, 어린 아이가 두 마리 양을 거느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윤희는 그 아이가 노자의 화신(化身)임을 인정하고 그 곳에 머물러 수행 정진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이곳에는 도가 수련이 널리 퍼지기 사작했고, 당나라 때는 이 전설에 근거해 청양궁을 세워 도가 삼존을 모시는 등 도가 수행장소로 크게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교의 이론을 향상화한 팔괘정
 도교의 이론을 향상화한 팔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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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과 함께 도교의 가장 중요한 이론의 하나인 팔괘를 형상화한 건물 팔괘정. 정자의 기초는 3층으로 되어 있는데, 하층은 정방형, 중은 팔각형, 상은 원형을 이루어져 있다. 8개의 금박기둥에는 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용이 새겨져 있다. 팔괘정 안에는 도교의 8선인(仙人)중 하나인 여동빈의 신상이 모셔져 있다.

"여보, 이 노자가 타고 다녔다는 양이나 실컷 만져보자고."
"아이고,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인지 만질만질하군요."
"이 양을 만지면 온갖 병이 다 치료된대요."
"제발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청양궁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쌍의 양 조각상이다. 분명 한 쌍이지만 두 마리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쥐의 귀, 소의 코, 호랑이 발, 토끼의 입, 용의 뿌리, 뱀의 꼬리, 말의 얼굴, 양의 수염, 원숭이 목, 닭의 눈, 개의 복부, 돼지의 엉덩이….

청양궁에 있는 두 마리의 양
 청양궁에 있는 두 마리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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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타고 다녔다는 양.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노자가 타고 다녔다는 양.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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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한마리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양은 온갖 병을 다 치료해 인류가 자신의 몸에서 아픈 곳을 찾아 그 곳과 같은 양의 몸을 만지면 질병을 해소했다고 한다. 뿔이 하나 달린 양이 양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12지신을 결합한 모습이기 때문이란다. 양의 옆구리를 만지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여 하도 만져서 만질만질하다.

어쨌든 청양궁에서 양을 타고 다녔다는 전설적인 선인 노자의 흔적을 찾아보니 마치 노자를 만난 기분이 든다. 200세까지 살았다는 노자의 영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2500년 전에 저술한 도덕경이 지금까지 읽혀지고 있는 것은 그의 영혼이 아직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뿔이 하나인 양
 뿔이 하나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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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온통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네 현실은 화합과 평안을 가져오기 위한 삶의 길을 제시하는 노자의 <도덕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도덕경은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지배층의 무절제한 낭비를 비판하고, 유교윤리의 특징인 추상적 도덕주의와 형식적인 예의에 바탕을 둔 사회적 행동주의를 경멸한다.

본질적으로 도(道)는 무위(無爲)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위는 자연스러움, 즉 모든 일이 본성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불간섭'을 의미한다. 이렇게 도가 도전을 받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은 끝나고 싸움도 끝나며 독선적인 불화도 사라진다. 도는 하늘이나 땅보다 먼저 존재했고, 무궁무진하고 인위적이지 않으며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다. 그러나 도로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온다고 했다.

말의 머리를 닮은 양의 머리
 말의 머리를 닮은 양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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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는 백성에게 이 도(道)'의 원리를 가르치며 나라를 다스리면 모든 불평불만의 원인이 제거되고 나라는 지극히 평온해 진다고 한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네 현상은 어떠한가? 세계에서 유래없이 한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갈등을 겪고 있으며, 국론은 분열되어  혼란을 겪고 있다.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은 개발과 반 개발의 틈새에서 역류하고 있으며, 모든 것이 불편한 '간섭'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2010.5.8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뉴스게릴라 찰라)


태그:#청두, #청양궁, #노자,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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