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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자네와 전화가 연결되었다네. 자네는 강운태 광주시장 정무특별보좌관에 발탁된 후 나에게 덕담을 넘어 쓴소리를 부탁했네.

 

"쓴소리를 많이 해주시게. 칭찬보다는 싫은 소리를 더 많이 해주게나."

 

자네와의 전화를 끊자 진시황과 신하 이사(李斯)의 관계가 곧바로 떠올랐다네. '하급관청의 관리였던 이사는 관청의 변소와 창고에서 각각 사는 쥐가 사람이나 개를 대하는 행태가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사람의 잘 나고 못난 것이 쥐와 같으니 그것은 스스로 처한 바에 달렸을 뿐"이라고 여겼다네.

 

왜 자네의 좋은 소식 앞에 갑자기 이사(李斯)같은 나쁜 신하이야기를 떠올리는지 이미 눈치를 챘을 것이네. 사람이 싫은 소리를 듣는 건 쉽지 않을 것이네. 그것도 공명심을 발휘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고 보네. 그런데 자네는 스스로 자처하여 '쓰고' '싫은' 소리를 원한다고 했네. 충분히 그럴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이사이야기를 하려 하네.

 

그 첫째네. 대부분 보좌진은 수장의 그림자가 되라고 하였네. 그림자가 되라는 것은 좌우에 서서 보필(輔弼)을 잘 하라는 말이네. 제대로 된 보필을 하려면 이사처럼은 아니지만 자네가 문제를 넓게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보네.

 

그 거대한 제국의 승상으로서 한낱 쥐를 보고 깨달은 바로 황제를 보필하고자 하였으니 수단과 목적이 전도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보좌관의 문제의식과 안목이 어떤가에 따라 권력자의 집권방향이 좌우되니 말일세. 

 

두 번째는 균형추의 문제이네. 보좌(輔佐)란 원래 수레바퀴의 바퀴살에 덧대는 덧방나무이니 수장을 지원하고 채워주는 역할하는 법을 일컫는다고 생각하네. 보좌를 해야 할 이사는 도덕적으로 비판적인 태도나 역사적인 사례를 앞세우는 비판세력을 제거하는 일에 서슴없이 앞장섰다네.

 

그것이 분서갱유(焚書坑儒)사건이라지 않는가. 고전의 교훈을 빗대어 현실을 지적하는 사람을 없애기 위한 사업이었기에 경천동지할 일 아니었던가 싶네. 오늘날 인터넷 소통의 장치를 검열하려 하거나 제약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네. 

 

고전을 읽다보면 수도 없는 많은 사례가 나오지 않는가. 왕이 사냥터를 키우고 정사를 소홀히 하고 밖으로 나도는 행차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백성들의 불평불만이 늘고 삶은 피폐해진다는 것과 왕이 있는 듯 없는 정사를 살필 때 백성은 평화와 풍요가 넘친다는 대비된 이야기를 말일세. 권력을 가진 자가 어디 쉽겠는가마는 주변에서 아방궁을 만들지 않고 고언을 들을 줄 안다면 굳이 있는 듯 없는 듯을 따질 필요가 있겠는가.

 

세 번째네. 반대편을 끌어안아 줄줄 알기 바라네. 모든 일의 완성도는 다른 의견에 대한 수용능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네. 그것의 첫 단추가 반대편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의 능력이라고 보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상대적인 법. 어디 항상 내가 옳을 수 있겠는가. 조건이 바뀌고 의도가 달라지면 내 주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적이라고는 하지만 사소한 차이로 갈라질 때가 더 많네. 그럴 때 반대일치 논법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동호직필(董狐直筆)하길 바라네. 춘추시대 진(晉)의 영공(靈公)은 사치하고 잔인하며 방탕한 폭군이었는데 그의 정경(正卿) 신하였던 조순(趙盾)이 간언을 하자 영공이 그를 죽이려 하였다네. 그러나 조순의 됨됨이가 훌륭하여 왕이 보낸 자객이 감화를 받거나 살려주게 되었다네. 그런데 조순은 국경을 넘으려는 순간, 영공이 조천(趙穿)이라는 사람에게 도원(桃園)에서 살해당했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도읍으로 돌아왔다네.

 

그후 사관이었던 동호(董狐)가 국가 공식 기록에 이렇게 적었다네. '조순, 군주를 시해하다.' 조순이 이 기록을 보고 항의하자, 동호는 이렇게 말하였다네.

 

"물론 대감께서 직접 영공을 시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때 대감은 정경으로서 국내에 있었고, 또 조정에 돌아와서는 범인을 처벌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감께서 공식적으로 시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조순은 자기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동호의 뜻에 따랐다고 하네. 이와 같이 권세에 아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는 동호의 모습으로 자네 역할을 하리라 바라네.


태그:#정무직 특채, #보필, #진시황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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