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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웨딩드레스 몇 개를 입어 보고 온 딸내미가 시무룩해 있다. 들러리로 도와주려고 함께 간 동생 이야기를 들어보니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울로 본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했던 것 같다고 한다. 동생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위안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동생보다 큰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지금은 동생보다 훨씬 작은 키이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는 무척 잠을 잘 잤다. 그리고 아무것이나 잘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9삭동이에다

3키로가 못 되었는데도 지금은 훤칠하다. 반면에 큰 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잘 먹지 못하고 잠도 깊이 잘 못잔다. 타고난 예민함에다가 내가 많이 아플 때 나를 간호하거나 보호하는 역할도 하느라 무지 신경을 쓰고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큰 아이는 자주 긴장을 하는 편이다.

 

그런 것들이 키를 쑥쑥 자라게 하지 못한 요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은근히 미안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런 미안함을 감추고 그 정도의 몸이면 무척 고마워해야 한다고 " 미스코리아는 못 나갈 몸이지만 이 정도면 평균은 하고도 남아" 하고 속된 표현으로 말하면서 오히려 고마워하라고 쓸데없는 잔소리를 한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누가 보기에도 그렇게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본인은 콤플렉스가 있는 듯하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처음 입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았을 때 흔히 드라마에 나오듯 그런 모습을 연상했던 것 같지만 긴치마라는 것이 키를 더 작게 보이게 했던 것 같고, 정식 촬영이 아니라 머리 치장과 화장도 하지 않아 너무 수더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큰 딸아이의 마음안에는 자신감이 숨박꼭질하듯이 숨어서 고개를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당차고 시원시원하고 속이 너를때도 있건만, 아마도 그것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세상에 강하고 잘 견디어 보이는 것들의 속은 알고 보면 참 부드럽다. 그리고 그 부드러운 것들을 잘만 다루면 모든 생명들에게 아주 유용하다.

 

아이는 결혼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의 이혼으로 결혼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그리고 그 불신은 두려움을 낳았던 것 같다. 이제 두 사람이 하나되어 한 세상을 향해 가는 결혼을 선택하였고 결혼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지만 자신감은 생겼다가 숨었다가를 반복하는 것 같다.

 

이럴 때 그 아이를 유독 사랑하고 힘을 실어주셨던 외할머니라도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도 편하고 가까운 내 말은 귀담아 듣지 않아도 외할머니의 말씀은 귀담아 듣고 어릴 때 부터 안심하던 아이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믿는다. 아이가 두렵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많은 순간들을 경험했기에, 그리고 지금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기에, 스스로 택한 교육자의 길을 가면서 겪은 경험은 많은 아이들의 두려움과 절망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이라고...

 

그리고 기도한다. 결혼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가장 빛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은, 화려한 보석이나 작은 키도 아니고 화장기 없는 얼굴도 아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결혼에 대한 감사와 겸손함이란 것을 아이가 깨닫기를...

 

그리하여 서로 보고 만나는 세상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신들의 축복도 온전히 받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되기를. 그리고 결혼이 가까워질 수록  많이 웃기를 바란다.


태그:#딸의 결혼, #엄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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