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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동생' 칭호를 갖고 있는 톱스타 '문근영'의 남몰래 기부 선행이 알려지면서 '기부천사'라는 찬사가 쏟아지자 "좌익 메뚜기 떼들이 문근영 영웅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색깔논쟁을 일으킨 보수논객 지만원씨를 비판한 네티즌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8년 11월14일 지난 6년 간 8억 5000만 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연예인이 문근영이라고 발표했고, 일부 언론매체가 문근영의 기부행위에 대해 그 가족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엄친딸' '기부천사'로 소개했다.

그러자 지만원씨는 곧바로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좌익 메뚜기 떼들이 문근영 영웅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기부천사라는 문근영이 빨치산 손녀이고 (중략) 연좌제는 전두환 시절에 이미 철폐했기에 빨치산 외손녀라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지난 3년 전까지도 빨치산 할아버지에게서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는 동안 그녀는 빨치산의 가르침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개운치 않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씨는 문근영의 외할아버지를 골수 빨치산이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왜 갑자기 빨치산 가문을 기부천사로 등장시켰을까?"라며 색깔론을 지폈다. 다음날에도 "한마디로 빨치산 집안은 아주 훌륭한 집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빨치산들의 심리전이며, 문근영의 선행이 선전되는 것만큼 빨치산 집안은 좋은 집안이라는 선전도 동시에 확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부선행을 색깔론으로 덧칠하자 네티즌 임OO(41)씨는 2008년 11월17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만원, 지는 만원이나 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남모르게 불쌍한 사람들을 후원하는 사람을 비판하려면 일단 만원이라도 타인을 위해 후원금을 내고서 해야 한다. 선행을 베푸는 사람을 욕보이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이틀 뒤에도 '지만원씨도 삐라로 기부했다는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만원씨는 모 언론인터뷰에서 '저도 북한에 삐라 날리는데 제 돈 기부합니다. 한 세트 날리는데 70만원 들어갑니다'라고 말해 네티즌들은 포복졸도를 넘어 거의 분기탱천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극우파들이 삐라를 마구 북한에 날리는 통에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되는데 지씨는 그걸 자랑이라고 한 것이다. 지씨의 언행들은 확실히 개그의 공식에 맞아 떨어진다" "나이 65세의 노인네가 갓 20세의 어린 여자에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칭찬해 줘도 부족할 판에 험담을 하다니"라고 힐난했다.

이로 인해 L씨는 모욕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김시철 판사는 2009년 10월 L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먼저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도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해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는 정당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표현들은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등을 가지고 조롱하거나, 피해자를 터무니없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등 인격을 모독하는 경멸적인 감정을 나타낸 것으로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표현들이 다수 포함된 게시물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피고인의 행위는 모욕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임씨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는 지만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적인 언사가 포함돼 있지 않고, 설령 모욕적인 언사가 포함돼 있더라도 피해자가 먼저 문근영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시해 이를 비판하려는 취지에서 게시한 것이므로 위법성 조각사유가 폭넓게 인정돼야 하며, 피고인의 행위는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L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만원, 지는 만원이나 냈나?', '망언', '헛소리', '양심에 털난 행동', '지만원씨의 언행들은 확실히 개그의 공식에 맞아떨어진다', '물론, 지만원씨의 개그가 썩 수준급은 아니다. 수준급 개그는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개그인데, 지만원씨의 개그는 남도 불행하게 하고 자기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이 65세의 노인네가 갓 20세의 어린 여자에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주책이다' 등의 표현은 피해자를 비하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서 모욕적인 언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의 글이 문근영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이를 비판하려는 취지에서 글을 게시한 것으로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구체적인 행태를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이름을 이용하거나 피해자를 개그맨 또는 어린 여자에게 마음이 있는 노인네 정도로 빗대어 오로지 피해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려는 것인 점, 모욕적인 표현들이 반복되고 글 전체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점 등에서 인신공격을 가한 경우에 해당해 피고인의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4일 '기부천사' 문근영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한 보수논객 지만원 씨를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비방 혐의로 기소된 임OO(41)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지만원, #문근영, #빨치산, #색깔논쟁, #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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