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아… 원대한 꿈이 있었는데. 9월부터는 휴가도 가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이다. 한미 양국 의회에 제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8월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25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생각과 심경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에서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김 본부장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내놨다. 특히 한미 FTA 처리를 둘러싼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 공화당의 분위기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미 정치권의 재정적자 감축 협상이 난항을 겪는 부분 등을 이야기할 때는,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우리가 돈이 많으면 확 줘버리고 해결하라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 FTA 처리되면 집으로 갈 것... WTO 사무총장 제안받은 바 없다"

김 본부장은 "미국 언론이나 시민 등 어느 누구도 8월 3일에 (미국이)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도 협상을 많이 해봤지만, (미 국가채무 한도를) 못 올려서, 부도사태를 초래한다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도 답답해 할 것"이라며 "공화당에서 자신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의료개혁의 지출을 줄이라고 하는데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 "민주당은 국가 채무가 늘어난 것은 주로 공화당 행정부 때 전쟁 비용 때문에 늘었고, 우리는 복지에 쓰겠다는데 (공화당이) 시비를 거느냐고 한다"면서 "공화당도 (민주당이 요구하는) 증세와 세금감면 축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미 상원, 하원 모두 한미 FTA 이행법안의 내용에 대한 비공식 심의는 끝난 상태"라며 "미 의회에서 채무상한 조정 협상이 실패하면서, 8월 중에 (미 의회에서) 한미 FTA가 처리되는 것은 무리"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당초 한미 양국 의회에서 8월에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면, 9월께 본부장직에서 물러날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통상교섭)본부장직을 너무 오래한 것 같다"면서 "한미 FTA가 처리되면, 집으로 돌아가서 쉴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제안설을 묻자, 김 본부장은 "쓸데없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작년 미국과의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가 김 본부장에게 차기 WTO 사무총장 자리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기자가 '미국 쪽으로부터 공식적이나, 비공식적으로도 제안받은 바 없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제안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WTO 사무총장 제안이 들어오면 받아들일 의향은 있느냐'고 되묻자, "(WTO) 사무총장을 아무나 하는가"라며 즉답을 피했다.

작년 11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청와대에서 환담하고 있다.
 작년 11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청와대에서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8월 중 우리 국회 상임위 통과 등, 한두 발자욱이라도 나아가야"

이와 함께, 한미 FTA의 양국 의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그는 "9월에 들어가면 (양국 의회에서) 처리가 훨씬 더 지연될 수도 있다"면서 "미국 의회가 (한미 FTA를) 못하겠다는 입장이 아닌 이상, 9월에 시작되면 곧바로 하겠다는 공식 입장이 나오면, 우리 국회도 한두 발자욱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두 발자욱이라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우리 국회에서 (8월 임시국회에서라도) 여러 토론과 심의를 거치는 과정을 하고, 상임위 정도에서 통과하는 정도"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또 작년 말 한미 FTA 재협상에 따른 정부의 추가 손익계산 보고서 등을 인용하면서, "자동차 추가협상 등을 통해 우리가 연간 5000만 달러 정도를 손해봤다고 하지만, 반대로 4억9000만 달러의 흑자를 실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여전히 한미 FTA를 통해, 국내 기업의 이익 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존 한미 FTA 협정문의 이익 균형이 크게 무너진 점이나, 경제적 효과 역시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 중소상인이나 농축산어민 등의 막대한 피해 등에 대해선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미 FTA 처리가 사실상 9월 이후로 넘어가게 될 경우, 양국 의회는 내년 예산안 처리와 총선, 대선 등의 정치적 이슈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만큼 한미 FTA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과의 뜻과는 다른 방향이다.


태그:#김종훈, #한미FTA, #WTO 사무총장, #오바마 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