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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작가
 주호민 작가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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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신과 함께> 3부작 가운데 첫 번째인 '저승편'에는 저승을 다스리는 온갖 신들과 저승차사가 등장한다. 갑작스레 죽음을 맞은 평범한 샐러리맨 김자홍이 49일간 7번의 준엄한 재판을 받는 이야기.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곁에는 저승 최고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이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이승편'에는 성주신, 조왕신, 측신 등의 가택신들이 등장한다. 한 조손 가정의 집이 철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신들은 인간을 돕기 위해 기꺼이 나선다.

이제 마지막 '신화편'만을 남겨 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는 분명 신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말 그대로 신은 함께할 뿐 속속들이 인간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불효 등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죄책감을 들쑤시더니 군대 의문사, 철거민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들까지 가감없이 펼쳐 보인다. 덕분에 댓글창은 연재 내내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때론 '여기 댓글 다는 사람 부모님 천국 감'이라는 식으로 소망의 분수대가 됐고, 때론 옥신각신 날선 의견을 다투는 장이 되기도 했다.

공평하지 않은 세상, 그리고 "한쪽이 살려면 다른 한쪽이 죽어야 하고, 누구든 자신은 사는 쪽일 거라 믿는" 얄팍한 인생. 그 속에서 작가는 '심판보다는 구원'이라는 해답을 내놓는다. 그 깊은 울림에 독자들은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 '신화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3일, 독자들에게 설렘과 기다림을 선사한 화제작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를 누룩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신화 소재로 한 웹툰... "소름끼치게 멋진 지장보살이 '진기한' 모델" 

만화 <신과 함께>
 만화 <신과 함께>
ⓒ 주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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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화를 소재로 한 보기 드문 만화. 그 시작은 의외로 단순했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 내림굿을 받고 하루 아침에 무속인이 된 이야기를 우연히 TV를 통해 알게 된 것. 그는 그 드라마틱한 과정을 만화로 그려내고 싶었고, 자연스레 한국신화에 대한 공부가 시작됐다. 

"우리나라 신화인데도 굉장히 생소하더라고요. (저도) 단군 신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재밌는 캐릭터들이 많았어요. 다 그리는 것은 좀 복잡해서 저승편, 이승편을 나눠 저승신과 이승신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화편에서 신화 자체의 이야기를 그려 정리해 보고 싶었어요."

가택신들에 대한 이야기인 2부 '이승편'의 경우, 많은 부분이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가택신에게 닥치는 가장 큰 시련이라면 집이 없어지는 것일 테니 자연스레 철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실제로 6명이나 희생됐던 용산참사는 이승편 이야기에 많은 영향을 줬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주로 실제 캐릭터들을 살리고자 애썼고, 더러 창작이 들어갔다. 주인공격인 저승차사들은 제주신화 중 '차사본풀이'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변형시킨 경우다. 강림도령, 해원맥, 이덕춘 모두 본래 남자지만 만화에서는 이덕춘이 여자로 변형됐다. 작가는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로 '저승 최고의 국선 변호사'인 진기한을 꼽는다.

"공부를 하면서 지옥도, 탱화 등을 굉장히 많이 봤는데 항상 그림 한쪽 구석에 공통적으로 서 있는 보살이 하나 있더라고요. 지장보살이었어요. 지옥에 떨어진 모든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부처님이죠. 너무 멋있어서 소름이 쫙 돋는 거예요. 지장보살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진기한을 만들었죠."

군 제대 후 없어진 학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어 

만화 <신과 함께>
 만화 <신과 함께>
ⓒ 주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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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뜨거웠다. 누리꾼들의 마음을 훔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타 장르로까지 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영화화 판권이 팔려 한창 각색 작업이 진행중이다. <미녀는 괴로워>, <마린보이> 등을 만든 리얼라이즈픽처스가 제작에 나섰는데, 2012년 7월쯤 크랭크인해서 2013년쯤이면 영화판 <신과 함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올해 12월에는 일본 스퀘어에닉스사의 한 만화잡지를 통해 리메이크판 <신과 함께>가 연재될 예정이다. 이밖에 머그컵과 후드티 등 각종 캐릭터 상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작은 만화로 생각했는데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잘 만들어 주시려고 해서 기쁩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독자층이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전작인 <짬>이나 <무한동력> 같은 경우 (제 주변의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라) 타깃층이 좁았던 게 사실이거든요.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게 아닌, 완전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든 것은 처음이라 걱정도 되고,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서 굉장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강풀을 잇는 차세대 웹툰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그의 꿈이란 무척이나 막막한 것이었다. 잡지 연재는 꿈도 못 꾸고, 군 제대 후 복학해보니 다니던 직업전문학교 애니메이션학과는 폐과하고 없었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이 웹툰 공간은 더없이 넓어져 있었고, 군 복무 경험을 십분 녹여 네이버에 <짬>을 연재해 이름을 알렸다. 이어 야후에서 20대 청년들의 취업고군분투기인 <무한동력>을 연재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달콤한 성취감'을 떠올렸다.

"인터넷에 만화를 올린 것 자체는 아마 강풀 작가님보다 제가 먼저일 걸요? 연습장에 볼펜으로 그린 만화를 스캔해서 올렸어요. 2000년도쯤이죠. 그 중 몇 개는 유머 사이트에 퍼지기도 했는데, 그때 처음 알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기쁨에 대해. 학창시절 때랑은 다르더라고요. 아 좋다, 이 칭찬을 계속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솔직히 계속 칭찬 받고 싶어 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칭찬 받고 싶어 그리는 것 같아요"... 신들의 과거, 기대하시라 

만화 <신과 함께>
 만화 <신과 함께>
ⓒ 주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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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시작될 '신화편'에서 주호민은 다양한 원전 신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아낼 계획이다. 강림도령이 차사가 된 이유, 소년 할락궁이가 저승 꽃밭의 꽃감관이 된 사연, 조왕신과 측신의 과거 등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품은 저마다의 사연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신화편에 이어질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평소 아내와 도란도란 대화하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곤 하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장인어른이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발견한 중년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차기작의 주인공이 될지도. 가령, 평상시에도 해병대 복장에 빨간 베레모까지 갖춰 입고, 첫 인사에 '군대 안 갔다 온 놈은 사람 취급도 안 한다'고 말하는 이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된다. 무엇이 됐든 '사람 냄새' 물씬 나고, 소주 생각이 간절해지는 그의 만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작품을 그릴 때면 매번 제 앞에 벽돌을 쌓아 담을 만들고 그것을 낑낑 힘겹게 넘어가는 느낌이에요. 다음 작품은 더 재밌어야 하니까요. 항상 즐겁게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그려보려고 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주호민, #신과 함께, #만화규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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