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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톤 덤프트럭의 모습.
 25톤 덤프트럭의 모습.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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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평범한 주부이자 꽃을 좋아하던 아줌마가 남편 덕에 덤프트럭 연구를 많이 하게 되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덤프트럭은 '건설기계장비'로 분류가 돼 유류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황도 이런 데다, 최근 연일 치솟는 기름 값 때문에 우리 부부는 신경이 곤두서있다. 덤프트럭 운전을 하는 남편과 나는 매일 두 가지 고민을 한다. 일단 방을 얻어 원룸에 따로 살던 남편이 건강상의 이유로 집에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출퇴근 승용차 기름 값과 톨게이트 통행료로 80여만 원을 지출하게 됐다. 그 때문에 나는 매일 주유소에 적혀있는 기름 값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방임에도 휘발유가 2100원을 육박하면서, 요즘엔 경차로 바꾸면 통행료와 기름 값이 저렴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며 고민 중이다. 매일 새벽 5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가야 하는 애 아빠의 안전은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러나 두 아이 모두 중학생이라, 가족끼리 이동할 때 불편함을 생각하면 경차로 바꾸는 것마저도 쉽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남편은 남편대로 기름 먹는 하마를 관리하느라 바쁘다. 덤프트럭의 연비는 3km가 되지 않는다. 소위 동전자루를 기름통에 싣고 다니며 뿌린다는 고급승용차보다도 배 이상 연비가 낮다. 그 차로 매일 수백 km를 운전해야 하니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얼마 전엔 내 평생 처음, 15만 원짜리 가방을 갖게 됐다. 기름 넣을 때마다 쌓인 신용카드 포인트로 장만한 것이었다. 사실 포인트가 내차지가 된 것도 처음이었다. 늘 차량용 블랙박스며, 내비게이션 등 차에 넣는 용도로 많이 썼었다.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카드도 늘 구멍이 나기 일쑤였다. 신용도에 문제가 될까봐 내 명의 카드는 연체해도 남편 것은 이를 악물고 갚았다. 신용도에 문제가 돼서 한도라도 줄면 큰일이다. 매월 외줄 타듯 날짜별로 기름 값을 메워야 일에 착오가 생기기 않는다. 

기름값 얼마나 아끼느냐가 초보와 베터랑의 차이

한 달이라도 수금에 문제가 생기면... 상상하기도 싫다. 다행히 요즘 남편이 일하는 현장은 수금이 좋은 편이다. 마감 후 40일 후에 결재를 받는데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 주말이 끼면 하루 이틀 정도는 먼저 돈이 들어오니 너무 감사하다. 정말 이런 곳은 처음이다.

그래서 남편도 좀 먼 거리지만 집에서 출퇴근 하는 것을 택했다. 혼자 자취를 하면서 외로움과 싸우다보니 담배와 술이 늘었고, 건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남편은 집에서 출퇴근하기 시작하면서 음식과 운동을 조절했고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40만 원의 추가 지출이 생겼다. 

내색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내 시름은 깊어졌다. 기름 값만 5~6백만 원이다. 많이 버니까 많이 쓰는 것이라고도 하지만 할부금에 수리비에 보험료, 세금 등이 빠져나갈 때면, 월급쟁이들이 부럽다. 장사하시는 분들 어렵듯 이 직업도 남는 게 별로 없어 늘 어렵다. 희망이라면 할부가 끝나는 3년 뒤가 되겠지만 그때쯤이면 수리비가 많이 나와서 다시 차를 바꾸게 될 거라고 하니 아끼고 아끼는 것이 상책일 듯하다.   

남편 말은 그랬다. 원래 기름 값이 1500원~1600원 할 때, 유류비를 35% 정도로 책정해 운임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름 값이 1900원 이상 나오는 요즘엔 유류비가 운임에 45%까지도 나올 수 있단다. 당연히 10% 차이는 기사들이 책임져야할 몫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결국 기름 값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느냐가 초보와 베테랑의 차이가 돼버렸다.

남편 말에 따르면, 저속운행과 정지를 많이 하면 기름소모가 많으니 신호위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보험료가 오르고, 그러면 역시 피해는 또 트럭을 모는 사람의 몫이 된다. 참고로 덤프보험료는 500만 원 정도 되는데다, 사고가 나는 경우 할증료도 많이 오른다. 더구나 덤프의 경우 살짝만 스쳐도 승용차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최근에 차를 파시는 분이 많다고 한다. 남편은 가끔 일이 끝난 뒤에 술자리에 가는데, 대부분 그만두는 사람들 송별회라고 한다. 2년을 넘게 운전을 한 남편도 "나 이것도 못하게 되면 뭐해야 하냐?"라고 내게 묻곤 한다.  40중반에 직장을 명퇴하고 잡은 일이기에 그 사람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겠지. 여긴 대한민국이니까.

덧붙이는 글 | 최유진씨 기사의뢰를 받았습니다.



태그:#유류비, #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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