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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문설주와 멍석, 농기계들 입니다.
▲ 옛스런 풍경이 있는 농촌풍경 전통 문설주와 멍석, 농기계들 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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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얼어붙었던 눈이 녹으며 농촌풍경이 되살아난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밖을 나서는데 시골 마을을 돌아보면 옛이야기가 되살아나고 정다운 풍경들에 마음이 즐겁다.

특히 80세 혹은 90세 되는 어르신이 사는 집에 들르면 옛스러운 정취가 물씬 풍기는 집안 분위기를 구경할 수 있다. 황토로 바른 벽과 문고리가 달린 문설주, 짚으로 만든 멍석도 있다. 나무토막 하나도 귀하게 여겨 구멍을 파 도구로 만들었던 흔적이 있다. 파란 무 시레기를 짚으로 엮어 매달아 놓은 소박한 모습과 손때가 묻은 몽당 빗자루가 정겹다. 봄부터 가을까지 농부와 함게 하던 농 삽, 괭이, 낫, 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벽오동나무가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 어르신 집옆에 있는 벽오동나무 벽오동나무가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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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문밖에는 오래된 벽오동 나무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시린 겨울 하늘아래 서있다. 옛날에는 집안에 딸이 태어나면 벽오동 나무를 심어 시집을 가게 되면 벽오동 나무를 베어 장롱을 만들어서 보냈다고 한다. 자급자족에 의지하던 옛 시절에는 가족이 협동하여 먹거리를 만들고 질서를 지키며 어른을 존중하는 사회로 여겼다.

구정 때 어르신이 있는 집안에서는 며칠 동안 동네 사람들이 단정한 두루마기 차림으로 끊임없이 찾아와서 세배를 하고, 며느리는 무쇠솥에 불을 지펴 떡국을 정성들여 끓여 다과상을 내오던 시절이 있었다. 이웃사람들끼리 덕담을 나누고 새해를 맞던 1970년 그 시절에는 소박하게 먹고 살아도 이웃을 돌아보고 어른은 존경받던 시대로 기억한다.

한겨울의 정겨운 농촌 풍경 입니다.
▲ 닭, 백구,옛문설주, 꽃눈이 있는 한겨울의 정겨운 농촌 풍경 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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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 사이로 수닭 두 마리가 잔뜩 목털을 부풀린 채 서로 노려보며 벼르는데 암닭의 출몰로 수닭 한 마리가 이내 돌아선다. 꼬리치며 나그네를 반기던 강아지 백구는 겨울 동안 훌쩍 자랐다.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는다.

90세 어르신 부부는 봄부터 가을까지 땅콩을 심고 겨울에는 땅콩껍질을 손수까서 파신다.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적게 먹고 근검절약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산 결과라고 한다. 90세 어르신은 아직도 자신이 농사지은 고구마, 땅콩을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베풂을 실천하고 산다.

겨울을 맞아 경운기도 휴식을 취하고 있네요.
▲ 콩깍지를 싣고 있는 낡은 경운기 겨울을 맞아 경운기도 휴식을 취하고 있네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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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경운기가 콩깍지를 담은 채로 겨울의 휴식에 들어가 있다. 농촌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살아온 팔십구십된 노인들의 집을 돌아보면 아직도 옛스런 모습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본다.

푸근하고 정겨운 모습 속에서 마음의 쉼을 얻는다. 집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활 도구들이 자연의 것들로 만들어져 있어 소박하고 정겹다. 복잡한 현대문명의 이기들이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대신에 빼앗아간 것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작은 새들이 나무에서 놀다가 날아 갑니다.
▲ 겨울하늘아래 작은 꽃눈을 형성하는 나무 작은 새들이 나무에서 놀다가 날아 갑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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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나무가지 끝에는 작은 꽃눈을 형성하고 있듯이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작은 꿈이 있다. 찬바람 부는 겨울 하늘 위로 날아가는 철새들도 목적지가 있듯 사람에게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기계문명의 현대화가 낳은 생활의 편리함도 좋지만 우리의 따스한 옛 정서를 되돌아보는 일도 좋은 일이다.


태그:#옛이야기, #농촌풍경, #닭, #백구, #농기구,벽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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