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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CEO의 하루는 역시 비쌌다. 26일 '당일치기'로 한국에 온 래리 페이지(40)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하루 200여 km를 오가는 강행군에도 실속은 제대로 챙겼다.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와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도 성공한 것이다.   

이날 오전 8시쯤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래리 페이지는 곧바로 헬기를 타고 충남 아산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으로 이동했다. 1시간 정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공정을 둘러본 뒤 바로 서울로 돌아와 차로 강남-북을 오가는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하루만에 '아산공장-강남-청와대' 오가는 광속 행보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를 방문한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악수하고 있다(위). 앞서 지난 22일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빌 게이츠는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를 방문한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악수하고 있다(위). 앞서 지난 22일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빌 게이츠는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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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에 온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달리 래리 페이지의 방문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방문 며칠 전에야 청와대와 언론을 통해 방문 사실이 알려졌지만 일정은 비공개에 붙여졌다. 

래리 페이지는 지난 98년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구글을 창업했고 지난 2011년 4월부터 에릭 슈미트 회장 대신 CEO를 맡고 있다. 평소 언론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래리 페이지는 이날 공항에 도착한 뒤 "몇 년 전에도 한국에 온 적이 있다"며 이번 방한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1시쯤 삼성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2시간에 걸친 오찬을 마친 뒤에는 취재진 앞에서 밝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 면담 분위기도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이날 오후 2시 래리 페이지 일행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새벽에 도착해서 바쁜 일정을 하루 종일 보내고 저녁에 출국하는 걸로 안다"면서 "구글은 창의력을 많이 계발하라고 직원들에게 여가를 많이 주는 회사로 알고 있는데 회장은 예외인 것 같다"고 농담 섞인 인사를 건넸다. 배석한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역시 "유튜브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구글과 한국 기업이 협력 관계를 잘 이뤄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걸 참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좋은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국내 기업과의 협력에 호감을 나타냈다. 래리 페이지 역시 "감사하다"고 우리말 인사를 건넸다.

"국가가 위험 분담해줘야 벤처 확대... 싸이 현상 관심"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위한 벤처 생태계 조성 비결을 묻자 래리 페이지는 "학교에서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창업에 나설 수 있었다"면서 "학교 뿐 아니라 국가도 '리스크 테이킹'(위험 분담)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국은 스마트 기술과 환경의 바탕이 이루어져 있어 인력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래리 페이지는 "최근 한국의 싸이 현상에 대해서 놀랍게 생각한다"면서 "재미와 예술을 접목하는 문화적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리콘 밸리도 LA와 근접해 있다는 것이 성공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핵심 가운데 하나인 '정부3.0'을 거론하며 "앞으로 정부부처 간 정보를 공유하고 국민에게도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구글이 이런 정보 교류를 촉진하는 데 좋은 도구를 갖고 있어 잘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구글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은 청와대 초청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래리 페이지의 이날 행보는 그 목적을 놓고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빠듯한 일정에도 헬기까지 이용해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둘러본 것은 삼성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이날 회동 직후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면서 "래리 페이지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휘어지는(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초기단계인 '플라스틱 OLED'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유리 소재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잘 깨지지 않아 구글의 웨어러블(사람 몸에 직접 착용하는) 컴퓨터인 '구글 글래스'에 적합한 소재다.

이날 회동에는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담당 사장 등 핵심 인사가 총출동했고, 구글 쪽에서도 니케시 아로라 수석부사장(최고사업책임자)과 안드로이드·크롬 운영체제(OS)를 담당하는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배석해 무게를 실었다. 마침 구글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를 탑재한 갤럭시S4를 출시한 시점이라 이들의 만남은 더 눈길을 끌었다.

래리 페이지 방한을 계기로 구글을 둘러싼 각종 정부 규제가 풀릴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국가 안보 문제로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이 금지되면서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 지도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국내에선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 글래스나 무인자동차가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지금까지 국내 인터넷업계의 대표적 족쇄였던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역시 유튜브의 거부를 계기로 여론화돼 결국 폐지되기도 했다. 

래리 페이지는 이날 오후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한 뒤 저녁 비행기로 출국할 예정이다.


태그:#구글, #래리 페이지, #삼성전자,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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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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