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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및 면책신청을 하면서 진술서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을 밝혔다면, 비록 진술서 양식에 기재된 '형사재판을 받은 경험'을 묻는 항목에 '없음'이라고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는 항고심 판단이 나왔다.

신청인의 진술서가 모순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경우 법원이 '파산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한 때'라고 판단해 신청을 기각할 것이 아니라, 보정명령을 내거나 심문기일을 지정해 지적한 후 신청인에게 모순되거나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는 이유를 밝히고 바로잡도록 한 다음에 판단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항고심 재판부는 이런 법원의 기계적 판단을 지적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원의 자세와 임무라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을 접근하고 판단해 눈길을 끌었다.

경남 통영시에 사는 K(52)씨는 작년 1월 창원지방법원에 파산 및 면책신청을 하면서 진술서(각급 법원에서 통용되는 양식)를 제출했다. 그런데 그 진술서 양식의 일반항목의 '사기죄, 사기파산죄 등으로 고소되거나 형사재판을 받은 경험'을 묻는 것에 대해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K씨는 2006년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양식사료 시가 121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는 내용의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2011년 7월 창원지법에서 양식어류 시가 97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는 내용의 사기죄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에 K씨의 파산 및 면책신청을 맡은 1심 창원지법 단독판사는 2012년 9월 K씨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K씨가 허위사실을 기재한 진술서를 제출해 '파산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09조 제1항 제5호에서 파산신청 기각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파산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한 때'란 채무자가 법에서 정한 신청서의 기재사항을 누락했거나, 첨부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법원이 보정을 촉구했음에도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1심에서 신청이 기각되자 이에 불복한 K씨는 "진술서 내용에 형사처벌을 받은 것을 밝혔다"며 즉시항고 했고, 창원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이정렬 부장판사)는 지난 3일 "1심 결정을 모두 취소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토록 하기 위해 창원지법 단독판사에게 환송했다"고 결정했다.

이 사건 주심을 맡은 강성진 판사는 K씨의 진술서 말미에 "경매금액이 받은 금액보다 모자라니까, (채권자가) 저를 고소해 무고죄와 사기죄로 구속돼 약 4개월 살다가 집행유예로 출소했는데"라는 내용이 기재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비록 K씨가 진술서 내용을 허위로 기재하기는 했으나, 즉시항고인이 진술서 말미에 사기죄로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사실을 서술하고 있는 이상, 진술서의 일반항목에 이와 다른 사실을 기재한 사정만으로는 '파산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즉시항고인이 제출한 진술서 자체에 모순되는 점이 있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보정명령을 내거나 심문기일을 지정해 지적한 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모순되거나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는 이유를 밝히도록 해, 파산신청이 그야말로 '성실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1심 법원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신청을 기각한 사실이 인정되는데다가, 즉시항고인이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기죄의 범죄사실은 물품대금을 편취했다는 것이어서 그다지 악의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즉시항고인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청의 성실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도 없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즉시항고인의 신청을 기각한 1심 법원의 조처는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1심 결정의 위법함을 지적하는 즉시항고는 이유 있으므로, 1심 결정을 모두 취소하고, 즉시항고인에게 파산을 선고할지 여부를 심리하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을 1심인 창원지법 단독판사에게 환송하기로 결정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창원지법, #면책 파산신청, #이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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