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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부터 12일까지 학생 한 명과 인솔 교수 두 명이 이키시마 섬과 규슈 중부 지역을 사전 방문하고,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학생 9명과 인솔 교수 세 명이 규슈 중부 지역과 아마미오시마 섬을 찾아서 민속 답사여행을 했습니다. 이 두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끼고 겪은 일들을 '규슈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이어집니다. - 기자 말 

       아마미오시마 섬 북동쪽 아마미시 가사리초 마을과 사탕수수밭 그리고 산호로 덮인 바닷가입니다. 지상 150 미터 부근 북쪽에서 찍은 것입니다.
 아마미오시마 섬 북동쪽 아마미시 가사리초 마을과 사탕수수밭 그리고 산호로 덮인 바닷가입니다. 지상 150 미터 부근 북쪽에서 찍은 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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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3박 4일 간 아마미오시마 섬에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기사에서는 지금 아마미오시마 섬에 가면 먹을 수 있거나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소개했습니다.

위 기사를 쓰고 난 다음 과연 아마미오시마 섬사람들은 원래 그런 먹거리를 먹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정답을 찾았습니다. 그곳 사람들이 처음부터 게이한(鷄飯)이나 돼지 족발을 굽거나 삶아서 먹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번 아마미오시마 섬의 노로 당골을 소개할 때 그들은 돼지감자나 뚱딴지, 고구마를 찌거나 삶아서 노로 당골에게 제물로 올리고 그것을 모두 나눠먹는 것을 말습니다. 여기에 정답이 숨어있었습니다. 노로 당골이 땅속줄기나 뿌리의 열매를 제물로 신에게 올리면서 많은 수확을 기원하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고 꼭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곳 아마미오시마 섬사람들은 원래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아서 먹거나 땅 속 줄기나 뿌리를 캐서 먹고 살았습니다. 그것들이 이곳 따뜻한 섬 땅에 원래 있었고 잘 자랐기 때문입니다.

       소철나무로 뒤덮인 마을 뒷산입니다.
 소철나무로 뒤덮인 마을 뒷산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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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아마미오시마 섬에서 잘 자라는 것이 소철나무입니다. 섬 서북쪽 산기슭에 소철 자생지가 있습니다. 옛날 먹을 것이 귀했을 때 사람들은 소철 열매나 줄기를 먹었습니다. 11월 무렵 아카나리라고 하는 소철 열매가 붉게 익으면 이것을 따서 발효시킨 다음 절구통에 찧어서 익혀서 먹었습니다. 이것을 나리가유라고 합니다.

소철나무에서 열매를 따고 쓸모가 없어진 줄기는 50 센티 크기로 잘라서 줄기를 장작처럼 갈라 열흘 정도 덤불로 덮어두면 발효가 되어서 부드러워집니다. 이것을 절구통에 넣고 찧어서 물에 담가놓으면 바닥에 검은 전분이 가라앉습니다. 이것은 센가유라고 하는데 햇볕에 말려서 불에 익혀 먹었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사람들이나 일본 사람들 역시 세계이차대전 전후 어렵게 살았습니다. 이 소철 줄기에는 독이 있어서 충분히 말려서 먹어야 했는데 굶주림에 지쳐서 채 마르지 않은 것을 먹고 죽은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벼를 재배했습니다. 비교적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벼농사는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논이 좁고 섬에 물이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천수답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벼농사는 부지런히 거두면 두 번도 지을 수 있었고, 한번 수확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다시 벼가 나서 여물기도 합니다.

       땅속뿌리나 줄기를 캘 때 사용하는 독특한 호미로 크기가 여러 가지입니다. 아마미시립박물관 전시품입니다.
 땅속뿌리나 줄기를 캘 때 사용하는 독특한 호미로 크기가 여러 가지입니다. 아마미시립박물관 전시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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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천수답으로 물이 귀하기 때문에 비가 올 때마다 늘 논에 물을 가누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쟁기로 갈기보다는 소를 논에 넣어서 밟고 다니게 했습니다. 그 뒤 논을 고르고 모내기를 했습니다.

논은 대부분 섬 가장자리에 많습니다. 이곳은 원래 산호가 자라던 곳인데 바다가 솟아올라서 논을 만든 곳입니다. 그래서 토질에 벼농사에 적합하지 않아서 큰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일본의 농업 정책에 의해서 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사람들이 지금의 일본 가고시마현에 있었던 사츠마한의 지배를 받으면서 1851 년 사탕수수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사탕수수를 수확하여 즙을 짜기 위한 작은 집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사타야라고 합니다. 사탕수수 재배는 섬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키가 큰 사탕수수를 베어내서 긴 잎사귀를 없애고 줄기를 가져다가 즙을 짜는 사타구르마에 넣고 돌려야 했습니다.

       사탕수수 줄기를 넣어서 즙을 짜내는 기계로 이곳에서는 사타구르마라고 합니다. 위에 긴 장대를 소 멍에에 묶어 돌리면서 아래 네모난 구멍에 줄기를 넣습니다.
 사탕수수 줄기를 넣어서 즙을 짜내는 기계로 이곳에서는 사타구르마라고 합니다. 위에 긴 장대를 소 멍에에 묶어 돌리면서 아래 네모난 구멍에 줄기를 넣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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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구르마에 넣고 돌려서 사탕수수에서 즙을 짠 다음 산호를 구운 다음 갈아서 만든 가루를 사탕수수 즙에 섞어놓으면 사탕수수 즙의 부패와 산화를 방지하여 보관이 쉬웠다고 합니다. 사탕수수 재배가 힘들고 어려워 한때 섬사람들은 자신이 사탕수수 지옥에 산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쌀은 100 퍼센트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천수답인 이곳의 논은 거의 대부분 흙을 넣고 밭으로 만들어서 사탕수수를 재배합니다. 사탕수수는 건조한 밭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이곳에 적합한 농작물이라고 선택된 것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기계로 베어서 잎사귀를 없애고 즙을 짜는 공장으로 보내서 가공을 합니다. 전에는 사탕수수밭에 성개 껍질이나 소철나무 잎사귀를 넣어서 거름을 했습니다. 지금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51년 이후 이곳에 호박과 가지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가지는 중간에 잘 자라지 못해서  사라졌지만 호박은 농가에서 나온 소똥으로 만든 거름을 넣고 키웠는데 지금까지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호박은 9월에 씨를 뿌려서 12월에서 1월 사이에 호박을 따기 때문에 일본 본토의 겨울철 시장에 팔 수 있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 바닷가는 대부분 산호로 덮여있습니다. 산호는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살 수 있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섭씨 18 도 이상을 늘 지켜야 하고, 수심 40미터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맑아야 합니다.

산호는 이런 조건에서 햇볕을 받아서 광합성을 합니다. 산호는 광합성을 통해서 산소를 내놓습니다. 그래서 산호초 부분에는 물고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생명체들이 서식합니다. 산호초로 뒤덮인 바닷가에 물이 빠지면 산호가 담이 되어 바닷가 파도를 막아주어 천연 수영장이 됩니다. 그리고 산호초 사이에서 자라는 여러 가지 바다생명체들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사람들은 땅속줄기나 뿌리, 소철나무 열매나 줄기, 사탕수수, 쌀, 호박이나 가지 등등 열대 농작물을 이것저것 가꾸어 왔습니다. 그래도 역시 바닷가 섬사람들은 바닷물고기를 잡아서 살아왔습니다. 이것 역시 산호초가 가져다준 자연의 선물입니다.

       길 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탕수수입니다. 봄에 일찍 심으면 가을에 걷을 수 있고, 여름 늦게 심으면 다음 해 수확합니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큽니다.
 길 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탕수수입니다. 봄에 일찍 심으면 가을에 걷을 수 있고, 여름 늦게 심으면 다음 해 수확합니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큽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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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수도 이사오편,  미야모토츠네이치와 걷는 소와 시대의 일본, 농문협, 2011.6
참고 누리집: 아마미 시립 박물관, http://www.city.amami.lg.jp/bunka/kyoiku/bunka/hakubutsukan/shokai.html, 2013.9.11.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아마미오시마 섬, #사탕수수, #소철나무, #호박, #벼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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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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