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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이 되자 연예인들의 SNS에는 수많은 인증 사진과 글들이 올라왔다. 스타들은 팬에게 선물받은 빼빼로를 찍어서 올리기도 하고 웃음을 지으며 본인들이 받은 선물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했다. 또 내가 다니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수많은 남녀가 잘 포장된 빼빼로를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아는 선후배에게 혹은 교수님께 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커플인 경우, 설레는 날이 될 수도 있고 부담이 되는 날일 수도 있다. 반대로 짝이 없는 사람은 슬프고 우울할 수도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인식한다. 10월 말부터 동네 슈퍼부터 대형마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 상품들이 진열되고 사람들에게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에요"라고 각인시킨다. 이런 빼빼로 데이가 상업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언론과 인터넷 매체에서는 '농업인의 날'을 언급하며 가래떡 데이라고 표현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유명 아이돌 멤버(비스트의 양요섭)가 지난 10일 본인의 SNS에 글 하나를 올렸다. "내일이 무슨 날일까요?" 그리고 그 뒤로 다음 글이 이어졌다.

"바로 농업인의 날이자 지체장애인의 날 그리고 해군창설 기념일이라고 하네요. 저도 11월 11일 하면 막대과자부터 생각났는데 부끄럽네요! 암튼 내일은 굉장히 뜻 깊고 좋은 날! 잘자요!"

다른 연예인들이 11월 11일을 단순히 '과자 먹는 날' 혹은 '과자 먹는 걸 인증하는 날'로 생각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숫자 1이 모인 날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11월 11일이 지체장애인의 날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지체장애인의 날은 국가에서 정한 '장애인의 날'과는 별개로 사단법인 지체장애인 협회가 2001년부터 하나의 특별한 날로 제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개 사단법인이 제정한 날이 과연 중요할까'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왜 11월 11일을 지체장애인의 날로 정했는지 알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11월 11일은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숫자 1로 구성돼 지체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직립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스스로를 첫 번째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시·도 장애인 등록현황)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장애인 수는 251만 여 명으로 그중 132만여 명이 지체장애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장애인 인구 중 52.6%가 지체장애인인 것이다. 이는 한국의 전체 인구수로 대비해 봐도 2.6%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숫자다. 주위 사람 백 명 중에 두 명에서 세 명은 지체장애를 겪고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그들은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비장애인들은 지체장애인들을 낯설어하고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지체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들의 불필요한 관심과 지나친 호의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11월 11일을 단순히 빼빼로 데이로 보내기보다는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나와는 조금 다른 이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도 비장애인으로서 그들을 이해할 수도, 그들의 입장이 될 수 없기에 이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지체장애인의 날'을 맞아 그들이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직립하길 기원한다.


태그:#지체장애인의 날, #양요섭 개념발언, #빼빼로 데이, #농민의 날,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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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언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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