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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가 필요해> 책표지.
 <연애가 필요해> 책표지.
ⓒ 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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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

SBS 배성재 아나운서가 박선영 아나운서와의 열애설이 불거지자 해명한 말이다. 아무리 애국자라도 위기에 빠진 나라까지 걱정하면서 연애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명성 발언이라지만 재치와 위트, 밝은 유머가 넘친다. 은근한 현실 풍자도 느껴진다.

애초에 사랑과 연애는 나라 걱정 따위와는 전혀 무관하게 굴러간다. 자기를 낳아준 부모도 '배신'하는 게 사랑이고 연애 아닌가. 사랑과 연애의 막강한 힘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전쟁터에서도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아니, 우리는 차라리 그런 전장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뜨거운 사랑과 연애를 갈구한다. 연애는 생존의 토대이자 이유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연애하지 않은 채 '모태 솔로'로 청춘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장기 경기불황과 취업 때문이라고들 한다. 내일을 알 수 없게 하는 불안한 현실을 이유로 드는 사람도 많다. 용케 연애하더라도 결혼이나 출산을 무작정 미루는 이들도 많아졌다. 서늘한 시대의 단면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연애가 필요해>는 오랫동안 솔로로 지낸 이들을 위한 일종의 연애 안내서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연애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내비게이션이다. '모태 솔로'의 현실 자각에서부터 연애의 워밍업, 본격적인 연애를 위한 준비와 실전(?) 노하우 등이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펼쳐진다. 연애 못하는(저자는 모태 솔로가 절대로 연애를 '안 하는' 게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그녀들'을 위한 것이지만, '그남들'이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연애는 언제 해야 할까. 사람들은 대개 무슨 일이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어른들 말이 대표적이다. 공부의 '때'는 대개 10대 중고등학교 시절이다. 그런데 내 경험에 따르면, 그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공부는 10~20대에 많이 해야 하지만, 그뒤에도 열심히 공부(이때의 '공부'는 10대 시절의 '공부'와는 상당히 다르다.) 하지 않으면 결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없다. 공부의 적령기는 없다!

연애는 어떨까. 많은 사람이 연애와 사랑의 시간을 결혼 적령기 등과 연관시켜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나이에 어울리는 연애 감정이 있으며, 그 나이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때'라고 강조한다. 결혼 적령기는 있겠지만, 연애에 있어 적령기는 없다는 말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당신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연애를 해야 하는 '때'다. (13쪽)

자, 어떻게 연애를 해야 하나. 먼저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모태 솔로'인가. 저자의 말을 쫓아가 보자. 모태 솔로는 흔히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같은 사람들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 주변에는 정말 친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친절하고 사교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들은 왜 연애를 하지 못하는 걸까.

모태 솔로들은 여기서 큰 착각을 한다. 모든 연애에서 결정권은 자신이 가지고 있으며, 지금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오직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21쪽)

그들이 연애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저자가 가장 최악의 모태 솔로를, 주변에서 자신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다음과 같은 말들은 또 어떤가.

몇몇 여자들은 내가 너무 완벽해서 주변 남자들이 감히 대시를 못하는 거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미안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당신이 충분히 매력적이고 매혹적이라면 세상의 늑대 같은 남자들이 가만 놔둘 리 없다. 또한 이성 친구들이 많다고 스스로를 매력적이라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들이 왜 당신을 연인이 아닌 그냥 친구의 카테고리에 분류했겠는가. 그건 친구로서는 괜찮지만, 이성으로서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28쪽)

가슴 쓰리지만, 구구절절 맞는 얘기들이다. '매력'이나 '매혹' 얘기가 나왔으니 한 번 생각해 보자. 정말 '나'에게는 매력이 있는가 없는가. 저자는 매력이라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애 경험이 없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매력'이라는 말이다. 이때에는 적극적인 용기를 가지고 연애에 발을 담그는 게 저자의 해법이다. 이와 달리 매력이 없어서 이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솔로들은 어떻게 하나.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매력을 찾아야 한다.

실수와 실패 없는 연애는 없다. 연애에는 필연적으로 격정과 침체,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정해진 절대 불변의 공식이나 매뉴얼도 없다. 일단 부닥치는 게 중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영원히 변치 않을 연애의 '공식'이 아닐까. 그런데 어떻게 부닥치나.

연애에 통달한 친구는 연애에 도움되지 않아

저자에 따르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연애에 방해가 되는 친구들을 훑어보고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연애에 통달한 것처럼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친구들은 결코 연애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연애의 주체는 철저히 당신이 되어야 한다.

또 좋은 여자, 멋진 여자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먼저고 그다음에 좋은 여자와 남자가 있다. 당신이 친구도 없고 인간관계도 제한적이라면, 세상이 당신을 몰라주는 게 아니라 당신의 '사람 됨'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먼저 '좋은 사람'이 되자.

그렇다면 "만나기 부담스러운 스타일"은 명백하다. 저자가 말하는 여섯 가지 '부담스러운 스타일'을 보자. '남자야? 여자야? 여성성 제로', '도움 따윈 필요 없어, 모든 걸 혼자서 척척', '사연 있고 청승맞아 보여', '엄두가 안 나, 콧대가 하늘 끝까지 맞닿은 여자', '남자가 아니라 머슴이 필요한 공주 타입', '더 이상 다가오지 마, 철벽 치는 여자' 등등.

이런 여자들은 정말 구제 불능의 모태 솔로일(솔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이성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사막형', 주변에 아는 남자는 많지만 애인은 없는 '풍요 속의 빈곤형', 남자 없이도 뭐든지 척척 하는 '커리어우먼형', 텔레비전 속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드라마형', 이 남자는 이래서 저 남자는 저래서 안 돼 하며 이것저것 재는 '저울형' 같은 사람 말이다.

용기를 내어 연애에 발을 담갔다. 자기 점검도 끝냈고, 이런저런 마음의 준비도 마쳤다.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노하우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 있게 "연애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방법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들이다.

노하우의 첫 번째 항목으로 든 "상대에게 맞추고 주도권을 잡아라"를 보자. 자신을 상대에게 맞추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때에 따라서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처럼 본래 자신의 모습을 감춰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스스로에게 반감이 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상대에게 맞추고 이해해줌으로써 '그남'이 당신을 이상형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상대에게 맞추'는 일이 무조건적인 순종이 아니라 주도권을 쥐게 되는 현명한 연애 공략법이 되는 이유다.

'굿바이 솔로'를 위해 "그 앞에서 꺼내선 안 될 말 말 말"도 소개해 본다. 무심코 하는 다른 남자 이야기. 세상 남자들이 가장 압도적으로 싫어한다. 끊임없는 지적질과 잔소리. 특히 남자들의 (생명인) 자존심을 건드리는 돈·자동차·집안 문제 등은 하지 않는 게 기본이다. 끊임없는 타인의 험담. 이건 기본적인 '인간 됨'의 문제와도 관련되므로 금물이다. 자나 깨나 연예인 이야기.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금방 이해되는 말이다. 눈치 없는 내 자랑. 속 비어 보이는 여자로 보이기 십상이다. 꼬치꼬치 따져 묻기. 누구에게나 프라이버시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하루만 연락이 안 되어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대는 여자는 정말 최악이다.

인간은 유일하게 '연애'가 가능한 동물

차가운 겨울이다. 허전한 옆구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짓는 모태 솔로들에게는 최악의 계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숨만 내쉬고 있는 당신을 신은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지 않는가.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유일하게 '연애'가 가능한 동물이라고.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마음을 활짝 여는 일이라고.

누군가가 다가오거나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밖이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눈보라 치는 겨울일지라도 당신은 그곳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 당신에게 따뜻한 마음과 체온을 전해줄 누군가는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218쪽)

무턱대고 차가운 벌판으로 갈 필요는 없다. 저자는 명주 고르다 삼베를 고른다는 말을 인용한다. 지나치게 고르지 말고 적당히 주변에서 적당한 짝을 찾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말이다. 당신에게는 오랫동안 친구처럼 지내온, 그러면서도 남 주기 아까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남자에게 살짝 '사심'을 가지면 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당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슬쩍 어필하는 것.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 향수 등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그남'이 목석이 아니라면 당신의 '사심'을 결코 허투루 보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연애의 계절이 봄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연애의 계절은 사시사철이다. 오히려 모태 솔로들의 옆구리가 더 시려지기 쉬운 지금이 연애를 하기가 더 낫지 않을까. 아주 조금이었지만,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한 친구 같은 '그남'에게 연락을 해 보라. 날이 차가우니 뜨거운 순댓국에 소주 한 잔 사 주세요. 내가 '그남'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것이다. 인생선배(?)로서 한 마디 덧붙이건대, 남자들 중에는 나 같은 '그남'이 의외로 많다. 사십대인 나만의 '착각'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덧붙이는 글 | <연애가 필요해> (박진진 지음 | 미호 | 2013. 11. 7 | 223쪽 | 13,000원)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연애가 필요해 - 모태 솔로에게 전하는 가장 솔직한 현실 연애

박진진 지음, 미호(2013)


태그:#<연애가 필요해>, #박진진, #미호, #모태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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