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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승리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한국시각) 베키르 보즈다 터키 법무장관은 "정의개발당(AKP) 대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터키 국민이 처음으로 선출한 대통령"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실시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하며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멜레딘 이흐산오울루, 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의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등 야당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터키는 의원내각제에서 지난 2007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다.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지만 1차례 연임할 수 있다. 2003년 취임 후 이후 2차례 연임해 이미 11년째 터키를 통치하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대선 승리로 새로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11년째 총리' 에르도안, 앞으로 10년 더?

에르도안 총리는 강력한 지도력과 대중적 인기를 앞세워 2002년 총선을 시작으로 모든 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승리를 이끌어온 터키 정계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날품을 팔며 대학을 다닌 에르도안 총리는 22세 때 이슬람계 정당 국가구원당의 청년지부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투신했다.

1994년 불혹의 나이에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인지도를 얻은 에르도안 총리는 2001년 이슬람계 정당인 정의개발당을 창당해 대표가 됐고, 이듬해 총선에서 의회 전체 의석의 66%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터키 사상 첫 이슬람계 단독 정부를 출범시켰다.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과 소득이 낮은 빈곤층과 급진 이슬람 수니파의 탄탄한 지지에 힘입어 2007년과 2011년 총선에서도 연거푸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한 에르도안 총리는 내친김에 대선까지 출마해 터키의 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에 올랐다.

그러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세속주의를 약화시키고 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하며 이슬람 성향의 정책을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등 마치 독재 정권처럼 장기 집권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비리 폭로에도 끄떡 없는 에르도안 지지율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자기 아들과 함께 거액의 비자금 은닉과 뇌물수수를 상의하는 전화 통화와 야당 대표의 연설이 전파를 탈 수 없도록 방송사를 압박하는 내용의 도청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 폭로됐다.

여기에 앙카라, 이스탄불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경찰이 무력 대응하면서 유혈 충돌이 발생하자 국제사회까지 에르도안 총리를 비난하며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에르도안 총리는 도청 자료가 조작된 것이라며 오히려 강경하게 맞섰고,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또한 총리 집권 기간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달성했고, 사회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대선 유세에서 "대통령 집권 기간 터키의 민주주의와 경제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터키라면 불가능한 꿈도,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마찰이 끊이지 않았고, 에르도안 총리에 맞설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에르도안 총리는 1차 선거에서 승리하며 비교적 손쉽게 당선됐다.

터키는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의원내각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총리는 행정 수반으로서의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며, 취임 후 곧바로 대통령제 전환을 위한 개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벌써 다음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사도 나타냈다.


태그:#에르도안 , #터키 대통령, #직선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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