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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밴드 '이든'. '착한밴드'라는 말에 끌렸다. 정미영(49) 밴드 대표와 통화한 후 다음날인 2월 24일 밴드 정기연습 하는 날 부평3동에 있는 그들의 연습실로 찾아갔다. 그들의 첫인상은 '착하다'보다 '발랄하다'는 이미지가 제격이었다. 심하게 발랄해 다소 산만하게도 느껴졌지만, 인터뷰하는 내내 시종일관 유쾌했다.

착한밴드 '착한'

오른쪽에서 왼쪽순으로 정미영씨, 이소정씨, 정재영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순으로 정미영씨, 이소정씨, 정재영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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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대표이자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하고 오카리나와 멜로디언을 연주하는 정미영씨.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해 밴드의 노래 대부분을 작곡하며 신시사이저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이소정(43)씨. 기타 연주와 가끔씩 작곡도 한다는 정재영(43)씨 등 세 명과 집단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스로 늙은 밴드라 웃으며 말하지만, 기자의 질문에 서로 얘기를 가로 막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들이었다.

이소정씨는 "밴드 이름을 고민하다 미영 언니가 순 우리말을 검색했어요. '이든'이 '착하고 어진'이란 뜻인데 착한 노래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제격이라 생각했죠"라고 밴드 이름에 담긴 의미를 들려줬다.

이 세 명 외에 멤버가 두 명 더 있다. 최근에 팀에 결합해 퍼커션을 담당한 이창용(31)씨와 창단멤버였지만 지금은 객원멤버로 함께 공연하는 김욱(54)씨다.

이들은 2011년에 밴드를 결성했다. 하지만 20대부터 각자의 위치에서 음악을 계속 하고 있었다. 2010년 인천문화재단에서 지원한 공연 '화음'을 하며 정미영씨와 이소정씨가 만났고, 2011년 5월에 부평역사박물관에서 기획한 공연을 하며 정재영씨를 만났다.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공연했는데 유독 우리 셋이 음악과 성격면에서 잘 맞았어요. 사실은 다른 사람들은 젊은데 우리는 나이도 좀 있고 혈액형도 모두 A형인지 잘 통하더라고요(웃음)."

정재영씨의 말에 모두 동의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음악면에서 무엇이 맞았는지 구체적으로 묻자, 정미영씨가 말한다.

"들어서 마음이 편해지고 심플하고 착해지는 음악이요. 음악 얘기를 하다보면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가 비슷한 게 많아요. 아무래도 같은 세대라서 그런가 봐요. 우리끼리 힘을 합치면 뭔가 새로운 게 나올 거 같았어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자연주의 힐링음악'이라 할 수 있죠.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나면 힐링된다고 하더라고요. 위로와 쉼을 준다고요."

그러고 보니 이들이 사용하는 악기에는 시끄러운 게 없다. 플루트, 오카리나, 아코디언, 우쿨렐레 등은 물론이고 타악기도 젬베, 윈드 차임 등 잔잔한 소리를 내는 것들이다. 이에 정미영씨는 "우리는 무자극 또는 저자극 음악을 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돈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돈 때문에 흔들리기도

밴드 멤버들은 공연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개인 레슨으로 돈을 벌거나 여러 가지 공모사업에 응모해 재정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좋은 취지로 하는 공연이라면 공연비가 없거나 적더라도 마음을 내 출연하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공연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들은 이른바 경제적 개념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돈 때문에 위기가 찾아왔다. 작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광역시에서 주최한 '2014 광주사직국제포크콘테스트'에서 영예의 대상으로 상금 10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상금을 받고 힘들었어요. 사실 상금 받으면 어떻게 할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해 1등을 하고 나니 멤버들의 생각이 다 달랐죠. 의견 충돌로 밴드를 해체하자는 생각까지 했는데, 결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팀을 만든다고 새로울 건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이소정씨의 말에 성원들 모두 동의를 표했다. 또한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번 일을 계기로 비온 뒤에 땅이 굳듯 더욱 단단해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심사위원들의 평이 기억에 남는다는 정미영씨는 "위원들이 포크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봤다는 과찬해주셨어요. 다른 팀은 기존처럼 기타를 중심으로 연주했다면, 우리는 다양한 악기를 사용했고 노래 중간에 아이리시풍의 신비스럽고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게 독특하다고 하시더라고요"라고 했다.

악보가 안 외워지지만 손 떨릴 때까지 음악 하고파

멤버들의 연령대가 낮지 않다 보니 서로 배려하고 감정 조율하는 게 다른 팀보다 낫다며 어려움도 나이의 강점으로 이겨낸 것 같다고도 했다.

이소정씨는 "보통 밴드를 하는 사람들은 20대나 30대가 많아요. 우리는 사실 고령인 거죠. 요즘은 가끔 악보를 빨리 못 보거나 외워지지 않아 절망스러울 때도 있어요. 김창남 음악평론가이자 성공회대 교수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분도 지인들과 좋아서 밴드를 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 가사가 빨리 안 외워지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한다는 걸 보고 위안이 됐어요"라며 "우리가 하려는 착한음악을 사람들이 후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착한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켜라' 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들은 음악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악,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음악,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으로 나눈다. 음악 테크닉에선 젊은 사람들을 못 당하지만, 마음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거나 즐겁게 하는 음악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수 있겠다고도 했다.

'이든'의 노래는 자연을 노래하는 곡이 많다. 달팽이, 시냇물, 섬 등이 자주 등장하고 환경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미영씨는 "그래서인지 환경 관련 행사에 우리를 자주 섭외하더라고요. 지구의 날 행사, 저어새 축제, 계양 반딧불이 축제, 제주도 강정마을 공연 등에 참가했어요. 예전에 제가 계양산 골프장 반대 촛불문화제 때 오카리나 솔로 공연을 많이 한 게 인연이 된 것이기도 하고요"라며 2012년 9월에 파주·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주관으로 파주출판단지 내 텔레토비 동산에서 열린 레카토 공연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레가토란 음악에서 계속되는 음과 음 사이를 끊지 말고 원활하게 연주하라는 표로, 레가토 공연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제주 강정마을까지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자는 취지의 콘서트였다. '이든'이 공연하기 전 폭우가 쏟아져 걱정했는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관객들이 앙코르까지 요청해 감동적이었다며, 이후 파주환경운동연합 행사 때 유명한 다른 팀들도 있었는데 '이든'을 초청해 영광이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이소정씨는 "우주정거장이 있다면서요? 우리가 우주정거장에서 처음으로 공연하는 밴드가 되자는 말을 얼마 전에 했어요(웃음). 최고의 밴드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고 다만 할 수 있을 때까지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고 사람들 주변이나 멀리 있지 않은 곳에서 계속 노래하고 싶어요. 손 떨릴 때까지 할까요?(웃음)"라고 했다.

착한밴드 '이든'은 지금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5월 30일에는 홍대 근처에 있는 클럽에서 쇼케이스를 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착한밴드, #이든, #정미영, #이소정,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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