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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에는 폐허처럼 보여졌던 신당창작아케이드 지하상가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중앙시장 지하상가의 상인들은 점점 떠나가기 시작했다. 출입구쪽을 제외하면 중앙의 거의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아 폐허로 남아있게 됐다.
▲ 초창기 폐허로 남아있던 신당창작아케이드 지하상가 초창기에는 폐허처럼 보여졌던 신당창작아케이드 지하상가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중앙시장 지하상가의 상인들은 점점 떠나가기 시작했다. 출입구쪽을 제외하면 중앙의 거의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아 폐허로 남아있게 됐다.
ⓒ 신당창작아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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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주방가구, 곱창...그리고 재래시장.

중학교 때 친구들과 용돈을 모아 사먹던 떡볶이의 추억. 왕십리뉴타운으로 몇몇 가게는 터를 옮겼지만 지금도 늦은 저녁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곱창 골목. 전국에 있는 주방가구는 다 모인것 같은 복잡한 도로... 이곳은 신당동이다.

대형마트가 동네 깊숙히 침투하면서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재래시장을 멀리하게 됐다. 서비스로 받는 덤과 에누리하는 재미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은 점점 더 뜸해졌다. 이런 위기를 인식해서일까? 재래시장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몇 해 전부터 여기저기 시도됐다. 대부분의 지자체, 관할지역은 막대한 시설보조금을 쏟아붓는 보강공사를 진행했다. 투입되는 금액만큼 시장이 되살아났을까? 아직도 물음표다.

재래시장 구하기...다양한 시도들

재래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통시장 상품권을 비롯해 대형마트에 휴일을 지정했고, 근처 도로에서는 주차단속을 유예해주는 탄력적 움직임도 선보였다.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래시장 구하기 작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듣도 보지도 못한 시도로 주목받는 곳이 있다.

퇴계로 신당역 앞에는 중구의 대표 시장인 서울중앙시장이 있다. 물론 황학사거리에서 성동공업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마장로 주방가구거리에서도 반대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닭, 돼지의 부산물로 유명한 이 시장은 서민들의 술안주로 즐겨먹는 곱창, 순대, 닭발 등이 대표적인 먹거리다. 한때는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더불어 서울의 3대 시장으로 통하는 전성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부터 하나둘씩 떠나는 상인들을 막지는 못했다.

시장을 걷다보면 형형색색의 캐릭터가 그려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10번 출입구'라고 씌여진 입구를 내려가면 지하쇼핑센터가 보인다. 가운데 통로를 따라 양쪽으로 유리창 가게들이 몇 백미터 이어진다. 입구에는 몇 평 남짓한 횟집과 이불가게가 모여있다. 지하상가에 횟집과 이불집이 공생한다? 더욱 놀라운 건 조금 더 걸어가면 섬유, 도자, 종이, 금속 등을 활용해 예술품을 만드는 공방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곳이 바로 예술로 재래시장을 살린 '신당창작아케이드'이다.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되살린 문화예술의 발화점

중앙시장의 대표 축제 '황학동 별곡'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한 '황학동 별곡' 축제는 신당창작아케이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상인자녀와 예술가가 상인 100명을 인터뷰해 캘리그라피 작품을 설치한 '100인의 이야기'를 2013년에 진행했다. 또한 작년에는 예술가와 상인의 공통분모인 앞치마 400개를 제작해 축제가 끝난 후 상인들에게 선물로 증정한 바 있다.
▲ 중앙시장의 대표 축제 '황학동 별곡' 중앙시장의 대표 축제 '황학동 별곡'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한 '황학동 별곡' 축제는 신당창작아케이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상인자녀와 예술가가 상인 100명을 인터뷰해 캘리그라피 작품을 설치한 '100인의 이야기'를 2013년에 진행했다. 또한 작년에는 예술가와 상인의 공통분모인 앞치마 400개를 제작해 축제가 끝난 후 상인들에게 선물로 증정한 바 있다.
ⓒ 신당창작아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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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이불가게, 공방이 약 400미터에 이르는 기역(ㄱ)자 형태의 좁은 지하상가에 모여있다. 이 공방은 2000년대 말 컬처노믹스 전략에 따라 도심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된 '서울시창작공간' 중 하나이다. 버려진 지하상가를 공예 중심의 예술가 공방으로 제공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에 시작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죽어가는 중앙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전에는 장사가 잘 됐는데... 처음에 외부사람들이 여기 들어온다 했을 때, 깜짝 놀랐어! 미운사람들 올까봐... 장사에 방해될까봐 걱정도 많이 했었지. 그래도 예전에 쓸쓸하게 비어있는 것보단 좋잖아? 젊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생기도 돌고 사람사는거 같기도 하고...다 좋지 뭐..."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시도했던 예술과 시장의 접목이 처음부터 상인들의 마음을 얻은 것은 아니였다.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예술이 웬말이냐?'며 죽어가는 시장을 대체하는 예술가들을 일종의 '침범'이라고까지 생각했다 한다. 지하상가에서 40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최복임(61)씨는 이렇게 2009년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닫혔던 상인들이 마음을 열게한건 바로 문화예술이었다.

지난 2012년에 추진했던 '얼굴걸고 판다'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평생을 간판없이 장사해 온 시장 상인들에게 예술가들이 간판을 만들어줬다. 당시 총 282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82개의 간판을 상인들에게 기부했다. 이밖에도 중앙시장을 비롯해 중구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황학동 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상인자녀와 입주예술가들이 100개의 캘리그라피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 이 축제는 작년에 400개의 앞치마를 제작해 중앙시장의 천장에 전시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평생 간판없이 장사해 온 상인들에게 간판을 만들어주는 '얼굴 걸고 판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 입주예술가 282명의 참여로 총 82개의 간판을 만들어 시장에 기부했다.
▲ '얼굴걸고 판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앙시장 상인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평생 간판없이 장사해 온 상인들에게 간판을 만들어주는 '얼굴 걸고 판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 입주예술가 282명의 참여로 총 82개의 간판을 만들어 시장에 기부했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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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창작아케이드에는 총 39실의 공방뿐만 아니라 다목적실, 전시준비실, 작가 커뮤니티실, 시민체험공방, 아트마켓, 공동작업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 작가는 매년 정기 공모를 통해서 선발하며, 현재는 39개 공방에 총 49명의 작가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입주공방은 약 70% 이상이 '공예' 작가들로 구성됐으며, 작가들 간의 교류를 통해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입주 기간 동안 입주 작가 마케팅 및 창작 지원, 기획전시, 예술교육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입주한 페코마트의 이성진(34) 대표는 신당창작아케이드를 대표하는 예술가이다. 그는 세계최대의 디자인소품 박람회인 '메종 오브제(MAISON&OBJET)에서 세계 15개국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으며, 스마트폰 때밀이나 스낵메모와 같은 기발한 아트상품으로 수억대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기억하는 신당창작아케이드에 대한 소회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9년 여기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정말 무서웠을 정도였다. 비어있는 공간으로 사방이 어두웠고, 심지어는 쥐들도 지나갈 정도였다. 지난 6년 동안 이렇게 발전했다는 사실이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공간을 창작공간으로 제공받는 다는 것도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다. (예술가들에게 약 3만 원에 해당하는 관리비 정도만 받고 있다) 예술을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절실하다. 지금은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몰입하고 있다. 죽어가는 시장에 젊은 아이디어로 살리는데 노력할 것이다."

다음은 신당창작아케이드 김진호 매니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2012년을 기점으로 전면적인 계획을 수정했다. 김진호 매니저는 "이전에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했다면 이후에는 상인들이 장사하는 동안 즐거운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상인이 행복해지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 신당창작아케이드 김진호 매니저 신당창작아케이드는 2012년을 기점으로 전면적인 계획을 수정했다. 김진호 매니저는 "이전에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했다면 이후에는 상인들이 장사하는 동안 즐거운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상인이 행복해지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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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예술로 살린다는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띈다.
"예술로 시장을 살리려는 유사한 사례는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광주의 대인시장과 같은 경우다. 빈 점포를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이용하는 것으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광주는 비엔날레나 아시아문화의전당과 같이 문화로 살릴 수있는 콘텐츠가 풍부한 반면 중앙시장의 경우는 여러가지 조건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도매시장이다 보니까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한계도 있었다."

- 중앙시장이 가진 여러가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재개발지역으로 발표된 이후 약 90%이상이 세입자들이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기존에 성공한 것들을 많이 따라했다. 처음에는 외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그런데 관광객이 많이 오다보니까 월세가 상승하면서 상인들이 오히려 힘들어했다. 그래서 전면적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2012년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했다면 이후에는 상인이 장사하는 동안 즐거운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즉 '상인이 행복해지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 처음에는 상인들이 예술을 통해 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를 반기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섰나?
"지하상가는 IMF이후에 폐허가 된 상황이었다. 몇몇 남아있는 분들은 회센터 분들이었고, 당시를 떠올려보면 시장 중간은 거의 비어있었다. 처음에는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들어오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는 리모델링으로 발생하는 소음, 먼지가 있었다. 둘째로 서울시에서 들어온다고 하니까 간판바꾸고 리모델링 등을 요구했다. 상인들은 자기를 내쫓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심지어는 데모도 많이 했다."

- 그런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나?
"주로 발로 뛰었다. 상인들이 오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상인분들에게 팩스도 보내주고 짐도 날라주고... 회식은 회센터에서 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점포를 꾸며주기 시작했다. 당시 회센터쪽이 창고가 없다보니까 카트가 못 지나갈 정도로 적치물이 많았다. 초기에 상인들은 치워달라고 해도 듣지 않았다. 나중에 벽화를 그려주기도 했고, 적치물을 보관하는 의자겸 수납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런 작업을 같이 하다보니 마음의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 현재까지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낸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황학동 별곡은 하루짜리 행사지만 12주전부터 상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2년의 일이다. 한지등공예를 120명이 함께 만들어 시장에 기부를 한 행사를 했다. 상인들이 장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축제에 참여하기 어려워 대부분 여가시간이나 저녁시간에 같이 했다. 지하회센터에서는 '날로먹는Day'라고 점심시간에 3000원짜리 회덮밥 점심이벤트를 했다. 오신 분들에게는 경품으로 입주예술가들 작품을 주기도 했다. 그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었던것 같다."

- 입주작가들의 교류는 어떻게 진행되나?
"입주작가는 가능하면 1:1매칭으로 참여한다. 단체를 이루거나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지원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의 노동력을 만나서 공동의 프로그램을 한다. 단순한 예로 매년 진행되는 아트페어의 경우 부스는 우리가 지원하고, 부스를 운영하는 정산, 디스플레이, 운송 등은 작가들이 팀을 조직해 각작의 업무를 분담을 한다. 각자의 전문분야는 모두 다르다.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전시를 잘하는 작가도 있고, 디스플레이, 목수 등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마케팅팀, 순수 전시팀(창작활동), 공공미술, 예술교육 등 기본적으로 4개의 그룹으로 구분되어 활동하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하나의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다. 상인들이 내부적으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개발에 대한 두려움 이런 것들이 불안한 요소인 것 같다. 무엇보다 안정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고,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 이런 부분이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이 되리라 믿는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지하상가 점포 50개 (연면적 5,057㎡)
▶서울시 중구 마장로 87 서울중앙시장 지하
▶운영시간 : 월~금 9:00~18:00 ▶02-2232-8833
▶버스 : 중앙시장 앞 하차 (도보 2분) 202, 263, 302, 2012, 2013, 2014, 2015, 6211

http://cafe.naver.com/sdarcade

덧붙이는 글 | [이런 공간 어때요?]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되살린 것을 소개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태그:#서울시창작공간, #신당창작아케이드, #공예, #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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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20년 넘게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으며, 문화예술 종합시사지 '문화+서울' 편집장과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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