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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합창단의 맏언니인 김금재(맨 왼쪽) 어르신과 고덕례(가운데) 어르신이 악보를 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달달합창단은 목포 외달도의 섬주민들로 이뤄져 있다.
 달달합창단의 맏언니인 김금재(맨 왼쪽) 어르신과 고덕례(가운데) 어르신이 악보를 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달달합창단은 목포 외달도의 섬주민들로 이뤄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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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제. 노래항께. 내가 젊어지는 거 같고. 재미가 솔찬해. 노래하는 재미가. 그 재미로 살아. 요즘에."

김금재(83) 어르신의 말이다.

"옛날에는 내가 한 가닥 했는디. 노래를. 재미져도 노래하고, 서러울 때도 노래하고. 근디 지금은 쪼금 어렵네. 박자 맞추기가. 가사도 금방 까먹고."

고덕례(79) 어르신의 너스레다.

"노래라면 왕년에 내가 안 빠졌어. 나이 먹응께 쪼금 힘들기는 하요만, 그래도 즐겁소."

김명수(68) 어르신의 얘기다.

"그동안 주민들과 만나서 차분히 얘기할 시간이 없었는데요. 합창단이 주민들과 자주 만날 기회를 줘서 너무 좋아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살다가 2년 6개월 전에 외달도로 들어온 박광수(38)씨의 말이다.

피서철 끝나면 적막한 섬, '마을 합창단'을 만들다

목포 외달도 선착장. 지난 여름 많은 피서객들로 북적거렸던 섬이다. 하지만 지금은 썰렁한 섬으로 변했다.
 목포 외달도 선착장. 지난 여름 많은 피서객들로 북적거렸던 섬이다. 하지만 지금은 썰렁한 섬으로 변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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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달도의 해안 길과 그 앞에 떠 있는 별섬. 그 옆으로 여객선이 지나고 있다.
 외달도의 해안 길과 그 앞에 떠 있는 별섬. 그 옆으로 여객선이 지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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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합창단 단원들의 이야기다. 달달합창단은 목포에 딸린 작은 섬 외달도의 마을주민들로 이뤄진 섬주민 합창단이다. 지난 9월 말 만들어졌다. 섬주민들이 직접 만든 도립(島立)합창단이고 섬립합창단이다.

외달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6㎞ 가량 떨어져 있다. 면적 42만㎡에 해안선 길이 4.1㎞로 아담한 섬이다. 해수욕장과 해수풀장을 갖추고 있다. 해안을 따라가는 산책로도 예쁘게 나 있다. 이른바 '사랑의 섬'으로 알려지면서 해마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피서철이 끝나면 적막한 섬으로 변신한다. 찾아오는 외지인도 드물다. 주민들끼리 놀거리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제안자는 윤미숙 전라남도 섬가꾸기 전문위원이었다.

별섬을 배경으로 파도가 일고 있는 외달도의 해변. 지난 10월 28일 풍경이다.
 별섬을 배경으로 파도가 일고 있는 외달도의 해변. 지난 10월 28일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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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기 목포시립합창단 단무장이 지난 10월 28일 달달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다. 달달합창단은 외달도의 섬주민들로 이뤄져 있다.
 서영기 목포시립합창단 단무장이 지난 10월 28일 달달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다. 달달합창단은 외달도의 섬주민들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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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안에 주민들은 '말 같지도 않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시나브로 마음을 열었다. 나이와 하는 일을 떠나서 같이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흩어진 마을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공동체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합창단을 떠올렸다. 남녀노소 누구나 노래를 좋아한다는 현실적인 분위기도 작용했다. 주민 모두 동의를 했다. 팔순을 넘긴 할머니에서부터 몇 해 전 섬으로 들어온 새댁까지 한데 모였다.

소식을 전해들은 목포시도 반겼다. 열심히 한 번 해보라며 디지털 피아노를 사줬다. 서영기(35) 목포시립합창단 단무장도 보내 노래지도를 맡도록 했다. 노래 연습은 마을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조금 넘게 한다.

“노래라면 왕년에 안 빠졌다"는 김명수 어르신이 손가락으로 악보를 짚어가며 노래를 하고 있다.
 “노래라면 왕년에 안 빠졌다"는 김명수 어르신이 손가락으로 악보를 짚어가며 노래를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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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란씨가 달달합창단의 연습장으로 뛰어들어가고 있다. 이씨는 김양식장에서 일을 하다가 김발을 뒤로 하고 달려왔다고.
 이금란씨가 달달합창단의 연습장으로 뛰어들어가고 있다. 이씨는 김양식장에서 일을 하다가 김발을 뒤로 하고 달려왔다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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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 끝내고. 유모차 끌고 나오는 '합창단원들'

지난 10월 28일, 합창단의 여덟 번째 모임이 섬 안에 있는 한옥민박에서 열렸다. 주민 열댓 명이 모였다. 한옥민박의 주인 박광수·황선의(34)씨 부부가 연습장 자리를 폈다. 합창단원 가운데 최고령인 김금재 어르신은 유모차에 몸을 기대고 연습장으로 나왔다.

김명수 어르신은 고기잡이를 하다가 조금 늦게 달려왔다. 김양식장에서 일하던 조영철(45) 이장과 이금란(43)씨 부부는 김발을 뒤로 하고 뛰어왔다. 김재영(46) 청년회장도 큰 몸집을 이끌고 나타났다.

합창 연습은 배를 타고 들어온 서영기 단무장의 지도와 최지연씨의 반주로 진행됐다. 목포에서 외달도로 들어가는 배는 하루 네 차례 운항한다.

"허리 조금 펴시고요. 얼굴은 약간 들어주세요. 노랫말을 이해하면서 감정을 담아주면 더 좋겠죠? 틀려도 상관없어요. 자신있게 하시면 됩니다. 자, 배에 힘주시고요."

최지연씨의 반주에 맞춰 서영기 단무장이 달달합창단 단원들에게 노래 지도를 하고 있다.
 최지연씨의 반주에 맞춰 서영기 단무장이 달달합창단 단원들에게 노래 지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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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살다가 2년 6개월 전에 외달도로 들어온 박광수씨가 악보를 보며 노래를 하고 있다. 박씨는 외달도에서 한옥민박을 운영하며 합창단의 연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에서 살다가 2년 6개월 전에 외달도로 들어온 박광수씨가 악보를 보며 노래를 하고 있다. 박씨는 외달도에서 한옥민박을 운영하며 합창단의 연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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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들이 자세를 가다듬고 서 단무장의 선창에 이어 한 소절씩 노래를 따라 부른다. 한두 번 연습한 다음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부르기도 한다. 노래는 '고향의 봄', '과수원 길', '섬집 아기' 순으로 불렀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해변의 파도가 일렁이며 철썩였다. 피아노와 파도의 협연에 단원들의 목소리도 더 높아갔다.

"합창이란 걸 처음 해보는 분들입니다. 음표는 물론이고, 한글을 모르는 분도 계시거든요. 하는 일도 저마다 다르고요. 생활형편도, 환경도 다르고요. 한계를 갖고 있는 합창단입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재밌게 노래하고 있어요."

서 단무장의 얘기다.

그동안 목청을 가다듬은 합창단원들은 이달부터는 매주 두 번씩 만나 남성과 여성의 본격적인 화음 만들기에 들어간다. 노랫가락에 감정을 싣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부르는 돌림노래 연습도 할 예정이다.

"주민들끼리 한데 모여서 웃어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요. 여기 나와서 많이 웃습니다. 박자 틀리면 웃고, 어색하면 또 웃고요. 여기저기서 뻥 터지면서, 서로 친해지는 것 같아요. 마을에도 활력이 넘치고요."

김재영 청년회장의 말이다.

김금재(왼쪽) 어르신과 고덕례(오른쪽) 어르신이 서영기 단무장의 선창에 이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어르신들은 가사를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금재(왼쪽) 어르신과 고덕례(오른쪽) 어르신이 서영기 단무장의 선창에 이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어르신들은 가사를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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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달도 달달합창단 단원들이 서영기 단무장의 선창에 이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연습실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외달도 달달합창단 단원들이 서영기 단무장의 선창에 이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연습실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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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합창단은 오는 12월 2일 첫 무대에 설 예정이다. 무대는 목포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리는 '국제 녹색 섬 포럼'이다. 이를 위해 합창단은 몇 가지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고향의 봄'과 '섬집 아기', '과수원 길'을 서 단무장이 편곡해서 만든 '외달도의 노래'를 비롯 미국가곡 '꿈길에서', 뉴질랜드 가곡 '연가' 등이 그것이다.

"생업이 있으니, 주민들이 한데 모이기가 힘들어요.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죠. 그래도 현재의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관객들도 우리 달달합창단에 프로 수준의 합창을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부족하더라도 우리만의, 섬 주민들만의 독특한 화음을 들려주길 원할 겁니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면 결과도 좋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 단무장의 말에 자신감이 배어있다. 기대도 잔뜩 묻어난다.

주민들도 남은 기간 열심히 연습해서 달달합창단의 존재를 널리 알릴 꿈에 부풀어 있다. 내년에는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공연도 해볼 심산이다. 합창단을 통해 지역 활성화까지 도모하겠다는 게 달달합창단원들인 섬주민들의 포부다.

외달도 섬주민들로 이뤄진 달달합창단의 노래 연습 풍경. 달달합창단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섬주민들이 직접 만든 섬립합창단이다.
 외달도 섬주민들로 이뤄진 달달합창단의 노래 연습 풍경. 달달합창단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섬주민들이 직접 만든 섬립합창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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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연습을 끝낸 섬주민들이 연습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음 연습 날짜를 기다리면서.
 노래 연습을 끝낸 섬주민들이 연습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음 연습 날짜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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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외달도, #달달합창단, #섬립합창단, #목포, #사랑의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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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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