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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혼란과 공포의 연속이었다. 전쟁이 계속되고 살육이 일어나는 혼란의 시기에서, 다양한 사상이 나왔다. 이 시기에 등장한 유가, 도가, 법가를 비롯한 다양한 사상을 제자백가라고 한다.

서북방에 위치했던 진나라는 법가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마침내 진나라의 왕이 법가를 바탕으로 천하를 통일하기에 이르니 통일 진나라와 시황제의 등장이었다. 법가로 유명한 이들은 한비자 등이 있지만, 실제로 진나라에 의해 채택된 법가는 바로 상앙의 사상이었다. 이 책 <상군서>는 진나라 통일의 기초를 만든 상앙과 그의 학파의 이론을 다뤘다.

혹독한 법으로 강국을 만든 상앙

상군서, 우재호 옮김. 소명출판. 2005.10.30
 상군서, 우재호 옮김. 소명출판. 2005.10.30
ⓒ 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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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앙(商鞅)은 전국시대 진나라 정치가로, 상군이라고도 한다. 본명은 공손앙이다. 공손앙은 원래 위나라에서 살았지만 위나라 왕에 의해 등용되지 못하였다. 그의 재주를 아깝게 여긴 재상 공숙좌는 상앙을 위나라 왕에게 추천하며, 상앙을 꼭 등용해서 관리로 두거나, 다른 나라에 가지 못하게 죽여버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나라 왕은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표하지 않았다. 결국 상앙은 위나라를 떠나게 되었다.

상앙은 그 당시 가장 강대한 나라였던 진나라에 갔다. 진나라를 다스리고 있던 왕은 효공으로, 어떻게 하면 진나라를 강대하게 만들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을지 골몰하고 있었다. 상앙은 진효공에게 유세하기로 결심하고, 먼저 진효공에게 총애를 받는 신하인 경감이라는 자에게 줄을 대었다. 상앙은 경감 덕분에 진효공을 만나서 유세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상앙은 진효공에게 삼황오제의 도인 성인의 도를 말했다. 그러나 진효공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상앙은 성군들의 도인 천자의 도를 말했다. 역시 진효공은 관심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상앙은 패자의 도를 말했는데, 진효공이 이를 듣자 바로 그를 중용하였다. 상앙은 이리하여 진나라 정치무대의 전반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상앙이 실권을 잡게 되자 그는 법가에 기반한 정치를 펼쳤다. 그의 개혁은 매우 급진적이었는데, 부국강병과 가혹한 법집행으로 요약된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열 명, 다섯 명씩 묶어서 서로 상호감시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서로 조세나 병역을 면탈하지 못하고 책임을 지도로 강제한 것이다. 또한 그는 군사력의 바탕이 되는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천시하여 상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채택했다. 그리고 전쟁에서 군공을 세우면 누구든지 귀한 신분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의 개혁을 통해서 진나라는 매우 강해졌다. 전쟁터에선 모든 군사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려 들었고, 법이 두려워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제도들을 매우 가혹하게 집행하여, 귀족과 중신을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법을 적용하려 들었다. 그는 법을 어긴 사람은 벌에 처했다. 어느 날, 장차 미래의 진나라 임금이 될 태자가 죄를 지었다. 그러자 상앙은 태자의 스승인 건의 코를 베어버렸다. 이후에 또 태자가 죄를 짓자 건의 발꿈치를 베어버렸다.

상앙은 진효공의 지지덕분에 집권하고 있었지만, 사실 외국인으로서 그가 특별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진효공이 죽고 태자가 즉위하자 그는 반대세력에 의해 공격받아 도망치는 비참한 꼴이 되었다. 그가 관문을 넘어서 도망치려 하자, 관문을 지키는 관리는 상앙의 명령으로 절대 날이 밝기 전에는 관문을 열면 안 된다고 그를 막아섰다. 상앙은 붙잡혔고, 거열형을 당해 온몸이 찢어져 죽었다.

끊이지 않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

상군서는 상앙의 저술과 상앙의 후예인 법가사상가들의 사상을 정리한 책이다. 일부 내용은 상앙이 직접 저술한 듯한 문체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으로는 진나라가 장평대전에서 승리한 이후의 기록으로 보이는 내용도 있으니, 모두가 상앙의 저술인 것은 아니며 모두가 상앙의 저술이 아닌 것도 아닌 기록의 집합체이다.

즉 이름은 상군서지만 일부 내용은 상앙이, 일부 내용은 후학들이 지었다. 상앙과 그의 학파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에게 시켜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그들을 무엇으로 부려야 하는지, 군주가 해선 안 될 일이 무엇이고 나라는 어떻게 강해지며 토지의 운용은 어떠해야할지 다양한 부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상군서는 국가가 난립하여 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따라서 내용도 극단적이고 그 운용도 잔인하기 짝이 없다. 상앙은 가벼운 죄를 가볍게 처벌하고, 무거운 죄를 무겁게 처벌하면 가벼운 죄를 짓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가벼운 죄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과 벌은 1:9면 적당하고, 상은 전쟁과 농업에 관한 것에 주어야 한다고 보았다. 범죄는 연좌제로 처벌하도록 했다.

이는 상앙이 기본적으로 인간을 악하고 나태해지는 존재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상앙은 백성들에게 그들이 좋아해주는 것을 해주면 그들은 나태해지고,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면 그걸 조심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들에게 좋은 일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선한 사람은 선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의 죄를 덮고, 간사한 사람은 자신에겐 선하고 남은 감시하기 때문에 법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는 간사한 사람이 필요하며, 따라서 선한 사람 대신 간사한 사람을 등용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백성들이 학문을 배우지 못하게 하여 농사에만 집중하고 다른 일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우민화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의 사상을 요약하자면, 자유가 박탈된 우민들을 농업과 전쟁에 힘쓰게 하되, 그 다스림에 있어서 감시와 공포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학문의 학습을 금지 대상으로 보니 당연히 획일화 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우민화 교육을 실시하니 여론이나 공론의 존재가 사멸한다. 거주 이전의 자유는 당연히 없고, 직업 선택의 자유도 극단적으로 제한된다. 전쟁 승리와 농업 생산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국가를 구상한 것이다.

상앙의 등용으로 강국이 된 진나라는 마침내 천하를 통일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의 한계는 명확했다. 통일 이후에도 계속되는 혹독한 법치에 질린 백성들의 반란으로 진나라는 멸망한다. 그리고 이어진 초한쟁패기의 시대에서 학살을 일삼는 항우를 꺾고 승리한 것은 간략한 법을 시행하여 백성들의 민심을 얻은 유방이었다.


상군서

상앙 지음, 우재호 옮김, 소명출판(2005)


태그:#상군서, #상앙, #전국시대, #진나라, #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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