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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여덟 살, 동생이 네 살이다. 친구처럼 다정히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다.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토라진다. 장난감을 빌려주기도 하고, 다시 뺏기도 한다. 조금씩 소유의 맛을 알아간다.
▲ 콩이와 콩콩이 언니가 여덟 살, 동생이 네 살이다. 친구처럼 다정히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다.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토라진다. 장난감을 빌려주기도 하고, 다시 뺏기도 한다. 조금씩 소유의 맛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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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언니가 은우 울게 해서 미안해~
                   - 사랑하는 은우의 언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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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침 동생을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 손녀 콩이가 건네준 쪽지 내용이다. 언니가 여덟 살, 동생이 네 살이다. 터울이 있어 싸우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자주 다툰다. 질투와 시샘이 원인이다.

엄마 놀이하는 콩이와 콩콩이...인형아기를 업어주고 우유도 먹인다. 아기가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간다.
▲ 인형아기 엄마 놀이하는 콩이와 콩콩이...인형아기를 업어주고 우유도 먹인다. 아기가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간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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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는 동생과 친구처럼 지낸다. 학교에서 배운 동요도 가르쳐주고 엄마놀이, 의사놀이도 하면서 같이 놀아준다. '엄마, 아기가 울어요. 배가 고픈가 봐요.', 언니가 엄마고 동생이 딸이다. 둘이는 인형 아기를 보면서 논다.

언니가 그림을 그리면 동생도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면 노래도 따라 부른다. 여기까지다. 갑자기 놀이에 싫증이 나면 장난감도 뺏고 그림도구도 뺏어버린다. 따라 하는 동생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동생은 울고불고...

"언니! 미안해~~"
"괜찮아, 나도 미안해."

동생은 한참 울다가 지쳐 잠이 든다. 그러나 잠깐이다. 언제 짜증을 냈냐는 듯이 서로 미안해 한다. "이 장난감 언니 가져.", 그토록 아끼던 장남감도 서슴없이 줘 버린다. 옆에서 지켜보면 저들에게도 사는 이야기가 있다.

오늘 아침이다. 애들 엄마를 대신해서 유치원이나 학교 보내는 일은 할아버지 차지다.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숨이 가쁠 정도다. 갓 잠에서 깬 아이, 세수하랴, 밥 먹이랴, 옷 갈아입히랴 정신이 없다.

전에 어른들이 아이들 밥을 먹이기 위해 애를 쓰던 모습이 생각난다. '안 먹으면 말지, 배가 고프면 지가 먹을 텐데...' 생각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우리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니 생각이 다르다. 어떡하든 한 숟갈이라도 먹이고 싶어진다.

언니도 밥을 먹지 않으려는 동생을 보니 답답했던 모양이다. 저간엔 야단 좀 친다는 것이 소리가 커졌다. 울면서 유치원에 가는 동생을 보니 마음이 아팠던 모양이다.

"할아버지 동생 유치원에서 오면 읽어주세요."

언니가 쓴 편지다. 아침에 울고 유치원에 간 동생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글도 읽지 못할 때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자기의 감정을 글로 쓰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쪽지도 전하는 모양이다.
▲ 사과 편지 언니가 쓴 편지다. 아침에 울고 유치원에 간 동생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글도 읽지 못할 때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자기의 감정을 글로 쓰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쪽지도 전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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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글을 모르는 동생에게 쓴 편지다. 어린아이가 건네준 쪽지 한 장이지만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기게 한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들이다.

손을 잡고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즐거움도 같이하고 슬픔도 같이하면서...
▲ 둘이서손을 잡고 손을 잡고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즐거움도 같이하고 슬픔도 같이하면서...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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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쾌지수가 높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서로 다툽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아! 쑥스러워 하지 못하는 말,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욱 하다가도 스르르 녹아 버리고 맙니다. 빨리 무더위가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육아일기, #불쾌지수,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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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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