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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웅 교육감은 전교조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개혁의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석웅 교육감은 전교조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개혁의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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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이 당선됐을 때 그에게는 "평교사 출신으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교육 현장 구석구석을 잘 아는 그가 이끄는 전남 교육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취임 6개월을 앞둔 장 교육감을 지난 23일에 만났다. 

- 학교가 모든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터, 즐거운 배움터, 미래를 준비하는 성장터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있는데 새로운 전남교육 어디까지 와있는 상태인가?
"전남교육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크다는 것을 잘 안다. 선거 때 약속드린 대로 학생과 교실을 중심에 놓고 전남교육을 혁신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를 위한 첫번째 과제가 조직문화 혁신이었다. 교육청과 학교를 민주적 교육공동체로 만드는 일이다. 회의, 회식, 행사 등 모든 면에서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것을 버리고자 노력했다. 두번째로는 교사들이 오직 아이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정책사업, 공모사업, 연구학교사업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자율선택제도'를 도입했다. 나아가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맡아줄 '학교지원센터'를 전국 최초로 구축할 계획이다."

"일을 줄이는 것이 혁신이다"

- 최초의 평교사 출신 교육감으로써 어떤 점이 제일 힘든가? 또 가장 시급히 해결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평교사로 현장에 있을 땐 도교육청이 학교를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막상 교육청 안에 들어와서 보니 이곳에서 하는 일들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일을 줄이는 것이 혁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도교육청이나 시군 교육지원청이 학교를 지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고 있다. 

취임 후 학교 중심 정책을 실천해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제는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 혁신과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가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

- 혁신 학교에서 담임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이 동료 교사의 업무량 폭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교육청이 구축할 예정인 '학교지원센터'가 이러한 교사들의 업무경감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보는가?
"학교의 중심은 학생이고 교사다. 교사가 학생 교육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동안에는 전시적이고 실적 중심의 정책·사업으로 교사들이 많은 행정적 부담을 안고 있었다. 학교 폭력 문제, 돌봄, 방과후 프로그램 등 많은 일이 교사에게 몰려있는 모양새였다.  

이제는 교사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래야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학교 교육활동과 관련이 적은 방과후 학교, 돌봄, 계약제 교원 채용 등의 업무는 학교지원센터로 이관하겠다. 또 2019년부터 8학급 이상 규모의 학교는 교육활동과 관련이 적은 행정업무를 담임이 처리하지 않도록 담임업무 제로화를 추진토록 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본청 사업도 과감히 폐지·축소할 예정이다. 각종 사업은 학교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전환하고 연구학교도 대폭 줄일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고교학점제 운영'이 추진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위주로 전형이 완전히 달라진다면 고교학점제는 매우 이상적인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남교육청의 현실적 대안은? 
"고교학점제는 대학의 수업처럼 학생들이 교과를 선택하고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과목선택제', '수강신청제'와 같은 제도다. 전남의 교육여건을 충분하게 고려한 고교학점제 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남의 읍면 지역에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하나밖에 없는 곳이 많다. 때문에 해당 학교에 원하는 교과목이 개설되지 않으면 인근 학교에서 수강을 할 수 있게 하거나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고교K-MOOC'를 이용할 수도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전교조 문제 해결 않고 교육개혁 말할 수 없다"
 
학생들과 급식을 함께 나누는 장석웅 교육감
 학생들과 급식을 함께 나누는 장석웅 교육감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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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직권취소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교조 출신이자 진보교육감으로서 느끼는 체감온도가 남다를 것 같다. 
"전교조 운동은 참교육과 교육민주화 실현을 위해 교육 가족들이 앞장선 주요한 활동이다. 현재 청와대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농성이 160일이 되어가고 있다. 전교조 지도부의 단식농성과 삭발도 이어졌다.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에 대한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부담을 이해하지만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약속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개혁의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가 이루어지고 해직 교사들이 원상복직 되어야 한다.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교육개혁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아프게 인식하였으면 한다."

- 전교조 관련,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노동운동과 교육운동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는 다양한 민주주의 확대로 전개되고 있다. 미투운동이 스쿨 미투로, 갑질에 대한 저항 등 민주주의 방식이 직접 민주주의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교육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교조에서 주장하고 있는 교육권 확보와 민주적인 학교 문화 형성은 교육개혁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학교 현장에서 민주주의 확대와 학교자치를 위한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는 교육개혁이 필요로 하는 요소이지만 노동조합에서 요구하고 있는 일상의 노동조건 개선이기도 하다. 

지금 노동운동이 거대한 계급적 담론에서 일상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부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맞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변화하는 노동운동은 학교 현장의 민주주의 확대로, 존중과 배려의 문화로 진정한 학교자치를 이루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미세먼지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과 시행 방식을 두고 현장에서 마찰음이 컸다.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학교장의 책임하에 교육부의 '학교 공기정화 장치 설치 및 기준(안)'을 토대로 공기정화장치 제품 선정과 구매를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 교직원끼리 업무를 분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행정업무가 가중된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학교의 교육활동과 관련한 모든 사항은 학교장의 권한과 책임에 관한 사항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장에게 교직원간 원만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추진하도록 당부했다. 현재는 대부분 안정적으로 조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은 '1인 1기' 즉 하나의 악기를 다루게 한다. 창의성과 자유로운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예체능 특성화 교육을 정책적으로 육성해달라고 한다.
"예체능은 삶에 여유와 풍요를 준다. 마음을 열어주고 위로해 주는 의미 있는 소통과 교감의 매개체다. 또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감수성과 창의력, 소통과 나눔의 정신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교육 활동이다. 예체능에 재능을 가진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정성껏 지원할 생각이다."

- 인문계를 비롯해 실업계 특성화고에서도 교육현장을 찾아달라는 요구가 크다.
"일반고는 진로 진학의 질을 높이고, 특성화고는 취업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정책을 시행하겠다. 전남 고등학생의 27%가 특성화고에 다닌다. 학생들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된 기반 위에서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이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강화하겠다. 조만간 특성화고 현장방문을 통해 학생과 교원을 격려하고 실질적인 현장지원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 도서지역 기숙형 고교 운영의 가장 어려운 점은 급식비다. 현재 중식은 무상으로 제공되나 조·석식비는 학생 부담이다. 전남에서 500여 명이 해당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도서민에게 큰 부담일텐데, 해결책은 없나.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도서지역 고등학교는 일반고 4교, 직업계열 특성화고 2교다. 도서지역 일반고에 대한 조․석식비를 별도로 지원하지 않고 수익자부담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일반고 중 거점고는 통폐합 지원금을 조·석식비로 쓰고 있다. 직업계열 특성화고 기숙사 운영학교에는 조·석식비 포함, 기숙사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는데 연간 18억 원 정도가 든다. 일반고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조·석식비 지원 확대방안에 대해 특별히 검토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넘어 교육복지 실현할 것"
 
취임 100일을 맞아 학생들과 수업중인 장석웅 교육감
 취임 100일을 맞아 학생들과 수업중인 장석웅 교육감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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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형 교육과정 수립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현재는 도시든 농촌이든, 크든 작든 동일한 교육과정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이제는 각 학교에 맞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의 자율적 교육과정 편성 운영을 대단히 강조한다. 전남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교간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순천여고를 거점으로 경제, 법과 정치 과목이 개설돼있다. 해남고는 과학Ⅰ·Ⅱ, 고급화 과학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2018년 하반기에 목포덕인고, 여수고, 전남외고 등 3개교에 스튜디오를 구축하여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 다문화 등 소외 가정 자녀에 대한 맞춤형 진학지도나 돌봄교실이 절실하다. 이들에 대한 교육복지사업을 확대해 교육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을 넘어서 교육복지도 실현해 나갈 생각이다. 사실 현재 교육은 성적 상위 10% 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나머지 90% 학생도 중요하다고 본다. 기초학력이 미달한 학생, 심신이 미약한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등을 집중 지원을 하려고 한다. 권역별로 진로진학지원센터를 둬서 학교와 선생님에게만 맡겨져 있는 진로진학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 전남 제일의 도시이자 학생수가 가장 많은 여수시에 학교밖 청소년 지원시설이 충분치 않다. 옛 여명학교, 옛 여수교육지원청 시설 등을 이용하자는 여론이 있었는데 무시되었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학교밖 아이들도 우리의 아이들이고 전남의 아이들이다. 현재 영광·광양·해남 꿈드림을 위탁 거점센터로 지정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공모를 통해 거점센터를 한 곳 더 지정해 교육인프라를 확장할 예정이다.

여수 여명학교 구 건물은 현재 여수시에 임대해 여수시청 문수청사로 사용 중이다. 여수교육지원청 구청사는 공개입찰을 통해 여수 제일병원에 매각된 상태다. 여수에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 수련관이 있다. 그 곳에 휴게공간과 카페, 댄스연습실 등도 구축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기관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도교육청에서 별도의 사업을 하는 것은 동일한 내용에 대한 중복투자라는 게 실무부서의 판단이지만 방안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

- 전남교육의 수장으로서 학부모나 학생, 선생님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미래사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해, 각자의 능력과 소질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기 위해 교실을 변화시키고 학교를 혁신 시키겠다. 많은 분들로부터 전남교육 때문에 감동 받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혁신교육을 실현하겠다. 우리 지역사회를 살리고 전남을 살리는 길에 많이 관심가져주시고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장석웅, #전남교육감,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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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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