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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어렸을 적 꿈인 플롯 연주를 통해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어렸을 적 꿈인 플롯 연주를 통해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 김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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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태권도. 대학에서는 수영 전공, 수영 강사와 라이프가드(안전요원) 그리고 결혼, 출산 등으로 좋아하던 운동을 그만두게 된 도시인이 있다. 

김아진(36) 그녀가 서산에 정착한 지 어느덧 13년. 충남 대전이 고향이지만 서산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 했던 그녀는 어느덧 서산 사람이 다됐다. 

수영강사로 잘 나가던 그녀가 4년 전 바리스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그녀의 커피숍에 들어서자 필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미리 인터뷰 약속을 했던 터라 그와의 대화가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연신 찾아오는 손님들(대부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은 지인들이다) 때문에 간간이 대화가 끊기기도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왜 운동을 그만두게 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결혼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 학원 등록하는 오빠 따라갔다가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사실은 운동이 좋아서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것이 아닌 강요"라며 웃어 보였다. 

태권도 4단인 그녀는 고등학교 때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해, 수능을 치르고 체육학과 입학해 수영을 전공했다. 
 
커피숍에서 일하는 중인 김아진씨.
 커피숍에서 일하는 중인 김아진씨.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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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녀가 서산에 정착할 운명은 이때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대학 4학년 시절 수영강사와 안전요원으로 취업을 하게 된 것. 이때 그녀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24살의 나이에 결혼을 해, 처음 서산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김 씨는 "낯선 서산에서 아는 이 하나도 없이, 임신과 출산을 그리고 경력단절의 상실감 속에서 어느 순간 우울증이 찾아왔다"면서 "심지어 몇 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나름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을 먹는 등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전문기관의 치료를 받던 중 남편이 바리스타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 커피전문점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김 씨는 일을 시작하면서 우울증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 씨는 "지금도 그렇지만 가게는 커피를 팔기보다 수다 떠는 '사랑방'이다"라고 전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고민을 이야기하는 중에 자연스레 우울증이 사라졌다"면서 "지금도 삶의 굴곡을 가진 많은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공감도 가고 이해도 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렇듯 사람들과 만나면서 처음 바리스타를 제안했던 남편은 지금 오히려 일을 그만두었으면 하는 눈치다. 우울증이 사라지고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김 씨는 모든 일에 긍정적이다.  
 
오랫동안 마음의 병으로 숨기만 했던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오랫동안 마음의 병으로 숨기만 했던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 김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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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김 씨는 요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아이 셋을 둔 다둥이 엄마다. 김 씨는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지만 딸들이 친구 같고, 언니, 동생 같다"면서 흐뭇해했다. 

그렇게 살아왔던 지난 13년. 화제를 돌려 김씨에게 서산은 어떤 곳인지 물었다. 이에 대한 김씨의 답은 "서산은 처음이었다. 대전과는 분위기가 다르기도 했지만, 아는 사람도 없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답답하지 않고 (우울증이 사라지니) 오히려 고향인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쉽게 적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어렸을 적 꿈인 플릇 연주를 통해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음악도 우울증을 사라지게 한 하나의 방법이었다"라고 말하는 김씨는 "플릇이라는 악기를 통해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니,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느낌"이라며 악기 연주를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오랫동안 마음의 병으로 숨기만 했던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나 자신도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럴 때일수록) 숨지 말고 밖으로 나가야 된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운동선수. 수영강사와 라이프가드(안전요원), 결혼, 출산 그리고 다둥이 엄마로 살아오면서 우울증을 겪었던 김씨. 지금 그는 이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하고 조언하는 등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그를 응원한다.

태그:#우울증극복, #제2의인생, #음악과바리스타, #서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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