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4월이 오면 봄의 향연이 펼쳐진다. 꽃이 피고 모든 산천초목은 생명력을 움 틔운다. 그럴 때쯤이면 나는 마음이 바빠진다. 때가 지나면 놓치는 일들이 있어서다. 하루하루 날마다 변하는 봄은 부지런을 떨어야 봄에만 만날 수 있는 음식들과 즐길 것들이 있다. 오늘은 다시 못 온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내려 노력한다. 그럴 때면 마음이 허허롭지 않고 충만해진다.

매화가 피면 따다가 차 마시고,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치고, 햇쑥이 나오면 쑥버무리를 해서 남편에게 선물처럼 내놓는다. 계절과 함께 하는 음식을 만나면 마음이 환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살아가는 생동감과 함께 소박한 삶이 주는 행복이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마음만 내면 되는 일들, 나는 오늘도 쑥버무리떡을 하고 봄 마중을 한다. 집 밥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일이기도 하다.

남편은 봄이 오나 싶으면 결혼 전부터 시어머님이 즐겨 해 주던 쑥버무리떡을 그리워 하곤 했다. 처음에는 가끔씩 남편의 권유대로 해 주던 떡이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떡을 한다. 다도를 시작하고 야생화 자수를 놓으며 달라진 내 모습이다.

더욱이 요즈음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니 집안에서 놀거리,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아침은 밥 대신 떡이나 다른 음식으로 차려, 반찬 만드는 일에서 스스로 해방되기 위해서다.

지금은 내가 좋아서 계절을 맞이하듯 화전을 부치고 쑥버무리를 하고 개떡도 만든다. 계절이 주는 삶에 기쁨과 지혜를 배우게 된 일이다. 계절을 다 안고 사는 즐거움도 느끼며 마음이 풍요롭다.

차 생활을 하면서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어떠한 상황이 올지라도 단단하고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삶의 자리가 굳건히 만들어지길 준비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내가 계절 따라 만드는 여러 음식도 외로움을 덜어 내고, 계절을 즐기는 나만의 삶의 방식이다.
  
씻어 놓은 어린쑥 방앗간에서 빻아온 맵쌀가루 삶아놓은 팥
▲ 쑥 버무리 떡 재료들 씻어 놓은 어린쑥 방앗간에서 빻아온 맵쌀가루 삶아놓은 팥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쌀가루를 쑥과 같이 섞는다
▲ 쌀가루를 섞어 놓은 쑥 쌀가루를 쑥과 같이 섞는다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떡을 찌기 전에 찜 솥에 담아 놓은 모습.
 떡을 찌기 전에 찜 솥에 담아 놓은 모습.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쑥버무리떡은 아주 어린 쑥도 아니어야 한다. 또 너무 자란 쑥은 쓴 맛이 난다. 어린 쑥 단계를 넘어 조금 큰 쑥이면 알맞다. 그래야 향도 알맞고 맛도 적당히 난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 사는 일도 똑같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정의 삶이 으뜸이다. 그렇게 사는 게 어렵지만 노력은 하면서 살고 싶다.
​ 
30분 정도 찐 완성된 쑥버무리 떡
▲ 쑥버무리 떡 30분 정도 찐 완성된 쑥버무리 떡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쑥버무리 떡 만들기는 의외로 쉽다. 맵쌀을 5시간 이상 물에 불린 후 방앗간에서 빻아온 다음 씻어놓은 쑥을 쌀가루에 버무려 30분 정도 솥에서 찌면 된다. 방법은 자유롭게 하되 내가 아는 한 가지 팁은 더 맛있게 하기 위해 팥을 삶아 섞어 넣거나, 냉동실에 완두콩을 넣고 찌는 거다. 

쑥만 넣을 때보다 더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맛있다. 단백하고 본연의 순수한 맛이 좋다. 우리 집은 설탕이 들어가는 떡은 거의 먹지를 않는다. 떡은 집에서만 해 먹는다.

쑥 버무리떡을 해서 냉동실에 소분해서 넣어 두고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주변 이웃과 나눔도 하고, 쑥이 더 크기 전에 또 한 번 더 쑥버무리를 하려 한다. 코로나로 힘든 내 주변에 위로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마음만 내면 되는 일, 부지런을 떨며 4월을 보내고 싶다. 힘든 날들 우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코로나19와 격리 생활로 지쳐가는 집 밥 메뉴에 새로움도 느끼고 봄맛도 느낀다. 이 어려운 날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이 찬란한 봄이 가기 전 봄이 주는 향연을 즐기고 싶다.

태그:#집밥의 새로운 메뉴, #쑥버무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