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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소원면 어은돌 일원의 항포구. 어민들의 생업공간이지만 버젓이 텐트가 설치돼 있다.
▲ 항포구에도 텐트를 친 캠핑족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어은돌 일원의 항포구. 어민들의 생업공간이지만 버젓이 텐트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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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숙박하는 방식의 '차박'이 코로나 시대의 캠핑 트렌드로 떠오르는 가운데, 장소를 가리지 않는 '차박족'들로 충남 태안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식 캠핑장이 아닌 곳에 텐트를 치는 것으로 모자라, 배가 드나드는 항포구 주차장까지 캠핑 차량, 레저보트가 점령하고 있기 때문.

또한 쓰레기 무단투기 사례도 계속돼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이 마찰을 빚고 있지만, 행정당국에서는 이들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캠핑비 아끼려 항포구까지 점령

충남 태안반도는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려는 캠핑족들이 즐겨 찾으면서 새로운 '캠핑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남면 몽산포 캠핑장의 경우에는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못 잡을 정도로, 연간 50만 명에 이르는 캠핑족들이 사시사철 몰려들고 있다. 소원면 어은돌 일대와 원북면 학암포 일대 캠핑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태안군과 한국관광공사 고캠핑(Gocamping)에 따르면, 태안군내에 정식 등록된 캠핑장은 모두 60개. 이중 몽산포가 있는 남면에 23개소, 원북면에 15개소, 소원면에 12개소가 등록됐다.
 
 항포구와 마을회관 앞 주차공간까지 캠핑족들이 점령하면서 마을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어은돌 일원으로 인근에는 캠핑장도 위치해 있다.
▲ 마을회관 앞 주차공간까지 점령한 캠핑족들  항포구와 마을회관 앞 주차공간까지 캠핑족들이 점령하면서 마을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어은돌 일원으로 인근에는 캠핑장도 위치해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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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캠핑장이 다수 운영되고 있는데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정식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불법 캠핑'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태안반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지난 6일과 7일 기자가 태안군 소원면 일대를 찾았을 때도 어선들이 드나드는 항포구는 물론 마을회관 앞 주차공간까지 점령한 모습이 포착됐다.

게다가 이들 캠핑족들이 무단 투기하는 쓰레기로 마을 주민의 불만 또한 높다. 주민들이 "캠핑을 하려면 캠핑장으로 가라"고 충고하면 오히려 "법적 근거를 대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면서 마찰을 빚는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태안군의 한 주민은 항포구까지 점령한 캠핑족들의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태안군의 또 다른 주민 역시 "지역 주민들이 쓰레기 불법투기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면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나와 시비가 붙기 일쑤"라며 "주민들의 불편을 막기 위해서라도 좀 더 강력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호소했다.

텐트 모자라 레저보트까지... 무단 점령에도 단속 못한다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들.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들.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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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행법에는 이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태안군의 설명이다. 계도 수준의 조치밖에 할 수 없다는 것. 오히려 단속기관인 태안군에서도 이런 한계를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임시로 텐트를 설치했다고 하면 무단점용으로 단속하기도 어려워 계도만 하고 돌려보낸다. 별도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심지어 (관광객이) 단속하는 분들과 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박, 텐트 말고도 레저보트 끌고 오는 분들도 있다. 차를 항포구 가까이 주차한 뒤 보트 타고 나가면서 어업활동에도 지장을 준다"며 "그렇다고 해서 레저활동을 막을 수도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항포구에 단속을 위한 예산이 있다. 6·7월부터 8·9월 성수기 시즌에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오기 때문에 용역을 통한 단속이 이뤄진다"면서 "일년 내내 용역을 통한 단속을 하면 좋겠지만 예산이 현실적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성수기 때 항포구 지역 무단적치에 대해서만 단속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불법 캠핑'을 막을 수 없다면, CCTV 등으로 캠핑족의 쓰레기 무단투기를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으로라도 강도 높은 단속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캠핑족들이 항포구까지 침범하자, 태안군은 어민들의 중요한 어업활동 지역인 42개 항포구를 대상으로 ▲ 선착장, 물양장, 방파제 등 주요 구조물 점검 및 정비 ▲ 안전난간, 차막이, 안내표지판 점검 및 정비 ▲ 어항구역 내 캠핑금지 안내 표지판 설치를 진행해 안전사고 예방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태안군, #캠핑, #차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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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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