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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정치가 팬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고 가입자도 대거 느는 추세다. 특히 상대적으로 온라인 활동이 왕성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활성화 되어 가는 모양이다. 단순 지지를 넘어 팬이 된다는 것은 때론 위험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팬(fan)이란 스포츠계나 연예계의 팀이나 개인의 열렬한 애호가를 의미한다. 사생 팬이라는 조어가 만들어 질 정도로 스토커 수준의 지나친 또는 죽기 살기의 애호가들도 있다. 어떻게 화면으로만 본 사람들을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할 수 있는걸까?

팬에게는 대상의 장점만 보일 것이다. 일단 이미지상 좋은 느낌을 받은 대상의 언행은 내 마음이 편안해 할 유리한 해석의 과정을 거쳐 나쁜 것도 좋게 보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도록 방송에 노출되는 사람일수록 언행의 연출에 힘쓴다. 

팬이라는 이름은 실망의 여지를 불허할 만큼 강력한 애호의 마음인가보다. 도박, 음주운전, 겹치기 연애 등 형사적 범죄 또는 도덕적 결함이 탄로 나도 팬심이 접히기는커녕 오히려 이해해 주거나 적극 변호를 자처한다.

대상을 직접 만나보지도 않았는데도 좋아한다는 건, 사리분별하는 이성의 산물이 아니고 자동으로 솟은 화학반응, 즉 감정의 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건도 없고 거의 순수하며 영원한 짝사랑이지만, 방송을 통해 생겨난 마음이기에 방송이 뜸하면 열렬 애호는 대상을 옮겨가기 마련이고 물질적 정신적 피해 입을 일도 없으니 사실상 맘껏 사랑해도 된다.

팬심이 정치인 향한다면 

그런데 팬심이 정치가를 향하면 무거운 이슈가 될  수 있다. 정치의 속성이 무엇인가? 조율이다. 인간사 모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런 일에 종사하는 정치가들에의 팬심은 자칫 정치가를 자만에 빠뜨리거나 자아도취를 심화시킬 수 있기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정치가들은 철저히 이성적이어야 한다. 이들이 편향되거나, 오판을 하거나, 사리사욕만 채우려 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누군가는 직업, 재산,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 재앙은 그를 지지하는 팬이라고 해서 빗겨가진 않는다. 따라서 스포츠나 연예인 팬 같은 맹목적 비이성적 팬덤이 정치가를 향하면 그건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 팬들은 자신의 대상을 묻지마 추종하는 편으로 보인다. 주군을 넘어서 거의 만능 신의 경지로 보는 듯한, 열렬한 신도가 되어 있음을 본다. 일반인들은 정치가를 연예인처럼 방송을 통해 보고 들으니, 역시 연출된 모습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그 또한 인기를 얻기 위해서, 혹은 선거에서 뽑히기 위한 의도의 언행일텐데 말이다.

특히 선출직 공무원이라면 거짓말에 무뎌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특정 부류만의 정치가가 아니고 두루 살펴야 하는 사명이 있으므로 표를 얻기 위해선 사안에 따라 네 편 내 편 관계없이 당근이나 채찍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아래의 고 노무현 대통령 말씀을 보면, 정치가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임을 인정하고 있어 보인다.

'거짓말의 수렁, 거짓말을 좋아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유권자나 참모들과 싸우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한 편으로는 상대방의 거짓말, 근거 없는 보도, 풍문에 상처를 입고 진실을 밝혀 보겠다고 발버둥치기도 하지만, 곧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감각이 무디어집니다. 고의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나중에 보면 거짓말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점차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마침내 거짓말에 익숙해집니다.'
<퇴임후 게시글, 정치하지 마라, 2009.03.04. 노무현 사료관>

실제 2022 대선 토론에서도 거짓에 가까운 공약들이 방송 면전에서 들통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나라의 최고 수장을 놓고 겨루는 한 판이니 당연히 이런저런 공약이 난무할 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그런 그들의 각본에 의한 언행을 맹신하며 열렬한 애호가(팬)가 되는 건 비판의식의 결여로 볼 수 있다. 

정치가를 관찰과 감독의 대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다 일정부분 자아도취 성향이 있게 마련인데, 특히 무대에 오르는 특성을 가진 부류인 정치가일수록 더욱 깊게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팬이라는 이름의 맹신자가 많으면, 자신을 구세주의 경지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연예인 팬카페처럼 정치인 팬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니, 팬이라는 타이틀로  그들이 해당 정치인의 눈과 귀를 마비시키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국민 삶에 영향력 있는 자에 대한 마음은, 무조건적 팬심보다는 비판적 지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태그:#정치인, #팬심, #팬카페, #비판적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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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후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미안하게도 시민기자제가 있는지 이제서야 알고 가입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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