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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정리
 옷정리
ⓒ Unsplash의Carrie 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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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벌 신사인 스티브 잡스의 패션은 유명하다. 옷에 신경 쓸 시간에 다른 걸 하기 위해 선택한 극효율 패션이 바로 뉴발란스 운동화, 청바지, 검은색 터틀넥인 것이다. 고민의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그것에 속박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미니멀리즘 열풍 역시 아이템을 줄여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옷 선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다. 심플하고 단순해 보이고 싶은 열망은 다양한 정리수납템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정리수납템으로 좀 더 심플하게, 좀 더 깔끔하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래서 좀 편해지셨습니까?

가만히 보면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선택한 아이템들이 오히려 그 아이템에 구속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저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을 뿐인데, 시간을 배로 들여야 하고 심플한 옷장을 갖고 싶었을 뿐인데, 정리 때문에 더 스트레스다.

'잘 비우면 정리수납이 필요없다'는 신조를 가진 나는 정리해야 하는 이유의 최대 목표에 '심리적 해방'을 꼽는다. 정리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정리해야 하며 그럴려면 정리수납템이 많아서는 안 된다. 게다가 엄한 정리수납템을 써서도 안 된다. 어떤 수납템은 정리의 목적이 '심리 해방'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게 '쟁여 놓는 것'으로 본말전도의 느낌까지 준다. 그래서 정리해봤다. 본말전도 수납템 파이브.

1. 5단 바지걸이

바지를 많이 입는 이들을 위한 정리수납템이다. 5단 바지걸이도 있고, 6단 바지걸이도 있다. 한 번에 여러 벌을 걸 수 있도록 고안한 옷걸이로 건 후 비스듬히 기울면 공간 활용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게 과연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냐?'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일단 바지를 반으로 접어 하나씩 거는 것에 대한 편리성에 의문이 든다. 게다 사용할 때마다 기울였던 것을 펴서 걸고 또 기울여서 걸어야 한다. 너무 많은 행위가 수반되기에 가급적 정리에 신경을 덜 쓰고 자 하는 '심리 해방'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다. 그리고 접었을 때 구김이 가지 않는 바지는 옷걸이에 걸지 말고 접어서 보관해라. 모든 바지를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는 건 정리수납 법칙에 어긋난다.

2. 옷 정리함/옷정리트레이

양말이나 속옷 그리고 얇은 티셔츠나 바지 등을 규격화된 사이즈로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정리함이다. 천으로 되어 있는 제품도 있고 좀 더 빳빳한 천 혹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일단 후들거리는 천으로 되어 있는 건 아이템을 담았을 때 고정이 되지 않고 흐트러지므로 오히려 깔끔하지 않다.

그리고 고정되어 형태가 잡혀 있는 정리트레이 역시 양말이나 속옷 등 접었을 때 규격화된 아이템을 넣었을 때는 깔끔하지만 우리가 입는 티셔츠나 니트, 바지 등이 모두 똑같은 두께더냐. 쇼핑몰 사진에는 어쩜 그렇게 같은 두께의 청바지만 골라서 넣었는지, 그런 깔끔함은 실제 옷장에서는 구현되지 않는다.

3. 슬라이드 옷정리 트레이

이번에 알게 된 수납템으로 조립식 트레이다. 선반장처럼 조립이 되지만 받침이 슬라이딩으로 되어 있어 서랍처럼 당겼다가 밀어 넣을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정면은 뚫려 있다. 웃긴 건 이 트레이에 하나의 옷만 정리해서 넣는 것이다.

10개의 바지를 갖고 있다면 10개의 트레이에 각각 한 벌의 바지만 접어 넣어야 한다. 빨래를 해서 정리를 한다치면 기존의 서랍이나 선반에는 4-5벌씩 수납이 가능하던 것을 이 트레이에는 1트레이, 1아이템으로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많고 정리에 열정이 있으며 트레이의 슬라이딩 시스템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4. 얇은 다용도 플라스틱 옷걸이

옷걸이는 좀 힘이 있는 게 좋다. 물론 가벼운 옷을 걸 때는 문제가 없지만 보통 겉옷은 대부분 옷걸이에 걸어두므로 무거운 겨울 옷을 버티기에는 얇은 철제 옷걸이나 얇은 플라스틱 옷걸이보다는 두께가 있는 쇠 옷걸이나 나무 옷걸이를 추천한다.

얇은 다용도 플라스틱 옷걸이란, 얇은 와중에도 많은 아이템을 커버하기 위해 바지 걸이와 끈 나시 걸이가 같이 디자인된 옷걸이를 말한다. 바지 걸이가 있는 옷걸이에 상의와 바지를 같이 수납한 적이 있는 사람 손 들어보자. 바지를 걸기 위해 상의를 옷걸이에서 빼거나, 바지를 빼기 위해 상의를 옷걸이에서 빼야 하는 수고로움을 사람들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5. 안이 안 보이는 리빙박스/수납정리함

리빙박스로 검색해보면 정말 다양한 리빙박스가 나온다. 물론 옷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안에 물건을 보관할 리빙박스라면 안에 물건이 어느 정도 보이는 디자인을 추천한다. 그래야만 그 물건을 꺼낼 필요가 있을 때 열어서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름표를 적어 놓으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그렇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리 위 공간에 리빙박스를 보관한다면 이름표를 대체 어디에 붙여 놓아야 한단 말인가. 게다 우리는 어떤 품목을 찾을 때 '겨울 옷'이 아닌 '작년에 잘 입었던 분홍색 스웨터'로 찾고 싶어하므로 이름표보다는 안이 보이는 리빙박스가 삶의 질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


태그:#옷코치, #정리수납템, #옷정리, #옷정리함, #수납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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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옷장/쇼핑/코디 생활의 시작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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