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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유골함을 받은 손자와 남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시아버지의 유골함을 지켜보는 며느리.
 할아버지의 유골함을 받은 손자와 남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시아버지의 유골함을 지켜보는 며느리.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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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중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가 가족에게 인계됐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4일 유해가 안치된 '세종 추모의 집'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유골을 확인하고 인계받았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의 고 김한홍씨로, 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말 군에 와서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소문에 자수했다. 이후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소식이 끊겼다.

당시 김한홍씨의 나이는 27세였다. 지난 1999년에 발굴된 수형인 명부를 통해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 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로 이감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진실화해위원회는 2010년에 조사보고서를 통해 김씨를 비롯한 300여 명의 이감자들의 희생을 인정했다. 하지만 유해는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도외지역 발굴유해 4·3희생자 유전자 감식' 1차 시범사업으로 골령골에서 발굴된 1441구 중 70구의 유전자 감식을 실시했고 그 가운데 일치된 DNA를 찾았다.

눈물로 시아버지 유골함 받은 며느리
 
유가족과 함께 고 김한홍의 유해를 인계받기 위해 온 유족회 관계자들이 세종 추모의 집에서 제례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창범 회장(오른쪽)이 축문을 읽고 있다. 그 옆으로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양성홍 회장(가운데)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회 안기택 위원장(왼쪽)이 자리하고 있다.
 유가족과 함께 고 김한홍의 유해를 인계받기 위해 온 유족회 관계자들이 세종 추모의 집에서 제례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창범 회장(오른쪽)이 축문을 읽고 있다. 그 옆으로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양성홍 회장(가운데)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회 안기택 위원장(왼쪽)이 자리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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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유해를 찾기를 간절히 바랐던 김한홍씨의 아들은 끝내 신원 확인 소식을 듣지 못한 채 3년 전 눈을 감았다. 하지만 다행히 생전에 채혈을 통해 DNA 데이터를 남겨 놓았기 때문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확실한 신원확인을 위해 손자의 DNA와도 비교했더니 일치된 결과가 나왔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인의 유족들은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이날 고인의 며느리와 손자가 세종 추모의 집에서 유해를 인계받았다. 그의 아들은 영정 사진으로 자리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며느리는 남편 대신 눈물로 시아버지의 유골함을 받아 들었다.
 
고 김한홍의 유해가 세종추모의 집을 떠나 세종 은하수공원 화장장으로 향하고 있다.
 고 김한홍의 유해가 세종추모의 집을 떠나 세종 은하수공원 화장장으로 향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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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인계된 유골은 인근 세종 은하수공원 화장장으로 옮겨져 제례 후 화장했다. 화장된 유골함은 다음 날 오전 청주공항을 통해 희생자의 고향인 제주로 향할 예정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유골함은 자치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고향 북촌 마을로 향한다. 김씨의 고향집 인근 북촌 포구에서 봉환사, 헌시, 진혼곡, 진혼무, 헌화와 분향 등의 순서로 봉환식이 거행되며, 고인의 고향집 앞에서 노제를 진행한 후 제주4.3평화공원으로 이동한다.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신원확인 보고회'를 진행한 후 유해는 봉안관에 모실 예정이다. 
  
고 김한홍 씨의 유해가 화장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고 김한홍 씨의 유해가 화장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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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이 처음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행방불명 4·3희생자 유족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다른 민간인 학살 사건 유족들의 경우도 신원확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양성홍 회장은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의 신원이 제주도 외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어 너무 기쁘다"면서도 "유해 발굴 작업도, 유전자 감식작업도 늦은 감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대전뿐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신원 확인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4·3희생자 유전자 감식사업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 130구의 유전자 감식을 추가로 실시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서도 지난 9월초부터 유전자 감식사업에 들어갔다. 진실화해위원회와 제주도, 제주4·3평화재단은 협업을 통해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고 행방불명 4·3희생자를 포함한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공동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세종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3900여 구의 유해 중 대전 골령골 희생자 유해를 포함해 시료 채취가 용이한 2000구를 대상으로 시료 채취를 진행 중이다. 이후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료 채취와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두 자료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이후를 대비해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제주도 내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413구가 발굴돼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이번 도외지역 유해 1구의 신원이 확인됨에 따라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희생자는 총 142명이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故 김한홍, #골령골 발굴 유해 첫 신원확인,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확인, #세종추모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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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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