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함을 지르는 오스카.
ⓒ 민은실
부조리를 경험하다

어리지만 반음조쯤 높여서 신경질적으로 들려오는 보이스 오버 내래이션. 유리를 깰 수 있는 주인공 아이의 높은 기성, 바다에서 건져올린 말의 머리에서 꾸역꾸역 나오는 뱀장어들. 연민을 느끼게 하는 난장이 연기자들.

자극적인 영향을 남겨준 이 영화는 황량하고 드넓은 감자밭에서 농부가 감자를 호호 불며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 남자가 경찰을 피해 달려오고 여자는 네겹의 치마 속에 숨겨준다. 여자는 그를 깔고 앉아 경찰을 따돌려 주고 남자는 치마 속에서 바지 앞층을 여미며 나온다. 그렇게 잉태된 아이가 아그네스이고, 이는 오스카의 엄마이다.

오스카는 자신이 태어난 유래를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동화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자궁 속에서부터 엄마를 사랑하는 두 남자 중 어떤이가 자신의 아버지인지를 혼동하면서. 또한 그때부터 너무나 섬뜩한 어른의 눈빛을 한 오스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기이해져 간다.

스스로 '성장'을 멈추다

아이의 목소리는 히스테리컬하게 들려온다. 그 아이는 세살이 되던 해 자신의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의 모습. 특히 합법적인 아버지의 눈을 교묘히 피해 성적 관게를 끈질기게 이어가는 얀과 엄마,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방조하나는 아버지의 형태에 실망하고 더이상 자라지 않기로 맹세하며 계단에서 굴러떨어진다.

그리고 그는 스물 한살이 될 때까지 세 살의 크기로 남아있게 된다. 얀 아저씨가 준 양철북을 분신처럼 메고 다니며 그가 성장을 멈춘동안 부조리를 타파하는 무기로서 양철북을 두드린다. 그 무렵 마을에는 나치가 등장하고 위세를 떨치고 그리고 패배한다.

엄마는 얀의 아이를 잉태한채 자살하고 아버지는 나치 당원이 도고 얀 아저씨는 폴란드인이란 이유로 나치에 의해 죽음을 다한다. 오스타가 사랑한 동갑의 마리아는 아버지의 정부가 된다.

또 독일군 위문 공연에 나서는 서커스단에서 만난 난장이 여자를 사랑하고 그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패전 뒤에는 아버지로 하여금 나치를 색출하는 소련군 앞에서 자신이 버린 나치 배찌를 다시 삼키게 함으로써 죽음으로 밀어 넣는다. 그는 육체의 성장을 포기한 대신, 세상의 어두운 일면을 똑바로 꿰뚫어보는 시각과 통찰력을 지니게 되었다.

부조리를 타파하는 무기 '양철북'

그런 세상에 오스카가 개입하는 것은 양철북을 두드리고 기성을 질러 유리를 깨는 것을 통해서다. 엄마의 간통 행위의 절정을 온동네 유리를 깨어가며 망치고 나치 전당 대회를 왈츠를 추는 무도장으로 바꾼다. 성적 열정과 정치적 엄숙함을 파괴하고 희화하해 버린다.

귄터 그라스의 1959년 소설을 각색한 이영화는 독일 역사에 대한 일종의 학습이다. 아버지로 대표되는 과거 독일을 죽이고 아버지가 남긴 정부와 자신의 아이일지도 모르는 동생, 즉 아버지의 짐을 지고 어딘지 모를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오스카는 어쩌면 독일 전후세대의 자화상이다. 새로운 독일 영화의 자기 선언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 제작 : 1979년 제작, 칸 영화제 작품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 감독 : 폴커 슐렌도르프
* 주연 : 다비드 베민트, 마리오 아도르프, 앙겔라 벙클러
* 원작 : 귄터 그라스 <양철북>

2003-03-15 13:34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제작 : 1979년 제작, 칸 영화제 작품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 감독 : 폴커 슐렌도르프
* 주연 : 다비드 베민트, 마리오 아도르프, 앙겔라 벙클러
* 원작 : 귄터 그라스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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