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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연
요즘 슈퍼마켓에서는 아이들 간식거리로 과자류를 장바구니에 담는 주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많은 엄마들이 치킨이나 피자 대신 고구마나 누룽지 등으로 아이들 간식을 대체하면서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고구마가 품귀현상을 빚는 일도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아마도 연일 매스컴을 타고 전해지는 트랜스 지방의 유해성을 주부들이 인식한 까닭이겠지요.

얼마 전에는 '과자 파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니, 이번에는 트랜스 지방 때문에 먹을거리를 두고 또 걱정을 하게 생겼습니다. 더욱이 서구화된 아이들의 입맛 때문에 어린이들의 트랜스 지방 섭취량이 어른보다 많다고 하니 큰 걱정입니다.

이미 변해버린 아이들의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는 일! 그렇다면 도대체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BRI@이런 어른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말을 맞아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묻는다면 아마도 여전히 기름에 튀겨낸 돈가스를 꼽겠지요. 제아무리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이라도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진 분식집의 4천원짜리 돈가스 앞에서는 맥을 못 춥니다.

제 딸아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도, 밖에 나가서도 "무얼 먹을래?" 하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돈가스'란 대답이 나오니 말입니다.

'아이들은 왜 그리도 돈가스를 좋아할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것은 아마도 '입에서 느껴지는 맛' 때문이라기보다도 무언가 평소에 먹던 것과는 다른 특별함 때문일 것이란 결론을 내리게 되더군요.

일단 늘 사용하던 수저 대신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서 이른바 '칼질'을 한다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특별함으로 다가갈 테고, 거기에 겨자며 소스를 찍어 먹는 재미도 더해지니까요.

또 커다란 접시에 오밀조밀 담긴 샐러드, 과일 등도 아이들 눈요기와 호기심 충족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입니다. 한마디로 눈으로 보는 재미가 요모조모 큰 메뉴이기에 아이들이 돈가스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맛도 좋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돈가스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요리임은 틀림없기에 아이가 원할 때마다 사 주거나 집에서 만들어 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늘 걱정스럽고 부담이 되는 것은 바로 '돈가스에 사용되는 기름'이었습니다.

식당에서야 당연히 쓰고 난 기름을 수차례 사용하는 일이 허다할 것이고 집에서도 한 번 튀기고 남은 그 많은 기름을 그냥 버린다는 것이 사실상 쉽게 내키는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또 무엇보다 돈가스 겉에 입힌 빵가루가 먹는 기름의 양이 보통이 아니라서 필요 이상의 지방 섭취를 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습니다. 갓 튀겨낸 돈가스를 기름종이에 올려놓았을 때 스며드는 기름의 양만 봐도 엄청나니까요.

ⓒ 이효연
그래서 생각한 것이 튀기지 않고 구워낸 '오븐 돈가스'입니다. 아주 적은 기름으로도 고기는 속까지 완전히 익혀내고 겉표면은 바삭바삭하게 구워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고기의 밑간에서부터 재료준비, 소스 만들기까지 일체의 과정은 일반 튀김 돈가스를 만드는 방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기름에 튀겨 익히는 대신 오븐에 구워낸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오븐이 없다면 프라이팬에 조금 넉넉한 양의 기름을 두르고 처음에는 센 불에서 굽다가 차츰 불을 줄여 약불에서 속까지 익도록 구워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손바닥만 한 돈가스용 고기 눌러놓은 것 한 팩(6개들이)을 2600∼3000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넉넉하게 구입해서 빵가루 묻히는 과정까지 만들어 냉동해두면 언제든지 아이들이 원할 때 즉석 돈가스를 만들어 줄 수 있어 편리합니다. 적은 기름으로 영양이 풍부한 오븐 돈가스, 정말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재료

▲ 돈가스용 돼지고기 6∼7장
▲ 달걀 2개, 소금, 후추, 기타 녹차나 카레, 허브 가루(없어도 가능) 등 돼지고기 밑간 재료 약간
▲ 맛 술이나 청주 1∼2큰술, 빵가루 2∼3컵, 우유나 생수 2∼3큰술, 포도씨유나 올리브유 1/2컵 정도
▲ 돈가스 소스(시판 돈가스 소스에 케첩+우유+설탕+물엿 적당량을 첨가해서 한 번 끓여도 맛이 좋습니다.)
▲ 채 썬 양배추 등 곁들이 할 채소 적당량


ⓒ 이효연
1. 돈가스용으로 썰어 눌러 놓은 고기를 구입한 후 핏물을 제거하고 소금, 후추. 술, 녹차나 허브 가루 등에 재워 냉장실에서 1∼2시간 둡니다.

ⓒ 이효연
2. 달걀을 풀어 충분히 저어 흰자와 노른자가 고르게 섞이도록 합니다. 카레가루 1작은 술 정도를 달걀 물에 풀어 넣으면 맛과 향이 좋아집니다. 밑간한 고기를 달걀 물에 넣어 적십니다.

ⓒ 이효연
3. 빵가루에 생수나 우유를 약간 넣어 손으로 비벼주면 좀 더 도톰하고 먹음직스러운 돈가스 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판매하는 즉석 돈가스의 튀김옷이 먹음직스런 이유는 촉촉한 식빵을 커터기에 갈아내서 빵가루 튀김옷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빵가루의 입자가 시판 빵가루보다 훨씬 큰 셈이죠. 시판 빵가루의 입자가 작고 많이 부스러져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유나 생수를 넣어 수분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 이효연
5. 달걀 물에 젖은 돈가스를 충분한 양의 빵가루가 담긴 그릇에 넣고 꼭꼭 눌러가면서 고르게 빵가루 옷을 입혀줍니다. 너무 꽈 꽉 세게 누르면 빵가루가 부스러져서 오히려 잘 안 묻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이효연
돈가스를 만들 때 항상 조금씩은 빵가루가 남게 마련입니다. 이때 남은 빵가루는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해두었다가 햄버거나 동그랑땡을 만들 때 같이 넣어 반죽하면 좋습니다. 견출지에 사용한 날짜와 제목을 적어 냉동해두면 편리합니다.

ⓒ 이효연
6. 오븐 팬에 쿠킹포일을 깔고 기름을 얇게 바릅니다. 오일 스프레이가 있다면 적당히 뿌려주면 간편합니다. 만일 오일 스프레이가 없다면 기름을 바른 후 붓이나 티슈를 이용해서 고르게 펴 주면 됩니다.

기름을 바른 포일 위에 빵가루를 묻힌 돈가스를 올리고 표면에 다시 한 번 기름을 뿌려줍니다. 스프레이가 없다면 숟가락으로 조금씩 기름을 떠서 숟가락 등으로 발라주면 됩니다.

ⓒ 이효연
8. 섭씨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 정도면 표면이 노릇해질 정도로 구워집니다. (고기의 두께, 오븐의 출력과 화력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시판 돈가스 소스(혹은 케첩과 설탕 등을 첨가해서 직접 만든 소스)를 뿌리고 채소 등을 담아 곁들여 내면 완성입니다.

ⓒ 이효연
커다란 접시에 돈가스와 채소 등을 담고 아이스크림 주걱으로 밥을 동그랗게 퍼 담아 내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기름을 적게 써서 맛이 절대 느끼하지 않고 남은 기름 처치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오븐 돈가스입니다.


아이들에게 과자를 만들어 줄 요량으로 오븐을 구입해 놓고 막상 잘 사용하지 않고 부엌 한구석에 방치해 두는 일도 많은데요. 날도 쌀쌀해서 오븐을 사용하기에 부담이 전혀 없는 계절, 손쉬운 오븐 돈가스로 오래간만에 부엌에 온기를 더함과 동시에 트랜스지방 걱정도 살짝 덜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태그:#트랜스지방, #돈가스, #오븐요리, #이효연, #어린이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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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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