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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 죽녹원 대숲과 죽순. 밑에는 대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가 보인다.
ⓒ 이돈삼
“저기 죽순이 보이죠? 저게 솜대(분죽)입니다. 왕대의 죽순은 6월에 올라옵니다. 여기 죽녹원의 대는 솜대와 왕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 죽순은 말 그대로 쑥쑥 자랍니다. 하루에 몇 십 센티미터씩….”

남도땅 담양에 있는 죽녹원에서 만난 담양 문화관광해설사 송명숙(45)씨. 오감이 만족하는 해설사로 정평이 나 있다. 듣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한다는 게 여행객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눈으로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대숲에 대해 오감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에 대한 그녀의 추억은 애틋하다. 어렸을 때 집 앞마당에 대밭이 있어서 날마다 대바구니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날의 책임량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것을 마치기 전에는 노는 것은 물론 숙제조차 할 수 없었단다. 손이 가시에 찔리고 벌겋게 부어오른 것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게 아련한 추억이라고. 애틋하면서도 알토란처럼 소중하게만 느껴지는….

▲ 죽녹원에서 대와 대숲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송명숙씨.
ⓒ 이돈삼
송씨는 지난 2002년 도립 남도대학에 전문해설사 양성과정이 개설되자 한걸음에 달려가 응시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강생이 된 그녀는 6개월 동안 해설사 양성교육을 받았다. 2년 전부터 가사문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던 터여서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지역에 살면서 문화유산과 관광지에 얽힌 농익은 해설을 해주는 문화관광해설사는 여행객들이 문화유산을 다시 보게 해준다. 틀에 박힌 설명이 아니라 주변의 생생한 이야기까지 곁들여준다. 친절서비스 마인드까지 갖춘 것은 기본. 하여 이들의 설명을 듣다보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그녀의 활동공간은 담양군 관내. 평일에는 주로 대숲인 죽녹원, 아름다운 거리숲인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그리고 가사문화권 등지에서 해설을 한다. 군청을 통해 예약해 오는 단체를 주로 찾아간다. 지난 18일 죽녹원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숲 해설을 해준 것도 그녀였다.

주말과 휴일엔 담양버스투어에 오른다. 벌써 5년째다. 그녀가 타는 버스는 첫째·셋째·다섯째 주 토요일엔 가사문학 코스로 소쇄원, 가사문학관, 식영정, 명옥헌원림, 면앙정, 죽녹원 등지를 찾아간다. 둘째·넷째 주 토요일은 죽녹원, 관방제림, 가마골생태공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대나무박물관 코스를 돈다.

▲ 주말과 휴일 운행하는 버스투어 탑승객들과 함께 소쇄원을 방문, 해설을 하고 있는 송명숙씨.
ⓒ 이돈삼
매주 일요일은 대나무 웰빙투어로 댓잎차 체험, 송학민속체험박물관, 죽녹원, 죽초액비누 만들기 및 대숯천연염색 체험코스를 안내한다. 사실상 쉬는 날이 거의 없다.

“관광객들이 해설사로서 저의 존재를 인정해 줄 때 제일 보람을 느끼죠. 특히 어린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일 때, 한번 해설을 들은 관광객이 다음에 다른 사람과 함께 다시 와서 찾아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반면 설명을 위해 버스에 올랐는데 마이크를 잡자마자 “노래를 불러 달라”, “재미있는 얘기를 해달라”, “시간이 없으니 짧게 얘기해 달라”고 할 때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제 자신의 말투와 표정이 지역의 이미지로 직결되기 때문에 늘 친절하고 따뜻한 미소로 관광객들을 대하고 있다”는 송씨는 “모든 이들이 아는 만큼 담아 가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해설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 송씨가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여행객들에게 죽녹원의 대와 죽순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이돈삼

태그:#담양, #죽녹원, #송명숙, #죽순,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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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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