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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장 박의규) 2차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한미FTA가 적힌 대형 천을 찢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미FTA 저지 한농연 2차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행진 도중 시민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며 한미FTA 저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0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광장. 전국의 농민들이 '한미FTA 반대'가 쓰인 깃발을 들고 속속 모였다. 이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주최로 열린 '한미FTA 저지 한농연 2차 총궐기대회'에 모인 1만2000여명(경찰 추산 8000명)의 농민들은 "졸속 협상 한미FTA 원천 무효"를 외쳤다.

박의규 한농연중앙연합회 회장은 "내일부터 진행될 재협상은 정부가 협상과정 내내 미국에 끌려 다녔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이달 말 예정된 FTA 비준을 막기 위해 모든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한농연이 오늘 그 첫발을 내딛는다"고 말했다.

오늘 연대사에 나선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국민의 60%가 반대하고 있는 이 협상을 막기 위해 금속노조도 총파업을 결의했다"며 오는 29일로 예정된 민중총궐기에도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집회에 자리한 농민들도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한미FTA 반대'가 적힌 종이를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농민들 "정부는 농민을 홀대한다"

▲ 강원도 원주에서 온 농민이 지역에서 생산한 쌀을 목에 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남 함안군에서 온 강호경(52)씨는 "소 값은 200만원이나 떨어졌는데 오히려 사료 값은 올랐다"며 "농민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미FTA 협상 과정을 보면서 다음 세대에도 농촌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한탄했다.

"79년에 흉작이 들어서 쌀이 부족했어. 그 때도 미국 쌀을 수입했었지. 그런데 이놈들이 1년으로는 계약하지 않으려고 하고 3년 장기계약으로 팔려고 하는 거여. 어쩌겠어. 당장 쌀이 부족한데 사야지. 나는 군대만큼이나 농업도 국가에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

제주도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김동철(46)씨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전혀 농가의 실정을 모르고 있다"며 "한미FTA가 체결되면 감귤농사는 망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천 한농연 제주도 회장도 "정부의 '오렌지 계절관세안'은 제주도의 감귤 생산시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러 번 이 문제를 가지고 정부 부처를 방문하고 항의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번 재협상 과정에서 농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주도 농가 중 53% 이상이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감귤이 망하면 그 사람들은 다른 밭작물을 심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감귤 농사 이외의 작물에도 피해가 발생한다. 결국 농가를 살리려면 한미FTA를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

전북 임실군에서 올라온 김영미(40)씨는 "정부가 농민의 생존은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며 "한미FTA로 인한 피해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농민들이 희생해서 핸드폰이나 반도체가 많이 팔린다면 정부가 그쪽에 세금을 많이 걷어서라도 농민들이 살 수 있게 보장해야 하지 않냐"며 "농촌에 사람이 없다보니 정부가 농민들을 홀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명숙(43)씨는 "그래도 이렇게 목소리라도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그동안 속이 답답해 터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 집회 참가자가 거리행진 도중 시민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미FTA 저지 한농연 2차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시민 "이 정도로 피해가 클 줄 몰랐다"

▲ 거리행진을 하던 농민들이 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이 오가는 청계천을 내려다 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농민들은 본대회가 끝나고 을지로와 청계천을 행진하며 서울시민들에게 쌀과 토마토, 콩 등의 농산물을 나눠주며 한미FTA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또 장미꽃도 같이 건네며 "농민들을 잊지 말아 달라"며 시민들에게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렸다. 모를 심은 화분도 거리 곳곳의 건물에 놓아두었다.

강북구에 사는 고일영(51)씨는 쌀과 김치를 받았다. 고씨는 "농민들의 사정을 이해한다"며 "FTA 협정 체결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정부는 농민들의 사정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채(49·성동구)씨는 "사실 이 정도로 피해가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TV나 신문에서 피해가 이렇게 크다고 말한 적은 없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유하나(21)씨는 "국민 앞에서는 큰 소리를 쳐놓고 정작 미국 관리들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 것 아니냐"며 정부의 협상태도를 비판했다.

유씨와 같이 쌀을 받은 신현지(21)씨는 "농민들은 열심히 고생하는 데 정부의 협상 기준은 너무 한쪽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유씨의 의견에 동감을 표했다. 가족과 함께 청계천을 찾은 김태향(33·마포구)씨는 "아이들 급식문제도 걱정이다"고 답했다.

"어제 뉴스를 보니깐 애들 급식에 수입 쇠고기를 넣었더라고요. 초등학교 다니는 큰 애 학교가 자체 급식이라 지금은 문제가 없겠지만 정말 광우병 쇠고기가 애들 급식에 들어가면 어떡하나요? 한미FTA는 잘못된 정책인 것 같아요."

농민들은 거리 행진을 마치고 다시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집회를 마무리했다. 박의규 한농연 중앙연합회 회장은 "이 집회가 마지막이 아니라 한미FTA를 막아내는, 우리나라의 농업을 지키는 시작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하며 집회를 마쳤다.

▲ '한미FTA 저지 한농연 2차 총궐기대회'에서 한 농민이 소를 끌고 나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농민들이 거리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들이 원활한 행진과 교통소통을 위해 양보를 요청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태그:#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한미 FTA, #서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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