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교리의 지침은 교과서와 같다. 어릴 적 나는 고모님의 등에 업혀 교회를 다녔다. 비록 어린시절이었지만, 그 시절 내가 느꼈던 종교적 이념은 착한 일을 하면 천당에 간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해서 인연을 맺은 종교는 불교. 사찰 방문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어떤 이는 사찰에 가서 소원을 빌기도 하고, 어떤 이는 깨달음을 구하고 가르침을 얻기도 한다.

▲ 화엄사 각황전 뒤편에 있는 사사자삼층석탑은 효대라 부른다
ⓒ 김강임
천년의 화엄성지 화엄사

지난 7월 장마가 한창일 때 화엄사에 다녀왔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에 구름을 안고 있는 절집 화엄사. 사람들은 그곳을 ‘천년의 화엄성지’라 부른다. 화엄경의 두 글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 연기조사가 창건하였다는 화엄사 경내에는 국보와 보물, 천연기념물과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그래서일까. 화엄사는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화엄사는 남도의 여정에서 사찰순례의 길목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화엄사 방문은 여러 번 해본 것 같다.

화엄사는 종교적 관점을 떠나 둘러 볼 곳이 많다. 문화재로 등록된 일주문을 지나 보제루(문화재49호), 구층암, 원통전과 나한전, 금강문의 문화적 가치도 흥미롭다. 또한 보물인 대웅전(보물 299호)과 원통전전사자탑(보물 300호), 동오층석탑(보물 132호)과 서오층석탑(보물 133호)을 비롯하여, 국보로 지정된 각황전과 석등(국보 12호), 영산회괘불탱(국보 301호)을 둘러보면 발길이 바쁘다.

▲ 일주문 지나면 효대시비가 있다.
ⓒ 김강임
108계단 올라 연기조사 효사랑에 빠지다

하지만 화엄사에 가면 꼭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각황전 뒤편에 있는 효대에 가 보라. 효대시비에서 만나는 시 한 편으로 효대에 서면 더욱 마음을 뜨겁게 달굴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 서면 늘 3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여느 때처럼 각황전 뒤편을 따라 108계단을 올랐다. 효대에 이르니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이 구름 속에 잠겨 있는 듯 했다. 사사자삼층석탑을 효대라고도 부른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사사자삼층석탑은 국보 35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 서면 지리산 산허리 풍광을 감상하는 조망권과 석등과 마주하고 있는 삼층석탑을 둘러보면 연기조사의 효사랑에 빠져든다. 사사자삼층석탑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 국보 35호인 사사자삼층석탑은 어머니에 대한 연기조사의 효사랑을 그린 탑
ⓒ 김강임

▲ 입을 크게벌린 사사자가 불상을 호위하고 있다.
ⓒ 김강임

▲ 기단에는 악기를 들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있다.
ⓒ 김강임
3번 고개 숙이는 사사자삼층석탑

2개의 기단 위에 가까스로 올려있는 3층의 탑신, 암수 4마리의 사자상이 탑신을 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예술작품을 연상케 한다. 특히 아래층의 기단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악기와 꽃을 들고 마치 노래와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은 환희 그 자체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 사사자에 호위되어 있는 합장을 한 불상은 연기조사의 어머니라 한다
ⓒ 김강임
그리고 사사자 안에 두 손을 합장한 채 서 있는 스님 상 앞에 또 고개를 숙인다. 이 스님은 연기조사의 어머니. 신라 진흥왕 5년에 화엄사를 세운 연기조사의 효는 또 한번 고개를 숙이게 한다.

마지막으로 사사자 앞에 쌍벽을 이룬 석등을 보며 또 한번 고개를 숙인다. 석등을 머리에 이고 차를 공양하고 있는 연기조사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사람들은 이 석등을 ‘어머니에 대한 효를 표시한 것이다’고 말한다.

▲ 석등을 이고 찻잔을 받쳐든 연기조사,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 김강임

▲ 탑의 상단 모습
ⓒ 김강임
중생은 세간인데 출세간을 꿈꾸다

하지만 절집에서 석등을 머리에 이고 차를 공양하는 모습은 또 하나의 가르침을 낳는다. ‘세간과 출세간의 불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보니 석등을 바라보는 불자의 마음 또한 세간과 출세간의 공양을 놓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중생은 늘 세간인데, 스님은 출세간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으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연기조사 어머니의 불상 앞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보랏빛 수국은 마치 중생들의 마음이양 피어났다. 사람들은 고개 숙인 내 마음도 모르고 이형 석탑의 구성을 하고 있는 석탑 앞에서 사진을 찍어 댔다. 장맛비는 사사자삼층석탑에 뚝-뚝 떨어졌다.

덧붙이는 글 |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에 있는 화엄사는 544년(백제 성왕 22년)에 연기 조사가 창건하였다하며 절의 이름은 화엄경의 화엄 두글자를 따서 붙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해회당과 대웅상적광전만 세워졌고 그후 643년(선덕여왕 12년) 자장율사에 의해 증축되었고 875년(신라 헌강왕 1년)에 도선국사가 또다시 증축하였으나 임진왜란때 불타 없어진 것을 1630년(인조 8년)에 벽암선사가 절을 다시 세우기 시작하여 7년만인 인조 14년(1636) 완성하였다. 

 지난 7월 12일 다녀왔습니다


태그:#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효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