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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63년도에는 초등학생과 선생님들도 교복을 입었고 이름표도 달았습니다.
ⓒ 임윤수
두 해만 있으면 환갑이 되는 둘째 누나가 있습니다. 괄괄한 성격 때문인지 지금도 가끔은 선머슴 같은 행동을 서슴지 않아 만년소녀처럼 살아가는 누나입니다. 그런 누나지만 흐르는 세월과 함께 침침해져 오는 눈만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나이를 먹으며 누구나 공유하는 살맛 하나는 지나간 세월에 둘둘 말려있는 추억을 들춰보는 시간들인가 봅니다. 몇 년 전에 이미 할머니가 된 누나지만 누나 역시 현재보다는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거나 이야기하는 걸 즐거워합니다.

그런 누나가 얼마 전부터 투정 아닌 투정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나이를 먹어 할머니소리를 듣고 있지만 마음만은 항상 새침데기 소녀인 누나의 불만은 다름 아닌, 초등학교 졸업앨범이 점차 희미하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이야 초등학교 졸업앨범도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오는 컬러사진이 책처럼 여러 장으로 엮어져 있지만 누나가 가지고 있는 졸업사진은 달랑 한 장으로 된 단체사진입니다. 크지도 않은 단체 사진에다 세월이 흐르며 색까지 바래다 보니 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다는 투정입니다.

▲ 학생들은 왼쪽 가슴에 이름표를 달았고, 선생님들은 오른쪽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있고, 검정색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 임윤수
누나의 투정 아닌 하소연을 몇 번 듣다 못해 사진을 가져다 크게 확대하여 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누나로부터 건네받은 사진은 가로 15cm, 세로 11cm의 크기에 9분의 선생님과 44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찍은 단체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아래에 하얀 글씨로 '외사국민학교 제14회 졸업기념, 1963. 2'라고 써 있으니 사진 속 주인공들은 물론 언제 찍은 것인지가 분명합니다. 사진은 1963년 2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에 촬영된 사진입니다.

어! 선생님들도 교복을 입고, 이름표까지 달았네

사진을 보는 순간 지금으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모습이 보였습니다. 국민학생(초등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도 의아했지만 선생님들도 제복인지 교복인지를 입고 있었고 가슴에는 이름표까지 달고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입고 있는 교복은 비슷하고 이름표는 흰색입니다. 학생들은 왼쪽 가슴에 이름표를 달았고, 선생님들은 오른쪽에 이름표를 단것이 차이일 뿐이었습니다. 여학생들도 이름표를 단 게 보이고, 여선생님도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1963년이라면 일제강점기를 훨씬 지난 시기임에도 언뜻 제복 헌병이 생각나는 그런 복장입니다.

▲ 10년 후인 1973년에 졸업을 한 필자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보니 교복도 입지 않았고 이름표도 달지 않았습니다.
ⓒ 임윤수
누나가 졸업을 한 해로부터 10년 후인 1973년에 졸업을 한 필자의 졸업사진을 꺼내보니 비록 흑백사진이긴 하나 누나의 졸업사진과는 달리 입은 옷들도 제각각이고 선생님도 이름표를 달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초등학생이 교복을 입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고, 더더구나 선생님들이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다녔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않았는데 불과 10여 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학제나 교복은 그때도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니 교육환경 역시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또 하나의 생물은 아닐까를 반문해 봅니다.

태그:#이름표, #국민학교, #초등학교,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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