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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사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는 추억의 여운이 길고도 진하다. 2005년 낙산사 산사음악회 광경.
 고즈넉한 산사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는 추억의 여운이 길고도 진하다. 2005년 낙산사 산사음악회 광경.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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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세월의 여울에 놓여진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새싹 빛 봄돌을 건너와 초록빛 여름돌에 머물며 한참이나 기승을 부리던 계절이지만 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듯 단풍빛 가을을 향해 성큼 발걸음을 내디뎠다. 9월이다. 초입의 9월은 여름의 뒷모습이기도 하지만 가을로 들어서는 섬돌, 가을이 시작되는 길목이다.

야속할 때는 있어도 계절의 뒷모습은 밉지 않다. 미녀가 아니었어도 떠나는 뒷모습, 떠나버린 옛 애인의 뒷모습은 아름답게 기억되듯 후텁지근하기만 했던 한 계절, 지루함을 넘어 지겹기조차 했던 여름마저도 여유롭게 돌이켜 볼 수 있는 여름의 끝 무렵이다.

8월이 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으로 찾아드는 계절이라면 9월은 만물이 영글어가고 수확하게 되는 결실의 계절이다. 가을은 거둠의 계절이지만 뿌릴 수도 있는 계절이다. 씨앗을 봄에 뿌려야 가을에 알곡을 거둘 수 있는 게 있고, 여름에 씨앗을 뿌려야 가을쯤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보리처럼 가을에 뿌려야만 제대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그런 것들도 있다. 

9월 8일 양양 낙산사에서는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9월 8일 양양 낙산사에서는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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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바닷가에서의 추억은 여름에만 만들어지거나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가을이지만 한여름의 추억과는 견줄 수 없는 깊고도 진한 추억을 만들 기회가 있다.

이번 가을, 다가오는 9월 8일 양양 낙산사엘 가면 뿌릴 수 있는 씨앗 하나, 영원히 감미롭게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의 씨앗 하나를 줍거나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가을의 섬돌 9월, 양양 낙산사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

가을이 시작되면 만곡이 여물어 간다. 논에서는 나락이 익어가고, 밭에서는 수수나 조와 같은 밭곡식들이 영글어간다. 과실나무에서는 과일이 익어가고 야생초 꽃대에서는 산열매가 익어간다. 붉거나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엔 별에 별것이 다 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영글어 가는 가을 들녘은 풍요롭고, 내 것이 아니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되는 기분이 든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가을 초입의 들녘만큼이나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선율과 산사의 고즈넉함이 연상되는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오는 9월 8일(토요일) 오후 7시부터 양양 낙산사 경내에 마련되는 특설무대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초입의 9월은 여름의 뒷모습이기도 하지만 가을로 들어서는 섬돌, 가을이 시작되는 길목이다.
 초입의 9월은 여름의 뒷모습이기도 하지만 가을로 들어서는 섬돌, 가을이 시작되는 길목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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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에선 만곡이 영글어 간다. 낙산사 경내에 있는 배나무, 낙산배시조목에 열린 배도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가을 들녘에선 만곡이 영글어 간다. 낙산사 경내에 있는 배나무, 낙산배시조목에 열린 배도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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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음악회 특설무대가 마련되는 보타전 뒤쪽은 온통 가을꽃이다.
 산사음악회 특설무대가 마련되는 보타전 뒤쪽은 온통 가을꽃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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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가 주최하고 KBS 춘천방송총국이 주관하는 이번 산사음악회는 낙산사 경내 보타전 앞에 마련되는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KBS 국악관현악단이 출현하고 장사익, 김태곤, 유열, 조통달, 여울, 김경아, 웅산 등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시대의 소리꾼들이 출현한다.

세대와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장

불자들이나 가는 음악회, 산사에서 열리는 음악회니 염불이나 하고 찬불가나 부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가기만 가봐라. 세대와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장이 될 것이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얼싸절싸 어깨춤을 추고, 아줌마나 아저씨로 불리는 장년층이라면 들썩들썩 엉덩이가 흔들릴 거다. 어른들만 신명나는 게 아니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발랄하기 그지없는 청소년 모두가 환호와 손뼉으로 어울리게 할 산중 음악회가 될 것이다.   

한 번 상상해 봐라. 풋풋한 바다냄새, 철썩거리는 파도소리, 칠흙의 밤에도 하얗게 빛날 것 같은 백파, 낙락장송에 기대 선 의상대의 고요함을 배경으로 오묘하게 자리하고 있는 보타전, 그 보타전 앞 보타락에 마련될 특설무대의 조화로움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봐라.

화마에 참화를 입었던 길, 해수관음보살상을 참배하러 가는 길목에도 가을꽃이 만연하다.
 화마에 참화를 입었던 길, 해수관음보살상을 참배하러 가는 길목에도 가을꽃이 만연하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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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위의 의상대, 파도가 들락거리는 홍련암과 어우러질 산사음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찔거린다.
 벼랑위의 의상대, 파도가 들락거리는 홍련암과 어우러질 산사음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찔거린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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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이나 가는 음악회, 산사에서 열리는 음악회니 염불이나 하고 찬불가나 부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가기만 가봐라. 세대와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장이 될 것이다.
 불자들이나 가는 음악회, 산사에서 열리는 음악회니 염불이나 하고 찬불가나 부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가기만 가봐라. 세대와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장이 될 것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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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내리면 조명등이 켜지고, 조명등에서는 무지개 같은 불빛이 쏟아지고, 그 불빛 속에서 산사의 고즈넉함을 빨아 당기거나 버무릴 것처럼 울려 퍼지는 장엄한 국악소리, 오선지를 튕겨나갈 만큼 감미롭고도 새콤한 가사, 열창의 몸부림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 않겠는가.   

자신 있게 권하는 추억 만들기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으며 산다고 한다. 가을로 들어서는 섬돌 9월, 먼 후일 꺼내 볼 수 있는 추억 하나쯤 만들어 보시라. 씨알 좋은 추억 하나를 줍고 싶다면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름을 배웅하고 오는 가을도 마중할 겸 양양 낙산사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를 참가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행사 당일 낙산사에서는 간식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하니 이거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동전 줍듯 간식도 먹으며 산사음악회까지 즐기게 되는 절호의 기회다.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 김태곤, 유열, 조통달, 여울, 김경아, 웅산 등이 출현한다. 2006년 보탑사 산사음악회에 선 김태곤.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 김태곤, 유열, 조통달, 여울, 김경아, 웅산 등이 출현한다. 2006년 보탑사 산사음악회에 선 김태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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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에게는 누룽지 같은 추억이 되고, 중년들에게는 7080의 장이 될 것이며 애틋한 연인들에게는 감정이 녹아내릴 것 같은 짜릿한 추억이 만들어질 것이다. 답답한 일이 있으면 답답함을 토해낼 수 있는 후련한 기회가 될 것이고, 좋은 일이 있으면 자축할 수 있는 축하의 장이 될 것이다. 

고단하고 팍팍하기만 한 게 현실이지만 가을 산사에서 듣게 되는 감미로운 음악은 가을 들녘에서 포동포동하게 영글어 가는 알곡만큼이나 풍요로울 뿐 아니라 짜릿하고도 애틋한 추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떠나고 찾아보시라. 촘촘한 망태기, 헛헛한 세월은 쑥쑥 빠져나가고 씨알 굵은 추억들만 거를 수 있는 튼실한 망태기 하나 둘러메고 추억 줍기를 위해 9월 8일, 산사음악회가 열리는 양양 낙산사를 찾아보시라.

헛헛한 세월은 쑥쑥 빠져나가고 씨알 굵은 추억들만 거를 수 있는 촘촘한 망태기 하나 둘러메고 9월 8일, 산사음악회가 열리는 양양 낙산사를 찾아보시라.
 헛헛한 세월은 쑥쑥 빠져나가고 씨알 굵은 추억들만 거를 수 있는 촘촘한 망태기 하나 둘러메고 9월 8일, 산사음악회가 열리는 양양 낙산사를 찾아보시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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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고즈넉함과 어울린 초가을 하늘의 선율이 님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순간만을 달콤하게 하는 짜릿한 행복이 아니라 돌이켜보면 돌이켜 볼수록 가슴 아프도록 달콤하게 기억되는 첫사랑의 입맞춤처럼 지워지지 않는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추억 역시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만들고 꾸려나가는 것이다.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멍석은 주지 정념스님을 위시한 낙산사 스님들과 관계자들이 낙산사에서 펼친다. 그냥 가서 즐기고 줍기만 하면 되는 기회의 멍석이다. 하던 짓도 멍석을 펼쳐놓으면 멈추는 수줍거나 소극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면 촘촘한 망태기 하나 걸머메고 훌쩍 떠나보시라.


태그:#산사음악회, #낙산사, #보타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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