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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밤 방송하는 MBC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
 24일밤 방송하는 MBC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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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수 PD가 돌아왔다. 황우석 사태 뒤 꼭 2년만이다. 그렇다고 어디로 멀리 갔던 건 아니다.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만들고 한학수 PD는 <PD수첩>을 떠났다. 그리고 <W>를 만들었다. 해외 뉴스를 캤다. 그러던 그가 8월 <W> 100회 특집 '말라리아'를 끝으로 'MBC 스페셜'로 자릴 옮겼다. 해외로 떠돌다 귀국한 셈이다.

한학수 PD는 귀국 인사를 다시 대전에서 시작했다. 또 대전이었다. 황우석 박사와 인연이 깊은 그곳에서 그는 'IMF 위기 10년 특집'을 준비했다. 꼬박 석 달이었다. 그리고 석 달간 쫓아다녔다. 이번엔 황우석 박사가 아니었다. 'IMF 위기 10년 특집'이었다. 정통으로 IMF를 맞닥뜨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강제 퇴출 충청은행원 945명, IMF 뒤 중산층에서 극빈층으로

딱 10년 전인 1997년 11월 IMF가 터졌다. 그리고 1998년 6월29일, 금감위원장은 중대한 사항을 발표했다. 금융권 구조조정 발표였다. 이때 충청, 경기, 대동, 동남, 동화, 이 5개 은행이 강제 퇴출당했다. 이때 충청은행 직원만 945명이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처럼 거리로 내쫒긴 충청은행원 945명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IMF 10년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MBC스페셜이 짚었다. 그 서글픈 초상을 24일(토) 밤 11시 40분에 방송한다. MBC스페셜, <IMF 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다. 정말 그 때 우리를 태우고 가던 배는 어디로 갔던 걸까?

MBC스페셜 제작진은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빈곤문제 연구소와 함께, 충청은행원 945명 삶을 추적했다. 200여 명은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주소가 확인된 750여 명 뿐이었다. 이 가운데 465명에 대해 정밀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10년 전 74.6%가 자기 집을 갖고 있던 데 반해, 현재 57.6%만이 자기 집을 갖고 있었다. 전월세 비율은 20.4%에서 35%로 늘었다. 퇴출 전 이들의 월평균 소득이 321만원이었던데 반해, 현재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186만원이었다. 또 7.1%가 10년 동안 이혼했다. 21%는 별거를 거쳤다. 퇴출 직후 부부간 갈등을 겪었다는 이들은 71%였다.

강제 퇴직 뒤 심리적 손상도는 더욱 극심했다. 90% 이상이 억울하거나 절망상태, 보복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자살 충동 같은 극단적인 충동을 느낀 사람도 약 60%에 달했다. 실제 5명이 자살했다. 전체 퇴출자의 5.3%였다. 한국사회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 23명(2006년 사망 및 사망원인 통계, 통계청)보다 230.4배나 높은 수치였다.

24일밤 방송하는 MBC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
 24일밤 방송하는 MBC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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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이 만난 충청은행 퇴직자들은 더 이상 화이트칼라, 중산층이 아니었다. 막노동을 하고, 신용불량에 내몰리고, 주식에 손대다 빚을 못 이겨 자살했다. 한 퇴직자는 강제 퇴출 당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와 벼락을 친 거예요"
강제 퇴직으로 거리로 내몰린 뒤, 지난 10년 간 결혼반지까지 내다 팔아야할 만치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한 퇴직자는 또 말했다.
"서민층? 극빈층? 지금 내가 사는 게 거의 극빈층이에요"
또 다른 퇴직자는 조용히 읊조렸다.
"살인하는 사람들의 그 심정을 알 것 같더라구요."

IMF 10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우리를 태우고 가던 그 배는 어디로 갔나.

MBC스페셜은 묻는다.

한학수 PD, "시장에 다 내팽개치면, 국가는 뭐냐?"

MBC스페셜, <IMF 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를 만든 한학수 PD를 지난 20일 MBC 본사에서 만났다. 24일 방송할 'MBC스페셜' 시사회 뒤였다.

- 충청은행을 잡은 이유는?
"<PD수첩>이라면 대안을 내놨을 텐데…….(웃음) 보면서 사람들이 돌아봤으면 했다. 나머지 세 은행은 규모가 너무 작고, 경기은행은 너무 수도권에 산재돼서 3개월 동안 커버하기 힘들었다. 충청은행을 놓고 보면, 강제퇴출이 맞긴 하더라도 5개 은행에 과연 들어가야 했는가? 충청은행이 지방은행이라고 하는 평범한 중산층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고, 만나보면 알겠지만 출연한 분들이 소탈하다. 바닥까지 내려가서도 "이런 말 드려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살인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힘들었다. 섭외가 안 된다. 다 부끄러운 이야기잖나. 상고 나오고 야간 대학 나오고 살만큼 살던 분들이라서 금반지 팔았네, 이혼했네, 누가 죽었네, 그런 이야길 공개를 안 하려고 한다. 한 분도 어저께 전화해 빼달라고 하더라. 다들 너무 쪽팔려서 빼달라 한다. 그래도 애들 둘만 모자이크 처리하고 가명 처리했다."

- MBC 스페셜이 45분 방송이다. 45분에 녹여 넣기엔 아쉬움이 많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IMF 10년 맞았는데 무슨 이야길 할까? 방송이라서 많이 적을 순 없고. 가장 작은 이야기로 큰 이야길 하고 싶었다. 국가가 개입했고 시장에 내팽개쳐졌고, 다 중산층 이야기다. 자영업자, IMF 때 주식투자해 망해 자살한 사람, 와이프랑 이혼한 사람...
물론 성은 안 찬다. 작은 이야길 취재해서 가장 큰 이야길 하고 싶었다. 국가는 무엇인가. 이제 균형점을 찾을 때도 되지 않았나. 그 이야길 하고 싶었다. 그 배는 어디로 갔나? 국가는 어디로 갔나?

24일밤 방송하는 MBC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를 연출한 한학수PD.
 24일밤 방송하는 MBC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를 연출한 한학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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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너무 개입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걸 다 시장에 내팽개쳐 버리면 국가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는 경제에 넘어갔다' 말하던데, 그건 무책임하다고 본다. 삼성문제도 연속성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시장이 질주했고, 국가가 어떻게 중심점을 잡아야 하는가.

가장 큰 게 양극화다. 난 성장도 힘들다고 본다. 아주 작은 문제들인데, 몇몇 사람들 사연들인데 이런 사연 통해 그런 이야기, '대한민국호'에 대해, 이제 돌아볼 때가 됐다 그런 이야길 하고 싶었다."

- 충청은행이 퇴출된 다섯 개 은행 안에 들어간데 의구심이 있는 거 같은데?
"법적인 절차, 이사회 주주총회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나중에 법적으로 안 되니까 (법을 만들어) 소급한 거다. 말이 안 되잖나? 2년 지나고 나서 법원에서 '퇴출한 근거 자료를 내놔라' 했더니, 금융감독원 답변이 걸작이다. 자료를 소각해서 없다. 이게 금감위의 답변이다. 최소 8천명 목을 쳤으면 평가할 자료가 있을 거 아니냐. 그때 서너 장 말곤 근거 내놓을 수 없다더라. 방송엔 안 나왔지만, 정보 공개 신청 두 번 했다. 첫 번 거절당하고 이의신청에도 거절했다. 사유는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단 거다. 이미 망한 이 기업에 무슨 경영상 비밀이 있는지 수긍할 수 없다."

칼은 버리지 않았으니까, 걱정마라

- 여태 한학수 PD 특징대로라면 그런데 초점을 두는 게 맞지 않나?
"고민스러운 주제였다. 충청은행이 5개 은행 퇴출은행 안에 끼어야 되냐, 말아야 되냐. 깊이 들어가면, 특수한 상황 아래 너무 엇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청은행 분들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다. 칼은 버리지 않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웃음) 시사 다큐를 하던 역사 다큐를 하던 그 칼을 용케 쓸 거다. 보면 짠한 부분이 있을 거다. 보고나서 '안 풀리네' 그런 답답한 느낌 가지라고 했다. 불편하게 해서 죄송하다."

- 방송에 나온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
"945명에서 200명은 연락이 안 된다. 그분들이 더 괴로운 분들이다. '충청은행 재건동우회'라고 해야 1년에 몇 만원 내는 거다. 그런데도 연락 안 된다고 하는 건, 그걸 낼 여유가 없거나 수면 아래 가라앉고 싶거나다. 그 연락이 되는 700명 가운데 전화 조사하고 만나보고, 전형적인 사례를 발견하려고 했다. 죽은 사람 가운데, IT 거품 맞아 죽은 저 사람은 뭐냐는 거다. 사회적 죽음이다. 죽은 진영수씨 아들도, 우리가 어떻게 할 거냐. IMF가 낳은 자식이잖나."

- 한학수 PD가 생각하는 해법이 있다면? <PD수첩>이 아니라서 안 만들었다고 했는데?
"해법,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웃음) 독일 철학자가 그랬다. 문제 구성하면, 문제 해결 정답이 내재돼 있다. 현재 양극화를 피해갈 수 없다. 양극화는 시장에 넘겨서 될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 갈 게 있고, 국가가 떠안고 갈 게 있다. 이 균형점을 찾자. 그래서 '대선'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 구성을 저런 방식으로 보여줬던 거다. 딱히 뭐라고 말하는 순간, 오답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다만 <PD수첩>보다 근원적이고 거대한 문제제기를 한 거다."

- 예전에 비해 힘을 뺀 거 같다. 아쉬운 건 없나?
"다큐 정신이 가장 중요한 거 같다. 표현은 거칠 수도 있다. 생각해보니, 나한테 맞는 다큐는 좀 '진지하게, 진솔하게'다. 진지함과 솔직함이 내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잘 표현할 다큐를 하고 싶다. 표현하는데 있어서, 예술적인 걸 좀 더 배우고 보완해야겠지만."

- 그런데 왜 하필 '은행'인가? 다른 업종도 많은데? 최근 삼성이 은행에도 진출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
"은행이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은행 20개가 다 무너지고 현재 네 개가 남았다. 세계 100대 은행 안에 우리 은행이 세 개나 들어 있다. 조명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금융권이 전형적인 모습인데다, 은행이 사람들에게 가까이 와 닿고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그래서다."

- 개인적으로 IMF 10년간 변화가 있었나?
"그 사이 결혼했고, 회사에 용케 들어왔고(웃음) 살아남았다. 1987년이 민주화된 해라면 그 10년 뒤인 1997년엔 IMF가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에, 1987년 성장이 갖지 못한 한계가 폭발한 게 1997년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피부에 와 닿고 극심한 사회 변화가 아니었을까. 1987년에 투표를 하고 대통령을 자기 손으로 뽑았다면, 1997년 사회 변화는 자기 가치관, 삶의 모양이 변하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는 급격한 사회 변동이 아니었나. 그 급격한 변동 앞에 이후 10년이 어떤 방향으로 왔나 보려고 했다.

24일밤 방송하는 MBC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
 24일밤 방송하는 MBC스페셜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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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우석 사태 이후 해외 취재를 쭉 하다가 대전엘 가려니 껄끄러웠다. (황우석 사태) 본거지엘 가는구나. 이 분들이 내 얼굴 할퀴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웃음) 그런데 첫 날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나면 사람들이 자세를 바르게 하고, '네가 걔냐?' 하면서 밥도 사주고 그랬다. '고생했다' 하면서. 사람들이 안색이 나쁘거나 하면 알 텐데, 그렇지 않았다. 대전을 보면, '이젠 아물어지고 수용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프로가 말하려는 게 뭔가?
"방송이 나간 뒤, 그분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리라고 본다. 당한 자가, 피해자들이 자꾸 문제 제기하고 그러며 사회가 나가는 거 아니겠나?"


태그:#IMF, #MBC스페셜, #한학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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