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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88만원짜리 인생이야."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요? 제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지난 몇 달간 청년 취업 문제를 겪고 있는 한 젊은이의 경험을 솔직히 다룬 1부 <그래 다 내 탓이다, 하지만>과 2부 <정말 다 내 탓?>이라는 글을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해 왔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청년 취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때문에 실제로 그 문제를 겪고 있는 한 젊은이의 솔직한 경험을 들려드리고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비록 ‘청년 취업 문제’라는 숲을 보여드리지는 못할지라도 ‘취업 문제에 매달린 한 젊은이’라는 나무를 볼 수 있게 해드려 어느 누군가에게라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1부, 2부 제목을 정한 데서 어렴풋이 느끼실 수 있듯 본래 이 글을 시작할 때 부디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것은 바로 기성세대들이었습니다. 때때로 젊은이들을 향해 ‘너희들 노력이 부족하여 취업 못하는 것이고, 눈이 높아 취업 못 하는 거야’라고 타이르시는 어른들을 향해 그것이 꼭 제 탓만은, 그리고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부 <정말 다 내 탓?>의 마지막 편은 제 글을 그토록 읽어주셨으면 했던 기성세대가 아닌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세대들에게 남기는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무렵부터인가 언론에서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표심을 부여잡기 위한 대선 주자들의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이 말은 더욱더 자주 등장했습니다.


88만원 세대. 무언가 사회를 변혁시킨 세대라는 느낌을 주는 386세대에 비해 속된 말로 참 '빈티나는' 이름입니다. 취업을 갈망하는 세대, 우여곡절 끝에 취업했으나 한 달 월급이 80∼100만원에 불과한 88만원 세대.


처음 이 용어를 들었을 때 저는 약간의 쾌감을 느낀 것은 사실입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 속에는 현재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단지 그들만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옹호적 시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에 변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자리 준다' 하여 대통령을 뽑은 세대로 기억되고 싶은가


하지만 얼마 전 여러 대학교 전·현직 총학생회장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듣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를 살릴 후보는 이명박 후보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젊은이들에게 절실한 문제로 바꾸어 얘기하자면 ‘우리들의 일자리를 더 늘려줄 수 있는 후보는 이명박 후보’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치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기에 그들의 선택에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럴 자격도 없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그들과 같은 이유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때문에 그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도 심정적으로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일을 계기로 저는 2부 <정말 다 내 탓?>의 마지막 편을 기성세대가 아닌 저와 같은 세대를 살았고, 저와 같은 경험을 했고, 곧 할 세대를 향해 할 말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그리고 저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이들이 ‘88만원 세대’라는 용어에 갇혀 그 틀을 깰 생각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어쩌면 저를 포함한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들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취업을 구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여러분이, 아니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가 땅에서 쑥쑥 솟아날까요?”


이명박 후보가 경부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자리는 많이 생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중 거기 가서 삽을 들고 일할 자신이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요?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다면 지금도 우리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다만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에 비해 월급이 적거나 복지가 좋지 않다는 것뿐입니다.


결국 밥그릇은 많지만, 누구나 원하는 밥그릇이 적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다른 밥그릇을 아무리 늘린다 해도 좋은 밥그릇의 개수가 정해져 있는 한 무한 경쟁은 끝날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해서 좋은 밥그릇을 늘리는 것이 쉽냐? 그 역시 아닙니다. 또한, 만든다 해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좋은 밥그릇이 늘어가는 것에 비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덤벼드는 이들은 예전부터 쌓이고 쌓여 도통 줄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늘린다는 그것만으로 지금의 청년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청년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다른 지원자에 비해 자신의 능력이 처진 경우 자신이 원한 곳보다 안 좋은 직장으로 가서 취업할 것이냐, 아니면 더 능력을 키울 것이냐 하는 것에서 후자를 택하는 쪽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개인의 선택은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 중 누군가는 반드시 또다시 직면해야 할 문제입니다. 아무리 그들에게 ‘일자리 늘려주세요’라고 징징거려봐도 그리고 그들이 일자리를 늘려준다 해도 그들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취업시켜준다’는 말에 한 나라를 5년이나 이끌 지도자의 통치 철학, 도덕성, 능력 등을 무시하고 한 표를 던지는 그런 젊은이들로 후세 역사가들이 기록할까 두렵습니다.


저는 그래서 제안합니다. 스스로 자신이 오로지 취업 문제에만 갇힌 88만원 세대가 아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꿈을 꾸고 있는 팔팔한 세대라는 것을 보여줍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합니다.


젊을 때는 그 무엇 하나 두려울 것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젊어서 하는 고생을 죽자고 피하려고만 합니까?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그런 허황된 꿈만 꾸고 있단 말입니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이들에게는 꿈이 있고, 야망이 있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현실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세대들 중 88만원 받고 일하는 이들이 많다는 거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기억합시다. 88만원 세대라는 것이 우리 세대 중 월급을 88만원 받는 이들이 많아서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우리 인생이 88만원 짜리라고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꿈만 있다면 88만원을 받아도 우리는 팔팔한 세대!


88만원 받아도 꿈만 있다면 그것은 88만원 세대가 아니라 팔팔한 세대입니다. 저는 그런 날을 꿈꿉니다. 저희가 사회에 주축이 되는 날 언젠가는 ‘88만원 세대에서 팔팔한 세대로’라는 그런 기사가 온 신문사와 방송사의 톱을 장식하는 날을.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남에게 기대어 내 일자리 만들어줘 라고 투정만 부린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88만원 세대’가 아닌 ‘팔팔한 세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한 달 월급 88만원 받았다는 88만원 세대로 남으시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스스로 꿈과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팔팔한 세대로 대변신하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3부 88만원 세대? 팔팔한 세대! 로 찾아뵙겠습니다. 도전중인 관계로 1년 후가 될지, 2년 후가 될지, 그보다 빠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팔팔한 세대 아자!


태그:#청년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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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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