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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기전이 열리는 토포하우스와 작품 '금잔디'와 '나팔꽃'(왼쪽)와 김성남전이 열리는 담갤러리와 관객(오른쪽)
 백중기전이 열리는 토포하우스와 작품 '금잔디'와 '나팔꽃'(왼쪽)와 김성남전이 열리는 담갤러리와 관객(오른쪽)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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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지명도가 높지는 않지만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1월 15일까지 열리는 '백중기전'과 안국동 담갤러리에서 1월 19일까지 열리는 '김성남전'을 소개하려 한다.

두 작가는 색조와 화풍에서 확연히 다르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나 문명에 대한 의문 그리고 자연이야말로 인간을 꿈꾸게 하고 그 마음을 치유케 한다는 면에서 서로 닮아 있다. 그래서 두 전시회를 하나로 묶어봤다.

[백중기전] 별과 꽃, 산과 하늘이 주는 푸른 그늘의 아름다움

자연 속에서 실낙원 되찾기

백중기 '나무야' 캔버스에 유화 100×45cm 2005
 백중기 '나무야' 캔버스에 유화 100×45cm 2005
ⓒ 백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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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기(47)는 강원도 영월이 고향이고 10여년 미술교사를 하다가 전업으로 바꾼 작가다. 그의 작품경향은 작가가 던진 몇 마디 말 속에 담겨 있다.

"자본은 두메산골 깊은 골짜기 어디에도 침투하고 있다. 또한 일방향으로만 질주하는 폭주기관차 같다."
"자본 앞에서 꽃 한 송이, 구름 한 자락도 신음한다."

그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황폐하게 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작가로서 그림을 통해 자연의 원형과 그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꿈을 복원하고 실낙원을 되찾으려 하는지 모른다.

백중기 '별빛연가' 캔버스에 유화 162×112cm 2007
 백중기 '별빛연가' 캔버스에 유화 162×112cm 2007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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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한 푸른빛의 '별빛연가'를 보면 작가의 어린 시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고향의 산과 언덕, 해와 달, 바람과 구름, 눈보라와 저녁놀 그리고 길에 아무렇지 않게 핀 들꽃과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 등 대자연이 연출하는 황홀하고 경이로우며 웅장한 천체를 담고 있다.

그는 이렇게 그의 생애에서 맨 처음 맛본 놀라운 경험과 평생 잊을 수 없을 추억을 뒤좇으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은 사실적인 진경(眞景)만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 속에 키워온 동화나 신화의 세계도 동시에 담고 있다.

우리말의 '푸르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이 작가는, 서양의 울트라마린블루나 프러시안블루 등 수백 가지 블루계열의 색을 뒤섞어 쓴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독특한 한국적 정서인 한(恨)의 그늘이 서려 있다. 작가는 이를 두고 스스로 '푸른 그늘'이라고 부른다.

살아 꿈틀대는 산 풍경

백중기 '태백산' 캔버스에 유화 194×112cm 2007
 백중기 '태백산' 캔버스에 유화 194×112cm 2007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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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향이 영월이니만큼 꽃과 나무와 함께 그는 자연스럽게 태백산, 소백산, 마대산, 두타산 등 산 그림을 많이 그렸다. '태백산'을 보면 그의 고향 주변 풍광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작가는 고향과 이에 관련된 심경을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왼쪽을 쳐다보면 소백산 자락이요, 오른쪽을 슬며시 보면 치악산이요, 뒤통수가 근질하면 태백산이다. 사방 중에 하나의 출구는 있다. 지금 나는 그 막아선 산자락에 깊이 안기려 한다. 나는 그 한 자락 정(情)에 의지할 때 실체가 된다."

그의 그림은 어려서부터 직접 만져보고 다녀보고 품어본 것이기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울퉁불퉁한 산의 곡선이 거대한 물결처럼 흐르고 또한 산줄기 틈새로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이런 입체감이 나고 두터운 질감을 살려내는 붓질이 범상치 않다. 오랜 세월 쉼 없는 단련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꽃으로 뒤덮인 자연의 찬란함

백중기 '싸리꽃' 캔버스에 유화 162×112cm 2007
 백중기 '싸리꽃' 캔버스에 유화 162×112cm 2007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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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꽃그림을 보자. 천지사방 꽃 바다를 이루는 '싸리꽃' 이 자체만으로 놀라움이다. 꽃의 만발이 아니라 꽃의 사태라 해야 좋을 것 같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꽃을 선물했다면 화가는 그 꽃을 화폭에 이렇게 눈부시도록 화려하게 채색하여 관객에게 선물한다.

이렇게 꽃과 대화하고 그 향기를 맡으며 아름다운 세상과 소통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 누구도 누릴 수 없는 작가만의 특권이자 행복일 것이다. 이렇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역이 있기에 작가는 자유인으로 문명도 조롱할 수 있으리라. 하긴 이를 위해 그는 자기 자신과 부단히 싸웠을 것이다.

그는 이처럼 자연에서 얻은 영감과 감동과 환희와 기쁨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 관객에게 되돌려준다. 밤하늘의 별처럼 찬란히 빛나는 이런 꽃의 향연은 메말라가는 사람들 마음을 적실 뿐만 아니라 꿈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그들의 상처까지도 치유케 할 것이다.

[김성남전] 원시적 숲의 야생이 주는 처절한 아름다움

인간도 자연의 일부

김성남 '무제' 캔버스에 유화 72×60cm 2007
 김성남 '무제' 캔버스에 유화 72×60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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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두 번째 작가 김성남의 세계를 보자. 그는 초기에 죽어가는 자연에 대한 연민과 원초적인 것에 대한 경외를 주제로 한 야생의 동물을 괴기스럽게 그려왔다. 이번 전시회 역시 그런 면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휑한 폐허지 같지는 않다. 초록빛 다양한 색조는 오히려 서정적이고 미학적이다.

위 작품을 보면 숲과 사람이 그려져 있는데 숲은 상세히 그렸고 사람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엉뚱하고 낯설게 보인다. 왜 그럴까? 그것은 대개 기존의 그림에서 보듯 사람만을 주체로 삼고 자연은 그저 대상 정도로 보는 테두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거꾸로 자연이 더 거칠고 격하고 강렬하게 보인다.  

생명을 위협하는 죽임의 세력

김성남 '무제' 캔버스에 유화 105×75cm 2007
 김성남 '무제' 캔버스에 유화 105×75cm 2007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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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의 그림은 뭔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있고,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입력된 것 중 심사숙고하고 검증된 것만을 재편집하여 그리기에 남에게 잘 보이려는 면은 없다. 제멋대로 그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관객들 마음은 불편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하기 힘들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관객의 머리가 뒤죽박죽되었을 때 불현듯 적막한 숲속에 허연 물체가 나타난다. 이는 작가의 강박관념에서 온 것이지만 본래적 자연의 생명력이나 야생성 혹은 원형질이 어느 순간에 죽임의 세력에 의해 훼손당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미지는 그의 여덟 번의 전시회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원시적 자연이 인간을 치유한다

김성남 '무제' 캔버스에 유화 72×72cm 2007
 김성남 '무제' 캔버스에 유화 72×72cm 2007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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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즐겨 그리는 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폐가 연작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뜻하는 것도 사람들에 의해서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여 그 원시적 힘과 생명을 되찾게 해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만 그 기법을 반어법적으로 썼을 뿐이다.

사실 이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사람이 있다고 봐야 한다. 작가도 그렇게 설명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보이기 싫어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람이 염치라도 있다면 인간은 자연에 의해서 치유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는 것은 처절하도록 어렵고 힘든 일이다. 위 그림은 바로 그런 처절함의 아름다움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고 보면 어떨까 싶다. 어쨌든 김성남 그림의 수수께끼를 푼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하여간 21세기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절실한 문제는 환경이다. 그래서 요즘 시대의 예언자 역할을 해야 하는 시인, 작가, 예술가들도 이를 화두로 삼고 있다. 여기선 그런 거창한 건 아니라도 하여간 두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진지하게 묻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작가소개]
백중기 강원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http://dongsane.com
개인전 2008 6회 개인전(토포하우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02-734-7555)

김성남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 회화과 졸업 http://blog.naver.com/sungnam68
개인전 2008 7회 개인전(담갤러리, 서울) 안국동 담갤러리(02-738-2745)



태그:#백중기, #김성남, #영월, #태백산, #낯설게하기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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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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