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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1일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방통위 설치법안)이 사실상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한 논란은 인수위가 지난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형식적으로나마 무소속의 독립된 합의제 위원회 형태였던 방송위원회를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정보통신부의 기능과 통합하며 대통령 직속 방통위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발은 곧바로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방통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인수위의 안은 권력 분산 등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1월 18일,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방송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생명이기 때문에 현재의 방송위원회를 독립기관화 했는데, 이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1월 18일, 참여연대) 등의 비판을 전하며 '대통령 직속 방통위'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김대식 인수위 사회문화교육분과위 위원(왼쪽)이 8일 오후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방송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김대식 인수위 사회문화교육분과위 위원(왼쪽)이 8일 오후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방송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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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합의제... 독임제 요소 곳곳 포진

정치권 안팎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언론계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대통령 직속이 최선일 순 없지만 그간 한나라당이 방통위를 독임제 부처 아래에 두고 방송정책권을 정부에 환수하려 했던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안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방통위의 구성과 운영이 실체적으로 합의제 정신을 담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인수위가 국회에 제출한 방통위 설치법안 구성과 운영에서 독임제 요소를 곳곳에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방통위 구성과 관련해 법안은 대통령과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뒀다.

법안에 따르면 방통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한다. 상임위원 중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다른 상임위원 3명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 간의 협의를 거쳐 국회의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직까지 여야 간 위원 추천 배분 비율은 명확하게 나눠지지 않았지만 3대 2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여당이 다수당일 경우 국회 몫 3명 중 2명을 추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추천하고 임명까지 하는 2명과 더해지면 5명의 상임위원 중 4명이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활동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위원장 선출과 관련해선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는 것 외에 선출 방식을 명시하지 않고 있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행 방송법이 방송위원장을 호선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위원회지부가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방통위원의 직무 독립성을 법률에 명시해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현재 방송 규제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위원회
 현재 방송 규제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위원회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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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제6조에 따르면 위원장은 필요할 경우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으며 국무총리에게 의안 제출을 건의할 수 있다.

5명의 상임위원 중 4명이 정부·여당과 코드가 맞는 인물로 구성될 수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에게 이 같은 권한까지 주어지면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공공연히 밝힌 신문·방송 겸영 허용, 공영방송 민영화 등은 아무런 제한 없이 대통령의 뜻에 맞춰 전격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다.

그밖에도 부칙에서 최초로 임명되는 상임위원 2명의 임기를 각각 2년, 또 다른 상임위원 2명의 임기는 1년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방송인총연합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 설치법이 이명박 차기 정부가 방통융합을 핑계로 방송의 새판을 짜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면서 "결국 방송통신 정책을 관장하게 될 방송통신위원들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조직구조를 만들어 놓고, 대통령의 의중대로 신문방송 교체소유 허용과 공영방송 민영화를 일거에 해치우겠다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대선 직후 이명박 당선자의 미디어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한나라당 의원의 입을 통해 이른바 신문방송 겸영허용, 공영방송 민영화 등 엄포성이 잇따라 터져 나온 마당이라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수위, 독립기관 FCC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둔갑...왜?

방통위 설치법안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기 직전인 지난 20일 박형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브리핑을 진행하고 "방통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을 놓고 혹 독립성이 저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한 마디로 그럴 우려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도 FCC(연방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돼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이 방통위의 위상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의 이 브리핑은 21일자 신문에서 그대로 인용 보도됐다. <중앙일보>는 2면 '박형준 인수위원 "방통위, 미국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기사에서 미국의 FCC가 대통령 직속이라고 보도했으며, <연합뉴스> 역시 20일 박 위원 브리핑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그러나 FCC는 헌법에 근거하고 의회에 직접 책임이 있는 독립규제위원회다. 행정·입법·사법적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며 이 같은 규제권한의 행사에 대해 행정부와 의회, 사법부가 직접적인 통제를 가하지 못하는 독립된 기관인 것이다.

FCC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둔갑시킨 박 위원의 주장과 관련해 한국방송인총연합회는 "이 당선자 측에서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조직개편, #정부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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