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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여덟 살짜리 아들과 여섯 살짜리 딸을 둔 30대 후반의 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 했는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오래 못 살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해준 건 없고, 겁이 덜컥 났죠. 어느 날 집에 와 보니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기본이 없어요. 내가 죽으면 어쩔까 싶어 눈앞이 아찔하대요.”

 

그랬을 것입니다. 내심 ‘죽기 전에 많이 꼭 안아 줘야겠다’ 등의 말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 나왔습니다.

 

“신경이 무척 예민해져서 아이들에게 막 화를 내고 악을 썼죠. 내가 죽기 전에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은 가르쳐야지, 싶어서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삶의 끈이 달랑달랑한 사람에게 아이들이 어찌 보였겠습니까? 삶의 철학은 고사하고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해야 할 도리도 못한 채 죽는다고 하면 누구라도 고민이었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굴곡은 '등'에서 느낄 수 있어

 

“아버지”

 

참 정겨우면서도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아버지’의 굴곡은 ‘등’에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자녀가 어릴 적, 아버지의 ‘등’은 오르기 힘든 산처럼 강한 힘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입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점차 나이 들면서 아버지의 ‘등’은 상대적으로 힘이 줄게 마련입니다. 결국에는 힘없이 굽은 아버지의 ‘등’은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됨에 따라 비록 아버지의 ‘등’이 겉으로는 초라하고 쓸모없는 것처럼 변했을지라도 겉모습에서 느낄 수 없는 삶의 흔적과 정신의 표상으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리게 됩니다.

 

아버지의 ‘등’. 즉, 이미지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10살 이전에는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수퍼맨 아버지라고 합니다. 10대에는 모르는 것이 많은 수퍼맨의 옷을 벗어가는 아버지라 합니다. 20대에는 구시대의 표상으로 힘없는 아버지로 느낀다 합니다.

 

그리고 30대에는 중요한 일 앞에서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실까?”라며 궁금증을 갖게 되며, 40대에는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며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50대에는 “아버지라면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하실까?” 여기고, 60대가 되면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합니다.

 

 

아버지, 존재만으로도 그 가치 분명해

 

아버지를 일찍 여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의 차이가 있다 합니다. 하여, 아비 없이 홀로 자라 버릇이 없는 사람이란 뜻의 ‘호로 자식’이란 가슴 아픈 말 앞에 자신의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는 존재만으로도 그 가치가 분명합니다. 아버지는 너무 일찍 죽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때론 아버지의 살아 있음이 짐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중생활의 아버지의 모습일 때 그럴 것입니다. ‘삶은 한결같아야 한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자식들의 기억 속에 좋은 아버지의 이미지라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겠지요.

 

‘아버지의 자화상’이란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김기수라는 친구가 ‘내가 바라는 아버지’에 대한 글을 이메일로 보내왔습니다.

 

"'아버지'가 아닌 '아빠'로 존재했으면..."

 

“그저 내가 바라기는 아이들이 커서 ‘아버지가 열심히 살았구나’하고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훈계와 의도된 교육이기 보다 ‘등’ 뒤로 시나브로 삶에 녹아있는, 나이 들어도 이야기 많이 할 수 있는 ‘아버지’가 아닌 ‘아빠’로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개 한국사회의 부자지간은 참 딱딱한 것 같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아이와 부둥켜안고, 씨름도 하고 싶은데, 대개 그렇게 되지 않아 손주가 필요한 지도 모를 일이다. 대충 아버지는 너무 일찍 죽지 않아야 하고, 훈계 많이 하지 말고, 그저 아버지의 삶에 충실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쉽지 않은 아버지상입니다. 그의 말대로 ‘아버지’가 아닌 ‘아빠’로 산다는 건 더더구나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겠죠? 아빠로 살기에.

 

그러다 보면 ‘아버지’와 ‘등’의 의미를 알 수 있지 않겠어요?

 

덧붙이는 글 |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아버지, #등, #삶, #존재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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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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