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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드드드드~~’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울린다. 우리집 우렁각시다. '무슨 일이지?'하면서 전화를 받는 순간, 누가 잡으러 쫓아오는지 가쁜 숨 몰아쉬면 말도 제대로 못한다.

 

“저기~~ (숨 고르고) 우리 아파트 앞에 사과 파는 아저씨 왔는데~~ (다시 숨 고르고) 사과 한 상자에 만 삼천원 한다.”

“그래서??”

 

“그래서는? 우리 인터넷으로 사과 주문한 거 취소하고 이걸로 사자고. 훨씬 싸잖아.”

“맛이 있어야지! 싸다고 무조건 샀다가 맛없으면 어떡해? 우리 먹을 것도 아니고 선물로 줄 건데. 괜히 주고도 미안하잖아.”

 

“아냐. 내가 먹어봤는데 맛있어! 옆 집 OO엄마도 먹어보고 싸고 맛있다면서 3상자나 사던데.”

“그래! 맛있단 말이지? 모양은? 작지는 않아?”

 

“날 뭘로 보는 거야! 선물로 줄 건데 내가 그 정도로 생각 한 했을까봐 그래?”

“(치~ 물어도 못 보나?) 그럼 자기가 알아서 해.”

 

“그럼, 나 사과 산다?”

“(치~ 이미 결정해놓고 뭘 물어보시나?) 자기가 봐서 괜찮으면 그렇게 해.”

 

이래서~ 결국 우리 집 결정권자 우렁각시는 나의 의견을 묻고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사과를 서둘러 취소하고 그 아저씨에게서 사과 4상자를 샀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사과를 사고 난 후 우렁각시가 이렇게 적힌 세 줄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2천원 깎은 것이 저리도 좋을까?

 

하긴, 설 명절에 이래저래 들어갈 돈 많은데 맛좋고 때깔 좋은 사과 싸게 사고 덤으로 2천원을 깎았으니 좋기도 할 것이여.

 

아무튼, 이럴 때 그냥 넘어가면 우리 우렁각시 삐진다. 자기 딴에는 알뜰살뜰 살림한 것에 대한 은근한 표시인데… 그래서 이렇게 말해줬다.

 

“장허다 우렁각시! 깍은 2천원으로 떡볶이 사 먹어!”

 

하지만 문자를 보내는 손과는 달리 내 마음속에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바보~ 한 상자씩 사면서 천원씩 깎았으면 4천원 깍지’

 

그치만 이건 그냥 속으로만 생각한거다. 왜냐면 우리 우렁각시는 호랑이띠고 나는 쥐띠기 때문이다. 우리 딸은 뱀띠고 아들은 원숭이 띠다. 내가 우리집에서 제일 약한 동물이다. 하지만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옛 선현의 말씀을 찰떡 같이 믿으며 위안을 삼아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있습니다


태그:#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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