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 '앰버 알럿'의 로고.
 미국 '앰버 알럿'의 로고.
ⓒ 미 법무부

관련사진보기


"경찰은 신고 나흘째 '앰버경보(실종아동경보)'를 내린 뒤 공개수사에 나섰다."

얼마 전 울산에서 실종된 여섯 살 어린이가 사실은 계모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충격적인 뉴스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참담한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드는 의문 하나, 대체 '앰버경보'는 무엇일까?

괄호 안에 '실종아동경보'라 했으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실종아동경보를 '앰버경보'라 부르는 것이며 '앰버'는 대체 누구일까?

비극의 주인공, 앰버 해거먼

앰버경보는 영어 '앰버 알럿'(Amber Alert)을 직역한 것이며, 이 용어의 기원은 미국에서 발생한 어린이 납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1월 13일, 앰버 해거먼이라는 9살짜리 소녀가 텍사스주 알링턴시에 있는 할아버지집 부근에서 놀다 납치된 사건이 있었다.

한 목격자가 용의자와 용의차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해결에 실패했다. 언론의 주목 속에 큰 관심사로 떠올랐던 이 사건은 발생 사흘 만에 앰버의 주검이 발견되면서 비극으로 마무리되었다.

앰버의 죽음을 계기로 2000년 10월 미 하원에서 제안한 '앰버 계획'은 2003년 4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앰버경보법으로 구체화되었다. 이에 따라 앰버경보가 발령되면 해당 지역의 모든 매체는 의무적으로 정규 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납치사실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게 된다.

또한, 고속도로에 설치된 전광판이나 심지어는 이메일을 통해 납치된 어린이의 인상착의는 물론 용의자 혹은 용의 차량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려줌으로써 사건 해결에 시민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를 요청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구축한 한국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홈페이지에 소개된 앰버경보시스템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홈페이지에 소개된 앰버경보시스템
ⓒ 경찰청

관련사진보기



'앰버경보'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7년 4월이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 경보를 소개하면서 "(미국의 앰버 알럿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해 아시아 최초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어린이가 실종되거나 유괴된 사건에서 "시민의 신고를 유도하고 범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해" 앰버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굳이 '앰버'로 할 필요가 있을까?

경보의 이름이 생소한 탓에 모든 언론에서는 기사 속의 앰버경보 옆에 괄호를 하고 '실종아동경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실종아동경보'라는 쉬운 우리말 대신 익숙하지 않은 영어명을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

납치 사건의 희생자인 앰버 해거먼을 기리기 위해 경보명으로 사용한 '앰버'는 '미국 내 실종에 대한 방송의 긴급 대응(America's Missing: Broadcasting Emergency Response)'이라는 함축적 뜻을 지닌 용어의 머리글자(AMBER)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미국을 좇아 앰버경보라 이름 붙였지만 미국의 모든 주에서 이 이름을 쓰고 있지는 않다. '앰버 알럿'이 조지아에서는 '리바이스 콜', 하와이에서는 '메일리 앰버 알럿', 알칸사에서는 '모건 닉 앰버 알럿'이라 불린다. 각 주에서 납치되었던 아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한국의 벤치마킹, 이름까지?

이런 의미까지 헤아려 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 어린이의 이름이나 미국의 응급체계명을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응급체제를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그 이름까지도 똑같이 써야하는 건 아닐 것이다. 굳이 특정한 이름이 필요하다면 우리에게는 실종 어린이의 대명사가 된 '개구리소년'이 있지 않은가.

어린이가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 '앰버경보'가 필요없는 사회는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금 경보가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우리의 정서를 반영한 주체적인 이름이었으면 좋겠다. 아픔까지도 영어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태그:#앰버경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