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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금). 블로터닷넷(www.bloter.net)의 대표인 김상범(현재 블로터닷넷의 발행인 겸 편집인)씨를 만나 그동안 웹2.0과 블로터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실컷 물어보고 왔다.

 

요즘 블로그와 저널리즘의 결합이라는 주제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지라, 처음 만났음에도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 웹2.0과 블로그 미디어에 대해 공부하는 입장이라며, 시종일관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블로터닷넷은 미디어로서 블로그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젊은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고스피어의 <오마이뉴스>, 블로터!

 

블로터닷넷이 생겨난 것은 2006년 9월이다. 김 대표는 사이트 개설이 아닌 ‘창간’이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언론사에 재직하던 4~5명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이 색깔있는 미디어에 대한 욕심으로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당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참여형 미디어를 표방한 <오마이뉴스>가 한창 주가를 날리던 때였다.

 

김 대표에게 수많은 블로거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시민이 기자라면, 모든 블로거들 또한 기자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이 ‘블로터닷넷’의 시작이었다.

 

블로터의 발행인은 기성 언론사 ‘사주’와 같은 개념이다. 편집인은 ‘편집장’이라고 보면 된다. 그 둘을 김 대표가 모두 맡고 있다.

 

그럼 논조나 편집원칙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전문지잖아요? 전문적인 IT기술이 단순히 수익적인 부분이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어떻게 돌아가느냐도 분명 중요한 내용이겠지만, 사회 문화적으로 가치있는 기술 같은 것들을 더 신경써서 보자. 굳이 얘기하자면 그런게 있을 것 같아요.

 

인터넷으로 보면 이런 웹2.0 정신이 어떻게 하면 잘 구현할 것이고, 잘 구현하고 있는 것이 어디 있는지. 이런것들에 가치를 많이 부여하고 있죠.”

 

말하자면 블로터 자체 구조로도 웹2.0 미디어이지만, 내용면에서도 스스로 웹2.0의 전도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 사용자가 어려워하는 ‘블로터’?

 

현재 블로터 내에 IT분야 전·현직 기자 출신 블로터들이 주요 컨텐츠들을 많이 생산해내고 있다. 기존 언론처럼 전문가 집단이 의제를 설정하고 대중이 따라가는 형식을 답습하는 것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김상범 대표는 결국 ‘참여’의 문제라고 말한다.

 

“(일반 블로거들의) 좀 더 많은 참여가 이루어지고 그들을 통해서 전문가 집단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생각과 일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조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전문가 집단만큼 참여가 활발하지 않다.”

 

그는 블로터가 전문 IT분야를 다루는 것이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특정 분야를 다루다보니 (이용자들이) 어렵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다들 여기(블로터앤미디어)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각자 영역에서 실제 다른 직업을 갖고 있어요. 블로터에 참여하는 것은 순전히 블로거로서 참여하는 거거든요. 그분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참여형 모델이 맞긴 한데,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죠.”

 

그는 참여·공유·개방이라는 원칙은 유효하다고 항변한다.

 

IT라는 전문분야에 대한 어려움 말고, 일반 사용자들이 블로그라는 것을 사용할 때 느끼는 어려움은 없을까?

 

“그것이 숙제인데, 참여 편의성을 어떤 사람의 기준에 맞출 것인가? 이 부분은 항상 고민인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을 것 같구요. 보통 신문들이 기사를 쓸 때, 글의 수준이라는 것을 중학교 2학년 정도 수준으로 맞추잖아요? 그런게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엔 그게 좀 높죠. 어느 정도는 IT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고 관심이 있고, 블로그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기본적인 것들은 알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자고 했죠.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기는 한데….”

 

공유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 뻔한 블로그 컨텐츠. 교육문제가 크진 않을까?

 

‘참여’에 대한 고민은 단지 블로터만의 것일까? 아니다. UCC와 블로그라는 형식은 있지만 실제 그 안은 펌질과 캡쳐 등으로 얼룩진 허울뿐인 2.0미디어의 메아리가 있다.

 

형식은 있되 정신은 보이지 않는 웹2.0 현실에 대한 생각을 묻자 문화·역사·사회구조적인 요인에 대해 말해주었다.

 

“문화적인 문제인 것 같긴 해요. 문화적으로 우리가 개방, 참여, 공유. 이런 마인드들이 많이 부족한 사회였죠.

 

역사적으로 갈 수도 있는데, 남과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는 내 것. 빼앗기고 싶지 않고. 그렇게 사회가 지내왔지 않나 싶어요.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고, 젊은 사람들이 고등학교 때는 대학시험에만 매달려있고. 너무 심한 경쟁 사회에 있다보니까 같이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거죠. ‘내가 이걸 어떻게 얻은 건데’ ‘어떻게 애를 써서 경쟁에서 이겨서 만든건데 어떻게 공유를 해’ 그런 생각이 쉽게 드는 사회였죠.

 

교육 문제가 크다 싶어요. UCC같은 것도 그런데, 우리가 UCC라고 하는 걸 보면, 뻔하잖아요? TV 방송 녹화한 것, 장기자랑하는 이런 것들. 창조적인 것들이 나오지 않고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게 우리나라 사람은 창조적인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없어요. 어린 학생들이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는 만날 공부만 하잖아요."

 

블로그, 우리 사회 참여·토론 문화 활성화에 불을 당길 것인가?

 

결국엔 개방·공유·참여라는 철학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신이 통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금처럼 모든 젊은 청춘들이 대학입시에 매달려서 살아야 되는 사회. 이게 사실 근본적으로는 제일 큰 문제라고 봐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죠. 교육문제가 가장 심각하긴 해요. 정치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교육문제 해결만 되면 우리 사회가 굉장히 좋아질건데.

 

이거는 굉장히 큰 차원에서의 얘기구요. 좀 작게 보면 오프라인 상에서는 안 이루어졌지만, 비록 외부에서 들어온 개념일지라도 블로그·웹2.0이니 하는 것들이 온라인에서만이라도 많이 확산되면, 내가 아는 정보를 블로그에 올려서 누군가 그걸 보고 새로 정보를 얻어갔다고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또 그 사람 블로그에 갔더니 내가 모르는 정보가 있어서 거리낌없이 그 정보를 얻어갈 수 있고…. 이런 것들에 서로 공감하게 될 수 있을 거에요."

 

희망적으로 본다면 웹2.0을 계기로 바람직한 웹 참여·토론문화가 확산되어, 반대로 오프라인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가장 좋은 거는 양자가 동시에 되는 거겠지만, 오프라인적인 문제는 이게 너무나 오랜 문제고 하나의 처방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시간이 오래 걸릴거고요. 물론 온라인도 그렇지만 온라인은 확산속도가 빠르잖아요? 그러니까 온라인에서 블로그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나누고 어울리고 대화하고 이런 것들을 느끼고 배워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블로그라는 것 자체가 개방·공유·참여의 기본적인 정신을 담고 있는 툴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웹 2.0, 새로운 사회참여에의 통로

 

조금 진부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웹2.0을 굳이 구분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2.0은 없다’라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만 볼 건 아니라고 봐요. 그 사람들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세상에 새로운 건 없잖아요? 1.0이 있었기 때문에 2.0인 거거든요. 굳이 2.0이라고 한건 예전에도 있었지만 그것하고는 비교가 되는 뭔가 좀 다른 것. 그런 것들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서 2.0이라는 것으로 구분을 하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흔히 이런 얘기를 해요. 강하고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선을 죽 그어서 이 선 안은 바다고 밖은 강이라고 누가 정할 수 있나요? 그것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지 2.0이라고 수학적으로 딱 기준이 있는 건 아니라고 보구요. 있다 없다라는 것도 의미없는 논쟁인 것 같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웹2.0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지 그의 생각을 물었다.

 

“어려운 얘긴데요. 거기서 얘기하는 정치적 의미의 사회 민주주의·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할까라고 할 때, 웹2.0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 같구요. 웹2.0이 참여를 강조하는 용어니까 웹2.0이라고 해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아요. 단지 그렇게(직접 민주주의) 가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할 것 같아요."

 

그는 요즘 열리는 촛불집회를 예시로 들었다.

 

“오늘도 하겠지만, 어제 촛불집회가 열렸잖아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거든요. 예전 같으면 치밀하게 조직된 단체에서 미리 몇 일 전부터 준비를 해서 치밀하게 규합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 조직을 이끄는 게 아니거든요. 자발적으로 인터넷에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서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냥 진짜 자발적으로 우리 촛불들고 모이자. 이렇게 돼서 국가와 국가 간에 굉장히 중요한 약속도 깨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것들이 자꾸 생기면서 정부의 외교정책에까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만들고 있잖아요?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국민의 의사가 표출되고 알려지고 하는 거죠. 그런 통로가 많아졌죠. 그게 굳이 웹2.0이다 하긴 좀 그렇고, 좀 크게 봐야 될 것 같아요.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도 못했던 차원? 이런게 아닐까 싶어요.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블로그에 대한 재미있는 비유, ‘신문고’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국민이 의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신문고’가 있지만, 잘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를 던졌다. 그는 두가지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다.

 

“내 블로그가 청와대 신문고가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내 블로그에 청와대에 묻고 싶다 라는 글을 썼어요. 예전 같으면 누가 봐주냔 말이죠. 조선시대 같으면 왕이 있는 곳까지 가서 북을 두드려야 얘기를 듣건 말건 할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은 북 두드리는 것보다 내가 내 블로그에 '지금 이명박의 정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하고 싶은 얘기를 써서 올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보게 되고, 공감을 한다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거고, 그게(여론이) 청화대로 자연스럽게 가잖아요. 예전 같으면 신문고는 꼭 청화대 앞에 가서 두드려야 했잖아요. 근데 지금은 내 안방에서 꽹과리를 두드려도 언젠가 시간이 되면 청와대에서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니까요. 오히려 내가 꽹과릴 친 것에 공감한다면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꽹과리를 함께 칠 수 있으니까요."

 

개인의 의견이 사회적 의제가 되는 구조에 대해서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와 같아요. 만약에 이발사가 뒷간에서 했거나 방에서 혼자 했거나 그러면 그냥 혼자 얘기하고 말았을텐데 대나무숲에서 얘기하니 울려퍼졌잖아요? 그 대나무밭이라는게 지금 있다는거죠. 인터넷이 그 대나무숲같은 거에요”

 

유용한 정보의 필터링, 그것은 기술이 아닌 정책문제

 

블로터닷넷도 블로거들의 컨텐츠를 편집하여 게재한다. 웹2.0 시대에도 정보의 편집 필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주체가 된다고 해도 수많은 정보들이 필터링되지 않고 무작위로 들어온다면 정보 습득에 오히려 나쁜 것 같다. 그의 생각을 물었다.

 

“(블로터닷넷도) 비슷해요. 그래서 편집을 해요. 우선 정보의 사실 여부는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일반회원으로 참여하시는 분이 사실 누군지는 잘 모르거든요. 누군가 글을 썼는데 사실 확인은 해야될 것 아니에요. 일단 회원들이 쓰는게 자동으로 가는 것은 막아놨어요. 모인 것 중에서 잘못됐거나 왜곡됐거나 혹시나 인신모독을 하거나 악의적이거나 광고, 이런 것들이 있는지를 걸러내기 위해서 사실상 편집을 해요.

 

그 정도 선에서의 편집이고, 또 하나의 이유가 편집된 기사가 네이버나 다른 포털에도 나갔는데, 블로터닷넷이라는 이름으로 나와요. 그렇다면 이 컨텐츠에 대한 신뢰. 말하자면 우리가 찌라시를 만드는 게 아니고 법적으로 신문법 적용을 받아서 정식으로 등록한 언론사인데, 내 이름으로 보낸 뉴스가 신뢰를 받아야하고,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그냥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 아니고 뉴스네? 라고 한다면 더 신뢰가 갈꺼에요.”

 

범위를 조금 넓혀, 블로고스피어에 정보를 필터링 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책의 문제인 것 같아요. 거를 수 있는 기술은 있는데, 그 기술을 적용할 거냐, 말 거냐는 사람이 정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 정책은 서비스라면 기업이 정하는거고 국가의 일이라면 정부가 정하는 거고.”

 

나만의 전문분야로 블로그를 구성하라!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블로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좋은 블로그는 전문적이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갔더니 영화에 대해서 썼는데, 또 어느날 갔더니 IT얘기를 하고, 또 어느날 갔더니 사진 얘기를…. 이런 식으로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을 쏟아붓게 되면 다른 걸 떠나서 블로그로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나 생각해요. 만약 영화에 대해서 다룬다면 영화라는 컨텐츠에 대해서만 집중을 해서 다루는 것이 좋다고 봐요”

 

에필로그

 

한 시간 반의 대화.

 

즐거웠다. 물론 한창 바쁠 김 대표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서 미안한 기분도 들었다.

그로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대학생이 다짜고짜 만나자고 연락을 하더니, 안면몰수하고 블로터와 웹2.0에 대한 질문을 마구 쏟아냈으니 황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난 블로터앤미디어에 찾아간 네 번째 대학생이었다. 그 중 가장 준비를 잘 해왔다고 칭찬도 들으니 조금은 우쭐했다.

 

웹2.0을 알아가는 나의 여정은 계속된다. Coming soon.


태그:#블로터, #BLOTER, #김상범, #웹2.0, #대안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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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입니다. 언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만화를 그릴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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