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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외출을 하려고 하니, 도무지 서랍장에 입을만한 옷이 없다. 흰 와이셔츠에는 벌건 얼룩이 져있고, 티셔츠는 목부분이 누렇다. 이를 어째. 빨래하려고 벗어놓은 옷을 뒤적이니 설상가상으로 검은 땡땡이가 옷 중간 중간에 박혀있었다. 곰팡이였다. 가장 좋아하는 옷이었는데...

요 며칠 동안 계속 비만 내린데다가 땀에 젖은 옷을 한쪽구석에 쳐 박아 놓았더니 금세 이렇게 되어버렸다. 아. 옷도 마음도 눅눅하다. 옷이 이 정도인데 양말은 오죽하랴. 며칠씩 신은 양말 중 그나마 냄새 덜 나는 놈으로 골라 신었다. 그래도 양말은 신발을 신으면 겉으로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다. 양말을 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양말이 검은색이다보니 곰팡이가 눈에 띄지 않는 거구나.
 
누런 옷들이야 세탁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놈의 곰팡이들은 어떻게 없애야 하나. 인터넷을 뒤적였다. 그다지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곰팡이가 피면 이미 옷감이 상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단다. 나는 좌절했다. 결국 여름맞이 동대문 대규모 옷쇼핑을 할 수밖에...

최근 며칠동안 날씨가 '참 지랄맞다'고 생각했다. 낮에는 땡볕이다가도 저녁에는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이번 주는 참 눅눅하구나. 요즘 뉴스도 참 눅눅하다. 촛불시위 눈치만 보던 정부가 결국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내각일부를 교체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아예 한승수 총리는 내각 총사퇴 카드를 내밀었다. 정두언 의원도 일부 인사들을 비난하며 '난'을 일으켰다. 그래, 일부 교체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깨끗이 모든 인사를 들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의 얼룩은 처음부터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쉴 틈도 주지 않고 벌어지는, KBS 표적감사에 쇠고기 졸속협상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군홧발과 물대포로 짓밟고 서울 한복판에 산성이 들어서는 일들은 더 이상 얼룩이 아니다. 곰팡이다. 세탁은 소용없고 결국엔 싸악 폐기처분해야한다.

그나마 별로 남아있지도 않은 인재풀에서 고소영, 강부자 얼룩을 제거한 깨끗한 옷을 골라 사 입는 것이 정부로서도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언제쯤 새 옷으로 갈아입고 국민 앞에 나설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패션쇼'가 그다지 기다려지지는 않는다.

내 성격이 게으르다보니 옷에 때도 끼고 곰팡이도 슨다. 옷을 다시 산다고 해도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새 옷 역시 곰팡이 슬고 쓰레기통으로 직행. 결국 남아나는 옷이 없을 것이다. 결국 옷의 문제가 아니다. 빈곤한 철학의 소유자인 대통령의 문제다.

P.S. 대통령을 바꿀 수도 없고.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4년 8개월 동안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의 인재풀을 깨끗이 소진시키기를 바라야지. 들려오는 소문에 내각에서 5~6명 교체하고 수석은 4명 정도가 확실히 교체된다고 한다고 하니, 집권 4개월 동안 10명이 교체되는 셈. 5년이면 모두 150여명.


태그:#곰팡이, #대통령측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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