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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문들이 '오버'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다수의 신문들이 너무 소극적인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씨 한나라당 공천 청탁 거액수수 사건을 다루는 신문들의 보도 태도가 확연하게 갈린다.

 

단순 사기사건인데, 왜 그리 '오버'하냐고?

 

4일 <한겨레>와 <국민일보>는 이 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다루고 관련 기사들을 대거 배치했다. 정부 수립 60주년 기념 특집 '국가를 묻는다' 시리즈 시작을 1면 머리기사로 알린 <경향신문>도 이 기사를 1면 중간 머리로 배치하고, 역시 관련기사들을 비중있게 배치했다.

 

반면 다른 신문들, 특히 조중동의 보도 태도는 아주 대조적이다. 정치면이나 사회면에 한 꼭지, 혹은 정치권 기류 등 한두 꼭지 정도로 단순하게 정리해 보도하는 '차분함'을 보였다. 과거 정권의 대통령 친인척 관련 보도 때 보였던 집요함은 도대체 찾아볼 수가 없다. 불과 두어달 전 친박연대나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비리 사건 때 보였던 정도의 열기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국민일보>나 <경향신문> <한겨레>가 별 것 아닌 것을 두고 너무 '오버'하고 있는 것일까? 청와대나 검찰 쪽이 발표한 것처럼 단순 사기사건인데, 괜히 한나라당이나 권력 핵심부를 걸고넘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태의 전개는 그렇지 않다. 갈수록 김옥희씨가 적어도 한나라당 공천 로비에 적극 나섰음이 확인되고 있다.

 

첫째,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이외에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이모 서울시의원에게도 대한노인회 몫으로 공천 추천 의사를 타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하게 속여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잘 아는 사람을 공천시켜 주기 위해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될 만하다.

 

또 실제 나중에 김종원 이사장을 김옥희씨에게 소개해준 이 서울시 의원은 김옥희씨나 김종원 이사장 모두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14~15번은 될 것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서울시의원은 자신 대신 김이사장을 소개해 준 이유로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돈이 많이 들어가는 비례대표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사양하고 대신 김종원씨를 소개했다"고 말하는 등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던 점도 확인됐다.

 

나아가 김옥희씨 등은 김 이사장으로부터 2월 13일 한 호텔에서 1차로 특별당비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은 뒤 며칠 뒤 금액이 적다며, 또 다음에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 등으로 각각 10억원과 10억3천만원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들 돈 가운데 일부를 '제3자'에게 제공한 흔적도 드러났다.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가 오늘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비중있게 보도한 내용이다. 당초 청와대나 검찰이 흘린 것과는 달리 실제 김종원 이사장을 비례대표로 공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청탁과 로비가 있었으며, 또 김 이사장이 실제 비례대표로 공천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사례들이다.

 

그러한 공천 청탁 과정에 대한노인회가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며, 그 배후에는 바로 김윤옥씨의 사촌누나인 김옥희씨가 있었다.

 

실제 <한겨레> 온라인은 4일 오전 김옥희씨가 공천 한 달 전쯤 10여 차례 찾아와 김종원 이사장을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해줄 것을 요청하는 추천서를 써 줄 것을 요청해 그렇게 해주었다는 안필준 대한노인회 회장의 증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김옥희씨가 김종원씨의 공천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자,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에 각종 로비와 청탁이 난무했을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검찰은 과거 유사한 사례의 사건 처리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이례적'으로 이 사건을 세금 탈루 사건 등을 주로 다루는 금융조세조사2부에 배치했다. 과거에는 주로 대통령 친인척 비리이자 한나라당 공천 의혹 사건 같은 정치적 사건인 경우에는 검찰 특수부나 공안부에 배당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 때문에 <경향신문>은 4일 "검찰이 같은 사안에 대해 너무 다른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별도의 기사를 통해 지적했다.

 

<조중동>, 의도적 축소 보도 징후

 

사실 그런 점에서 조중동의 보도 또한 분명 과거 보도 관행에 비해 이례적으로 소극적인 보도임에 분명하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국민일보>가 오버하는 것이 아니라 조중동이 '이븐(even)'은커녕 살살 바닥을 기고 있는 셈이다.

 

4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그런 징후가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김윤옥 여사 사촌언니 '공천헌금 수수' 의문점'이란 부제가 붙은 기사의 제목은 "30억원을 한 사람만 보고 줬다?"로 돼 있을 정도다. 30억원의 행방과 용처, 다른 공천 장사 시도 의혹, 김종원 이사장 진술의 신빙성, 사기혐의만 적용한 검찰의 미심쩍은 수사 행보의 문제점을 일일이 짚고 있다.

 

그런데 이 의혹 제기 기사는 한 귀퉁이에 처박혀 있다. 사회면에서도 의경 옷 벗기고 폭행한 용의자 검거 소식보다 뉴스가치가 적은 기사로 평가됐다.

 

날이 너무 무덥다 보니까 <조선일보> 간부들과 편집자들의 판단이 잠시 흐려진 것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에너지절약 캠페인 시대라고 해도 신문사 편집국 에어컨은 잘 돌아가고 있을 터니까.

 

그렇다면 왜? 이 또한 괜한 물음이다.

 

하지만 물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최종목표'일 수 있으므로. 묻고 또 물어야 할 이유일 것이다.


태그:#김윤옥, #김옥희, #김종원 , #한나라당 공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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