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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망 그물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았다.
▲ 삼강망 삼강망 그물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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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달천의 방파제에는 낚시꾼 서넛이 낚시를 한다. 파도가 물결치는 건너편 갯바위에서도 낚시를 한다. 낚싯줄이 팽팽하다. 순간 긴장감이 돈다. 고기가 문 걸까. 낚싯줄이 걸린 걸까. 고기가 물었다면 이건 대단한 대어다. 한참을 실랑이하더니 싱겁게도 빈 낚시다.

“에이~ 갯지렁이만 따먹었네."

섬달천 방파제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하염없이 고기를 기다리는 낚시꾼들. 자꾸만 허방이어도, 고기가 안 물어도, 그들의 기다림은 한없이 이어진다.

"고기를 기다리는 기분이 어때요?"
"하하하~."


순천에서 왔다는 낚시꾼들은 허허로운 웃음만 날릴 뿐 말이 없다. 바다만 바라본다. 바다는 쉼 없이 출렁이며 산을 닮아간다. 산의 모양새를 흉내 내며 너울너울 솟아오른다.

발길을 돌렸다. 섬달천 방파제를 빠져나와 가사리, 관기 방향으로 향했다. 해안도로에는 봉선화 꽃과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담배, 참깨 등의 작물도 보인다.

해안도로에는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코스모스 해안도로에는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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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자꾸만 허방이어도, 고기가 안 물어도, 그들의 기다림은 한없이 이어진다.
▲ 섬달천 방파제 낚시꾼. 자꾸만 허방이어도, 고기가 안 물어도, 그들의 기다림은 한없이 이어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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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망 고기잡이 보셨나요?

바다 갯벌에서 어부가 고기를 잡고 있다.
▲ 삼강망 바다 갯벌에서 어부가 고기를 잡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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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갯벌에서 어부가 고기를 잡고 있다. 삼강망 그물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았다. 어부는 갯가에 그물을 쳐놓고 물이 나면 고기를 건져낸다. 먹고 살기위한 전문 어로행위가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술안주 하려고 그물을 쳤단다.

"그물이 있는 풍경이 멋있네요."
"삼강망은 불법이여. 조금 막아서 술 한 잔 먹고 그랄라고 그라제."
"고기 많이 잡으셨어요?"
"아이고~ 가에다 쳐놓으니까 안 잡혀."


그물에 든 전어, 제법 씨알이 굵다.
▲ 전어 그물에 든 전어, 제법 씨알이 굵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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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 망둥어, 전어...
▲ 술안주 농어. 망둥어,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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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을 보니 망둥어, 전어, 새우, 소라, 고둥 등이 보인다. 작은 고기는 다시 살려준다. 크면 다시 잡을 거라며. 고기가 별로 안 들었다. 날이 더워서 영 신통치가 않다고 한다. 갯벌에 드리워진 삼강망 그물은 제법 운치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도 좋을듯하다.

이런 풍경을 쉬 접하지 못해서일까. 사라져가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서일까. 그물이 있는 풍경은 정말 멋지다. 갯벌에 꽂힌 기다란 대나무와 세 곳으로 갈라진 그물과 갯벌은 아련한 추억을 불러온다.

싱싱한 횟감에 소주 한 잔, 이런 맛이 진짜 사는 맛!

어르신들은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에 소주 한 잔이 최고란다.
▲ 소주 한 잔 어르신들은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에 소주 한 잔이 최고란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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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에는 석화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갯바위는 길손의 발길을 붙들고 쉬 놓아주질 않는다. 어르신들은 산자락에 자리를 폈다. 갓 잡아 올린 횟감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맛이 어때요?"
"맛 아주 좋아요. 최곱니다."
"전어 썰어갖고 한잔 더합시다. 사돈!"
"한 점 하이다."


어르신들은 그물에 굵은 고기가 들면 제법 재미가 있단다. 예전에는 60cm가 넘는 감숭어가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평상시에는 잘 안 들던 고기가 신기하게도 아버님 제사 때가 되면 농어와 감숭어 굵은 놈이 든다고 한다.

경운기와 삼강망이 있는 풍경
▲ 바닷가 풍경 경운기와 삼강망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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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기씨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우물물이 마른 적이 없으며 물맛 또한 달착지근하니 맛있다고 한다.
▲ 약수 김철기씨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우물물이 마른 적이 없으며 물맛 또한 달착지근하니 맛있다고 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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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길
▲ 물길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길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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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한 점에 소주 한 잔 하라는 어르신들의 호의를 끝내 사양했다. 낮술에 약해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술판이 끝나자 어르신들은 보여줄 게 있다면 따라오란다. 달천마을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던 우물이다.

김철기(66)씨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우물물이 마른 적이 없으며 물맛 또한 달착지근하니 맛있다며 바가지에 담아 권한다. 시원함이 좋다. 황한선(69) 어르신은 이 물을 먹으면 얼굴이 팽팽해진다고 말한다. "정말일까?"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물맛은 괜찮은 듯하다.

달천 바닷가 약수터는 대나무 숲 아래 있는 돌샘이다. 바위틈에서 졸졸 흘러내린다. 바로 곁에 있는 집터는 200여년이 넘었다고 한다. 20년 전까지 이곳에서 사람이 살았단다.

어르신들은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에 소주 한 잔이 최고란다. 이런 맛이 진짜 사는 맛이 아니겠느냐며 허허 웃으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술안주, #그물, #삼강망, #달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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