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다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지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환매를 해야 하나요?"

 

요즘 많이 묻는 질문들이다. 그러나 속 시원하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이다. 대답을 하더라도 "글쎄요…" 하면서 뒤에 토를 달게 된다. 증시가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증시뿐만 아니라 환율도 급락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도 급락하고 있다. 금융시장, 상품시장 그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다. 아시아, 유럽, 미국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스포츠경기도 아니고 움직이면 금융시장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고강도 대책에도 변동성 확대와 실물 경제의 불안 여전한 해외 시장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공조, 은행들의 국유화, 달러의 무제한 공급 공조, 은행간 거래의 정부 지급보증 등 사상 유례 없는 관치가 진행되면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담하다. 부족하다는 것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유동성 공급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돈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확대되어 버렸다.

 

서브 프라임에서 시작된 부동산 위기는 금융 위기로 진행되었고 모기지업체를 비롯해 대형투자은행들의 몰락이 이어지면서 부실 자산의 상각에 따른 돈이 필요했다. 열심히 갖다 부었지만 쩍쩍 갈라진 틈 사이로 바로 빨려 들어가 버렸고 지금은 더 확산되어 실물경제에 대한 침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지나 돈은 단순히 침체를 지연시키는 역할뿐이며 막을 수는 없다는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다우지수를 비롯해 각 국의 증시는 폭락하고 있다. 심리적인 지지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심리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우지수는 급락이후 8000선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다우지수가 733P 급락한 15일에는 장 마감 1시간을 앞두고 급격히 하락하면서 45분간 하락폭이 400P가 넘었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그 만큼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뜻한다. 조그만한 재료에도 이리저리 쏠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표되는 지표마다 악화되는 것뿐이다. 9월 산업생산이 2.8% 하락해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마이너스 37.5를 기록해 18년 만에 최악의 수치를 보였다. 지난 한달 동안 1991년 이후 17년 만에 최악의 월간 판매량을 보인 자동차 시장에서는 GM이 합병을 논하고 있고 3개 공장에서 감산과 1500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업률은 6.1%이나 투자은행의 몰락으로 인한 월가의 감원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연말까지 10%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또 하나의 징후로 원자재가격의 급락을 들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원자재의 블랙홀 중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는 70달러대로 떨어졌고 구리가격도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 가격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대체시장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해지면서 매도세가 늘어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것을 반영하여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7월 최고치에서 42%나 떨어졌다.

 

미국만의 침체가 아닌 글로벌 경제의 침체라는 사실이 더 침체의 기간과 폭을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지역의 국지적인 문제라면 사태 해결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상황은 파키스탄에서부터 시작해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아이슬란드를 거쳐 우리가 부러워하는 스페인,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 안전한 곳이 없다.

 

안전한 곳이 한 군데 있기는 하다. 석유와 마약 팔아서 달러 쌓아 둔 중동과 이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알 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테러라는 분석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들은 은행거래를 하지 않고 직접 현금을 손으로 전달하는 하왈라스라는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의 위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아닐까?

 

펀드멘탈이 무시되는 극도의 불안감이 표출되는 증시

 

해외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수는 3년만에 1200선을 깨고 내려가며 연중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작년 10월말 고점 대비 코스피지수는 42.8%가 하락했다. 변동성도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급락하고 급등하고 장중 변동폭이 극심하다.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불안하니까 팔아달라는 주문이 많아지고 있다. 줄기차게 매도하는 외국인들을 제외하더라도 시장의 안정을 꾀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의 매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유동성을 공급하고 투자은행들이 정리되면서 안정을 찾기 바랐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이어지고 있다. 10월 들어 3조원이 넘게 매도했고 올 들어서만 31조원을 매도하면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보이고 있다. 해외 언론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함께 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의 은행들에 대해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원화가치의 하락을 부추기고 금융위기로 손실이 커진 헤지펀드들의 자금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00조를 넘었던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599조원으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의 지분이 30%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팔만큼 팔았다고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한층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금요일 은행, 건설, 전기전자업종을 중심으로 5000억원 가까운 매도를 보였다. 포스코가 10년만에 하한가를 나타내고 삼성전자가 3년만에 50만원이 무너졌다. 우량 건설사라고 하는 GS건설과 대림산업이 이틀째 가격제한폭으로 떨어졌다.

 

비단 외국인들의 매도만으로 하한가를 갔다고 볼 수는 없으나 수급의 불안정과 함께 나타나는 각 개별기업의 재료가 확대 해석되면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각 기업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루머가 사실인양 투자주체들이 기준을 잡지 못하면서 이리 저리 쏠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내부 속사정을 살펴보지 않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평가를 하고 있어 향후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의 청산가치 즉 PBR이 1이 되는 지점이 1200P라고 한다. 1200p 밑이면 지금 시장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청산되었을 때의 자산가치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자산가치를 따질만 한 여유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되었고 주식시장이 고점 대비로 40%정도 하락했지만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확산되는 것이 시장의 심리를 누르고 있어 안정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환율시장도 불안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출기업들의 달러가 나오고 정부의 환투기 세력에 대한 강력한 적발 의지로 안정을 찾는가 했지만 해외에서 불어오는 증시의 불안과 가라 앉지 않는 금융위기, 그리고 기정사실화된 경기침체로 변두리 통화로서 보유할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원화를 매도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가 없어 평상시 100억 달러가 넘었던 거래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로 조그만 움직임에도 변동성이 커지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 극복 방안"이 시장 안정 가져올 수 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대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더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하고 있다. 세계 성장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각 연구소를 비롯해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역시 3%대로 속속 낮추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상 성장률을 4.8~5.2%를 잡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은 총재도 내년 상반기까지 4%대 넘기 힘들다는 말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 은행을 국유화하고 은행간 거래에 대해 정부가 보증하는 등 정부의 개입으로 위기 상황을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검증되면서 각 국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뒤늦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도 조치를 따라 하면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영국의 브라운 총리가 새삼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 작은 정부와 규제완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투기적인 금융시장의 발달을 작은 정부로 감독하지 못했고 규제를 하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것이 최근의 금융위기를 불러 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은 대세로 보여지고 있는데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금융안정대책이 나온 모양이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 극복 방안이라는 긴 이름으로 경제수장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내년 6월 말까지 들여오는 외화 채무를 3년간 지급 보증하고, 300억달러를 시장에 더 공급하기로 하면서 달러 가뭄해소에 나섰다. 원화 유동성문제는 RP매입, 국채 매입, 통안증권 중도 상환으로 해결한다. 한계에 몰려 있는 중소기업에게는 기업은행에 1조원의 현물을 출자해 대출여력을 늘려 주기로 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대책이라는 것이 나온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한국은 다르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현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해외 언론의 국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과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등 해외에서의 시각이 악화되고 있고, 각 국들의 은행 국유화와 은행간 거래의 지급 보증 등의 잇따른 고강도 대책 등에 따른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금융기관의 차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단기적인 정책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으나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건설업 지원 등 추가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금융 불안과 경기침체가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글로벌 경제의 상황에 따라서 그 효과가 미치는 범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낙관적인 전망만 할 수는 없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지 않고 한달을 버티는 것보다 약을 먹거나 심하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한 대 맞는 것이 더 빨리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나으면 자꾸 의존하게 되고 나중에 면역력이 떨어져 더 강도 높은 약물을 투여해만 한다. 감기에 내성을 기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째든 시장의 안정이 우선이다. 이번 조치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의 태도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지금은 모두가 투자자산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시점이다. 펀드 열풍으로 인해 은행에서 돈이 탈출하는 현상이 이제는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수익을 내기보다는 안전한 것이 우선이다라는 생각이 팽배하고 있다.

 

워렌 버핏이 "미국을 사라.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말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누가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한국을 사라.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기다리면 봄날은 간다"라고 그리고 누가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태그:#증시전망, #증시, #안정대책, #서브프라임, #경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