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며칠 전 밤새 내린 눈처럼, 마치 설탕을 뿌려놓은 듯, 흰 모자를 눌러쓴 듯,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돌아보고 싶은 밤입니다. 지난 주말에 다녀오셨거나 이틀 앞으로 다가온 연말에 해넘이나 해돋이 맞이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설레는 맘으로 내일을 기다리고 계실 듯 합니다. 모두들 희망찬 새해를 맞을 수 있길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저도 이틀 남은 이 해를 보내며 모두들 잘 마무리하시고 2008년을 잘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관련 그림을 남겼던 아래 화가의 해넘이 풍경들을 소개하고 함께 감상해보려고 합니다. 이 풍경그림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고, 허전한 제 자신과 이웃 여러분들의 마음에게 정리하라고 보내는 배려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황금빛 해넘이, 노을 풍경으로 한 해를 보내며...

.
▲ 아이바조브스키의 초상그림 .
ⓒ aivazoffsky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러시아의 정통 고전주의 화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반 콘스탄티노비치 아이바조브스키(Ivan Konstantinovich Aivazoffski, 러시아, 1817-1900)의 해지는 풍경 6점을 소개합니다. 대부분의 독자들께도 다소 낯선 화가일 듯 합니다. 아이바조브스키의 그림은 이 곳 뮤지엄에서는 처음 소개하였지만,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입니다.

아이바조브스키의 약력은 "Aivazovsky in America(Iris Papazian and Andrew Shahinian 씀)"의 글을 인용, 번역, 정리하여 아래에 소개하였으므로 감상에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아래 그의 그림들은 "The Art Renewal Center"에서 옮긴 것이며, 특별히 선정하여 소개한 이 그림들 외에도 더 많은 30편 정도의 작품이 더 실려있으므로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방문하여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모든 그림들은 클릭하여 큰 그림으로 감상하시고, 배경그림으로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19세기 초, 아르메니아 상인이었던 콘스탄틴 아이바조브스키(Konstantin (Gevork) Aivazovsky)는 폴란드에서 테오도시아(Theodosia)로 이사했습니다. 아르메니아(Armenian)교회의 영세 기록부에 1817년 7월 17일에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테오도시아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했으며, 어머니는 레이스와 자수공장에서 다섯 아이들의 부양을 위해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테오도시아의 총독이 어린 그의 재능을 인정하여 고등학교 입학과 1833년에 예술원(St. Petersburg Academy of Art)에서 공부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 덕분에 바다그림을 주로 그리던 프랑스 화가 타너(F. Tanner)와 러시아의 유명한 화가 보로비오프(M. Vorobyov) 밑에서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도 공부하였으며,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Delacroix, 프랑스, 1798-1863)와 타너를 특히 존경하였습니다.

"나를 위해, 작업할 능력을 산다"고 했을 만큼 6000여 점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현재까지 그렇게 많은 작품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고향에 있던 집에 그의 일생을 기리기 위한 박물관이 세워져 보존되어 오고 있습니다.

타너와 드루클루아의 영향을 받은 아르메니아인 화가, 아이바조브스키

오늘 감상할 아래에 소개한 그림들과 같이, 가장 위대한 바다 풍경화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아이바조브스키는 파도나 투명한 물, 그리고 손으로 만지는 것과 같은 박진감 넘치는 하늘과 바다 사이의 회화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현기증이 날 만큼 생동감 넘치는 사실적인 바다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역시 아르메니아인이었던 그의 생애 가운데에, 터키에 있던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한 대학살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아이바조브스키가 테오도시아로 온 피난민들을 위해 그들에게 은신처와 음식을 제공하였으며, 그 가족들의 이주를 도왔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화가는 터키에서 아르메니아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들과 함께 모스크바(Moscow)에서 학살을 비난하는 전시회도 가졌습니다. 또한 터키 황제(술탄, Sultan)로부터 그림에 대한 상으로 인정을 받기도 하였으나 거절하였다는 일화도 전합니다.

1900년, 그가 죽은 뒤 그의 희망에 따라, 아이바조브스키는 테오도시아에 있는 아르메니아 교회의 안마당에 안장되었습니다. 러시아는 그의 묘비명에 "아르메니아인이었던 그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으로 태어났으나 영원한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만큼 러시아에서는 미술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런던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1월 29일에 영국 경매업체 크리스티가 공개한 아이바조브스키의 작품 "서리내린 날, 성 이삭의 집(St Isaac's On A Frosty Day)"이 예상 경매가, 100만-150만 파운드(19억8300만-29억7450만원)에 공개되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부호들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해 런던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만큼, 그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Private collection
▲ 바닷가의 낚시꾼(fishermen on the shore) Private collection
ⓒ aivazoffsky

관련사진보기


At Sunset),  Private collection ⓒ 2008 Aivazoffski
▲ 해안가 해넘이 풍경(Figures In A Coastal Landscape At Sunse At Sunset), Private collection ⓒ 2008 Aivazoffski
ⓒ aivazoffsky

관련사진보기


Private collection
▲ 아유닥 크리미아 풍경(View Of The Ayu Dag Crimea) Private collection
ⓒ aizoffsky

관련사진보기


야외에서 실제 풍경을 보고 그린 유화스케치는, 인공 조명의 실내에서 그린 풍경화에서는 볼 수 없는 직접성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자연을 직접 보고 그린 풍경 그림은 18세기 말이 되어서야 일반화되었으며, 이 무렵에는 과학적, 교육적 목적을 위해, 그리고 단순히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자연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널리 일반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19세기 초까지 청교도의 전통이 강했던 미국과 독일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닌, 신이 창조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함으로써, 자연에 깃든 신의 영광을 찬미하는 풍경화의 전통이 있었습니다. 이런 풍경화를 그린 화가들은 자연을 보이지 않는 신의 신비가 드러난 기호로 해석(범신론적 해석)함으로써 구원을 향한 통로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황금빛 찬란한 빛으로 범신론적인 명상을 표현한 풍경화

그러나 모든 풍경화를 신의 창조를 묘사한 것으로 본다고 해도, 실제로 그것이 화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를 분명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숭배를 신에 대한 숭배와 결합한 것이 분명한 풍경화에서는, 오늘 화가의 그림들처럼, 화가가 빛을 창조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숭고의 미학, 해돋이와 달맞이"란 제목의 그림으로 소개한 적이 있는 독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독일, 1774~1840)는 "산 중의 십자가(The Cross in the Mountains)"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모습을 비자연적인 광채와 배경에 실루엣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그러한 빛의 처리를 통하여 그림에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힘을 부여하였습니다.

특히 오늘 화가의 위 세 바닷가 풍경 그림에서도 그런 신의 특별한 축복을 받은 것처럼, 찬란한 황금빛으로 그림을 물들여 표현하였습니다. 오늘 그림 여섯 점 모두, 바닷가에 해가 지는 노을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검푸른 배경 속에 따듯하고 밝은 황금빛 햇살의 초자연적인 힘과 범신론적인 분위기가 특히 더 돋보이는 작품들입니다.

 The Black Sea) 1852,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오데사에 있는 검은 바다의 항구(The Harbor At Odessa On The Black Sea) 1852,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aivazoffsky

관련사진보기


1854, collection
▲ 어느 항구의 고기잡는 배들(Fishing Boats In A Harbor) 1854, collection
ⓒ aivazoffsky

관련사진보기


1860, Private collection
▲ 풍차가 있는 노을 풍경(landscape With Windmills), 1860, Private collection
ⓒ aivazoffsky

관련사진보기


오늘 그림들과 같은 "바다 풍경화"는 화가들에게 많은 도전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무한한 바다의 광대함은 황금색 빛을 타고 수평선 멀리까지 확장되어 있으며, 따라서 여기에 적합한 구도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므로 위 그림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화가들은 단일시점 원근법을 이용하는 대신에 수평의 파노라마 구도를 도입하였으며, 배의 측면이나 돛대와 돛을 활용하여 특별한 구도를 선보입니다.

그러나 바다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들의 초점은 주로 예측할 수 없는 바다의 가변성이나 일기의 변화에 따른 바다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 있었습니다. 16세기 후반, 바다 풍경화를 창시했던 헨드리크 프롬(Hendrik Vroom, 네덜란드)은 바다풍경화의 이런 주요 특징들을 확립하였습니다. 그 후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바람을 묘사한 바다 풍경화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항해로 인생 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바다 풍경화

자연의 힘을 드러내는 바람은 구름 낀 하늘 아래 돛을 가득 부풀렸으나, 위 작품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화가가 그리는 다양한 파도와 구름의 이미지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굽이치고 방향을 바꾸며 부서지는 밀물과 썰물의 파도는 순간적이며 동시에 끝없이 반복됩니다. 또한 바다와 하늘 사이의 대기와 공기의 흐름으로 자연의 힘과 에너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바다는 또한 풍부한 상징의 근원입니다. 드넓은 바다를 건너 신비로운 이국으로 향하는 항해는 인생의 여정에 대한 은유로 그림에 자주 사용되어 오고 있습니다. 또 하나 바다와 관련하여 자주 사용되는 주제로는 폭풍에 휩쓸려 해변에 난파된 배들의 무력함이나 망망한 바다 위를 표류하는 작은 배의 주제가 있으며 인간의 미미함이나 자연의 파괴적인 힘, 또는 운명의 변덕스러운 장난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제는 18세기와 오늘의 화가, 아이바조브스키가 활동했던 19세기에 "숭고"를 주제로 삼은 화가들의 작품활동에 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위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화가는 한층 더 개인적인 해석으로 그러한 주제들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덧없는 세상을 담기도 하며, 인간과 자연의 힘,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 스쳐가는 영광 등 정지된 듯, 붉은 빛의 따듯하고 평화로운 바다의 풍경을 통하여 자연과 강렬하면서도 정서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아이바조브스키가 조명, 해석해주고 있는, 바다 위 수평선 저 너머로 스러져 가기 이전의 찬란한 태양을 바라보면서 이틀 남은 2008년의 영광을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저 바다와 구름 사이 대기에 펼쳐진 황금빛 석양과 배경의 붉은 노을을 감상하면서 지난 추억들을 되뇌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가올 2009년에 대한 새로 세운 계획들을 굳게 다져보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풍경화, #해넘이, #바다 , #아이바조브스키, #SUNSE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