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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새끼손가락이 부러져 기부스를 했다.
 왼손 새끼손가락이 부러져 기부스를 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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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길을 가는데 자꾸 누가 뒤를 따라오는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꼭 뭔가 뒤통수를 내리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라 다를까. 어두운 골목을 들어서는데 건장한 사내들 4명이 둘러싸더니 한 놈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우선 날아오는 주먹은 예전에 배웠던 것처럼 두눈 똑바로 보고 정면에서 간단히 방향만 바꾸어 걷어냈다. 걷어낸 주먹이 헛방을 날리는 순간 텅 비여 있는 상대방의 턱을 무게를 주지 않고 날려버렸다. 물론 아무리 체급이 나가는 덩치라도 무방비 상태에서 턱을 강타 당하면 뇌에 충격을 받아 다리가 풀리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과 동시에 제 2의 사내가 주먹만 믿고 또다시 달겨든다. 이번에는 몸을 추스릴 새도 없이 주먹이 날아오기도 전에 선방으로 사내의 관자머리와 눈두덩이를 향해 스트레이트 연발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옛날 신창원이가 얘기했던가 권투를 하면 권총을 뽑을 시간인 3초면 3, 4미터 근처에서는 스탭을 밟고 들어가서 주먹을 10대 정도를 날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그 정도였다. 두 명을 머리채를 잡고 옆 전봇대에다 들이박아 버리고 보이는 눈과 턱은 모조리 주먹으로 휘둘러버렸다.

이게 요즘 왼손 손가락이 부러져 기부스를 하고 다니면서 머리 속으로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다. 사람들한테 부러진 손가락 이야기를 어떻게 이야기 할까. 그것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응, 건달들 4명과 싸우다 세 놈은 해치웠는데 마지막 쇠파이프 가지고 휘두르는 걸 왼손으로 막다가 그만 새끼 손가락이 부러졌어."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기부스한 손가락을 물으면 농담식으로 하는 말이다.

사실 병원에서도 손가락을 얼싸안고 찾아가자 묻는 말이 그 거였다. 대부분 기부스한 손가락을 보면 누구와 싸웠냐고 묻는 게 일반적인 상상력이다.

새해 2009년 1월은 액땜을 해도 너무 심하게 한 달이다. 무려 병원에 3번이나 입원했다면 이해할 것이다. 처음은 심한 독감으로, 두번째는 스트레스로 하룻밤 안정제를 맞고 링겔 꽂고 나왔다. 그런데 마지막 30일은 참 희한하게도 왼손 손가락이 부러져 응급실에 달려간 것이다.

"저기 말야, 지방에 내가 지어준 목조주택을 손봐주러 갔다가 식탁 위에 올라갔는데 중심을 잡지 못해 삐끗해 식탁 의자에 1차로 똥침을 맞고 충격을 완화시킨다고 뒹굴었다. 그때 손을 잘못 짚어 손가락이 부러지게 된 것이다"라고 말하면 믿을까?

과연 팩트인 이 이야기를 꼬박꼬박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 해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싸우다 그랬다고 해야 할지 고민거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새끼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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